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전북, 젊잖지 말고 분노하자

기사 작성: 임정웅 전 중국 기보전자 총경리 - 2015.04.06 21:11

전북인은 일반적으로 ‘젊잖다’는 소리를 듣는다. 사전은 ‘젊잖다’를 ‘품격이 속되지 않고 고상하다’ ‘언행과 몸가짐이 의젓하고 예의바르다’라고 풀이한다. ‘젊지 않다’가 줄어든 말로 ‘나이가 적당히 들어서 연륜이 있다’는 의미에서 발전했다고 덧붙이고 있다.

전북인에 대한 ‘젊잖다’는 평가는 사전적 의미 외에 전통, 문화, 여유, 양반다움 등을 내포하여, 전북인에게 자존감의 근거가 되기도 했다. 그래서 전북인은 더 젊잖아지려고 말을 삼가고 행동을 조심했다. 남을 배려하고 사소한 이익을 다투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젊잖다’는 평가가 달갑지 않다. ‘젊잖다’는 말이 ‘하고 싶은 말을 하지 않고 가슴에 담아 둠’ ‘분노해야 할 때 분노하지 않고, 행동해야 할 때 행동하지 않음’ ‘뺏겨도 가만히 있음’ ‘내 운명을 남이 좌지우지해도 순응함’ ‘욕을 들어도 못들은 척 함’의 뜻으로 들리기 때문이다.

어의(語義)가 변한 것이 아니라 전북이 변한 것이다.

산업화 이전 곡창의 풍요를 바탕으로 상대적으로 넉넉했던, 그래서 전통을 소중히 여기고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던, 전북의 경제는 전국 최하위권으로 추락했다. 해방 후 기라성 같은 인물들을 배출하여 중앙 정치를 쥐락펴락하던 전북 정치는 완전히 변방으로 밀려났다. 정치와 경제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뒷걸음질 쳤다. 힘이 없으니 경제를 챙기지 못하고, 경제가 약하니 힘이 없다. 부지불식간에 악순환에 빠져든 것이다.

지금 정부 요직에 전북 출신은 눈 씻고 찾아도 없다. 절대적 지지를 보내준 제1야당에도 없기는 마찬가지다. 전북은 그저 주머니 속 공기돌일 뿐이다. 그러는 동안 LH는 빼앗기고, 새만금은 아직도 신기루다. 호남선 KTX 요금 조정조차 힘겹다. 전화 한 통으로 해결 가능했던 시절은 전설이 됐다. 다른 지역이 국가예산 몇 천억씩 가져갈 때, 전북은 몇 십억에 배고프다.

전북은 현재를 자초했다. 내부 인물에 냉정하고, 타 지역 인물에 관대했다. 내부 인물의 작은 실수는 주홍글씨로 새기고, 타 지역 출신 대통령의 ‘호남 사람들이 나 좋아서 찍어줬나’는 뒤틀린 소리에는 분노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분신에게 86%의 절대적 지지를 보낸다. 전북 정치인들은 정치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그에게 줄을 선다. 평소 무시하다 때가 돼서 찾아가면 웃으며 반겨주니,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생명 없는 교언영색에도 악수하려, 사진 찍으려 몰려든다. 밸도 없다. 그러니 고마워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만만해 한다. 대우를 받지 못한다.

분노해야 할 때 분노하지 않으니 ‘젊잖다’는 소리를 듣는다. 힘 있고 여유 있는 사람에게 젊잖다는 것은 말 그대로 젊잖은 것이지만, 힘없는 사람이 당하고 뺏기고 욕먹고도 젊잖다는 것은 칭찬이 아니라 욕이다.

전북이여, 이제 ‘젊잖다’는 말을 거부하자. 젊어지자. 하고 싶은 말 참지 말고, 분노할 일에 분노하자. 빼앗기면 깽판치고, 안주면 땡깡부리자. 선거 때 표만 가져가고 내팽개치면, 우리도 발로 차버리자. 내편에 관대하고, 네편에 냉정하자. 전북을 주머니 속 공기돌로 여기는 세력을 단호히 거부하자. 현상을 젊잖게 감내할 것인가, 다시 젊게 도약할 것인가. 전북의 자성이 그 출발이다. <임정웅 전 중국 기보전자 총경리>

많이 보는 기사

전북, 젊잖지 말고 분노하자

새전북 만평

4H 동아리 미니선인장 인기 좋아요

이팝나무 하얀꽃이 아름다운 계절이에요

기념관 건립 소장품 설명하는 정경미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