임실 오수면(獒樹面)은 개 나무 고장이란 뜻이다. 큰 개와 나무를 뜻하는 한자, 오(獒)와 수(樹)를 합친 말이다. 바로, 충견 오수개가 환생했다는 느티나무를 지칭한다. 면소재지 한복판에 있는 원동산 의견비 옆에 남겨진 보호수(임실군 지정 9-11-3) 얘기다.

무려 오백년을 살아온 노거수다. 정확히 말하면 지금은 보호수에서 해제된 고사목이다. 수명을 다한 까닭이다. 불과 4년여 전 일이다. 오수개를 사랑하고 그 환생목을 추모했던 주민들의 상실감도 클 수밖에 없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

시간을 되돌려보면 이렇다. 천년 전 거령현(현 임실군 지사면 영천리)에 김개인이란 촌로가 살았다. 그는 큰 개 한마리를 길렀다. 심성이 착한 그는 개를 애지중지 아꼈고, 개는 충심을 다해 늘 그의 곁을 지켰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날, 주인은 이웃 둔남마을(현 오수면) 잔칫집에서 밤늦도록 술 마시고 집으로 향했다. 술기운이 슬슬 올라온 그는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개울가에 주저앉고 말았다. 좀 쉬어갈 요량으로 담뱃대도 꺼내 물었다.

그러나 그만 곯아떨어져버렸다. 뒤이어 담뱃대에서 떨어진 불똥은 개울가 풀밭에 옮겨붙었다. 불길은 삽시간에 번졌다. 이대로라면 주인은 화마에 목숨을 잃을게 뻔했다. 개는 주인의 옷자락을 물고뜯고 짖어댔다.

하지만 주인은 몸을 가누지 못했다. 위기를 감지한 개는 급기야 불길로 뛰어들었다. 개울물을 온몸에 흠뻑 적셔와 불밭에서 뒹구는 방법이었다. 그러길 수 십 차례, 불길은 잡혔지만 개는 싸늘한 주검이 됐다.

한참 뒤 정신을 차린 주인은 뒤늦게 사태를 파악하고 그 주검을 부여안은 채 통곡했다. 자신을 위해 희생한 고마움과 돌이킬 수 없는 회한의 눈물이었다. 주인은 그 충견을 그 자리에 묻고 지팡이를 비목삼아 꽂아뒀다.

몇 해가 지났을까, 그 비목에선 새싹이 돋았고 금새 큰 느티나무로 자랐다. 훗날 거령현 백성들은 이를두고 사람보다 낫다며 칭송하고 추모비를 세웠다. 바로, 고려때 최자가 쓴 보한집(補閑集·1254년)에 담긴 오수개 설화다.

그 사건현장이 지금의 오수천 옆 원동산, 그 환생목이 원동산 의견비를 지켜온 느티나무로 추정된다는 얘기다. 물론 너무 오래된 설화인 탓에 진위 여부는 알길이 없다. 다만, 주민들은 여전히 오수개를 사랑하고 그 환생목을 추모했다.

둔남(屯南)이란 옛 지명을 버리고 오수로 개명했을 정도다. 또, 매년 4월 말께 오수의견문화제를 열어 충견의 넋을 기려왔다. 하지만 천년 설화 속 주인공, 오수개 환생목은 지난 2011년 보호수에서 해제됐다. 낙뢰를 맞아 고사한 탓이다.

마치, 운명이란 자신의 꽃말처럼.

/정성학 기자 csh@sjbnews.com



◆느티나무

느릅나뭇과에 속한 낙엽 활엽 교목이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사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거의 모든 지방에서 잘 자란다. 그래서 보호수 중 가장 많이 지정된 품종이기도 하다. 빨리 자라고 크기도 커 팽나무, 은행나무와 함께 3대 당산나무이자 정자나무로 손꼽힌다. 그만큼 친숙한 나무다. 봄에 타원형 잎과 꽃을 틔우고 나뭇결이 좋아 가구재와 건축재 등으로 많이 쓰인다. 꽃말은 운명이다.



◆오수개 어떻게 생겼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