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온누리] 우산장

기사 작성: 이종근 문화교육부 부국장 - 2015.09.03 17:51

국내 유일의 ‘지우산(종이우산) 장인’인 윤규상 우산장(전북 무형문화재 45호)씨가 '예올이 뽑은 올해의 장인상' 을 받는다. 문화재청 산하 비영리단체인 예올이 7일 그랜드 하얏트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리는 ‘예올 후원의 밤’에서 수상을 하는 윤규상은 자칫 옛 기록 속으로 사라질 뻔했던 지우산의 명맥을 오늘날까지 어렵게 이어오고 있다가 지난 2011년 ‘우산장’으로 무형문화재에 지정됐다.

중국 최고 권위의 건축상은 노반장(魯班奬)으로 우산(雨傘)이 그의 발명품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어느 날, 부인 운(雲)씨와 외출하고 돌아올 무렵 비가 쏟아졌다. 부부는 마침 정자를 발견해 비를 피했다. 운씨가 “정자를 많이 세워야겠다. 행인들이 햇볕과 비를 피할 수 있는 곳이 많아질 테니”라고 말했다. 이에 정자를 응시하던 노반은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올랐지만 부인은 갸우뚱했다. 집에 돌아온 노반은 며칠 만에 산(傘)을 만들었다. 뛰어난 장인이었던 노반의 부인이 햇볕과 비바람 아래에서 작업하는 남편을 위해 이동형 정자 격인 우산을 만들어줬다는 얘기도 전해 온다.

한지와 얇게 쪼갠 우산살로 완성한 ‘지우산’하면 흔히 일본 우산을 떠올리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극소수만 가질 수 있는 귀한 물건이었고 근래에는 장식품이나 소장용으로 쓰이고 있다.

‘지우산’은 말 그대로 종이로 만든 우산을 말한다. 대살에 기름 먹인 한지를 붙여 견고함과 고풍스러운 맛을 느낄 수 있는 우리 전통 우산 가운데의 하나다. 그러나 지우산은 불과 1950~60년대까지만 해도 서민들이 사용하던 생활필수품에서, 현재는 그 존재 자체가 거의 희미해져 버린 물건이 됐다. 대량 생산이 되기 시작한 비닐 우산과 천우산에 그 자리를 내주면서부터다. 이같은 우산에 밀려 이제 더 이상 아무도 지우산을 찾지 않을 때에도, 윤우산장은 지우산을 손에서 놓지 못했던 까닭은, 꽃다운 나이 열일곱부터 거친 대나무에 수없이 손을 베고 찔려가며 익힌 가운데 누군가는 지켜내야 할, 민족의 역사와 정서가 녹아있는 물건이라는 그의 신념 때문이었다.

“정치는 민심을 따르는 데서 흥성하고, 민심을 거스르는 데서 쇠망한다(政之所興在順民心, 政之所廢在逆民心)” 명재상 '관중'의 말이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연설에서 인용한 구절이다. 얼마 전, 홍콩인들이 우산을 펼쳐들었다. 경찰의 최루액을 민주화 시위대가 우산으로 막자 외국 언론이 ‘우산혁명’이란 이름을 붙였줬다. 소슬한 가을 바람과 함께 우산처럼 우리들의 희망이, 미래가 코발트색 하늘처럼 활짝 펼쳐진다면 얼마나 좋을까./이종근(문화교육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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