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나사 풀린 농진청…여야 집중난타

[■국정감사] 직원 자녀 계약직 5명, 슬그머니 무기계약직으로

기사 작성: 정경재 기자 - 2015.09.22 17:12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농업진흥청이 여야 의원들로부터 난타 당했다.

농진청 직원들의 기강 해이와 비위, 부실한 농업 행정에 대한 질타가 이어지면서 이양호 농진청장은 해명에 진땀을 쏟았다.

22일 농업진흥청에서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 살벌했다.

전날 전북도청 국감처럼 답변자와 덕담을 나누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질문에 나선 국회의원들은 작심하고 비판을 쏟아냈다.

이날 국감은 직원들의 비위 지적과 부실한 농업행정 질타가 주였다. 여야 할 것 없이 송곳같은 일침으로 농진청을 압박했다.

새누리당 이종배 의원은 농진청의 특혜 채용을 문제 삼았다. 이 의원은 “농진청이 직원 자녀 5명을 계약직으로 뽑았다가 슬그머니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한 사실이 드러났다. ‘최고의 스펙은 부모’라는 자조적 말까지 나온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같은 당 안효대 의원도 “농진청이 최근 5년간 채용한 개방직 공직자 중 민간 출신은 한 명도 없고 모두 공무원 출신이다”며 개방형 직원 제도의 유명 무실론을 제기했다.

농진청 산하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의 방만한 운영도 도마에 올랐다. 규정을 어겨가면서 간부의 성과급을 올려주는가 하면 업무와 관련 없는 골프동호회에 예산을 지원한 사실도 드러났다.

새정치민주연합 황주홍 의원은 “재단이 권고와 지침을 무시하고 ‘제 식구 배불리기’에 혈안이 돼 있다”며 강하게 질타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민수 의원은 한 발 더 나가 농진청 직원들의 범죄 행각을 들춰냈다. 박 의원에 따르면 농진청 9급 서기보부터 5급 연구관까지 직급을 가리지 않고 최근 4년 동안 26건에 달하는 성범죄와 폭행, 사문서 위조 등의 범죄를 저질렀다. 특히 연구에 참여하지도 않은 직원들에게 12억원의 연구비를 부당지급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농진청 직원들의 범죄는 조직 내 기강 해이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고 꼬집었다.

직원 비위에 포화를 퍼붓던 의원들은 부실한 농업 행정으로 총구를 돌렸다.

새정치민주연합 유성엽 의원은 국내산보다 저렴한 중국산 농약의 불법 반입이 심화되고 있음을 지적하고 강력한 단속을 촉구했다. 또 새누리당 이이재 의원은 배와 사과 등 과수에 발생하는 화상병 확산 차단을 위한 방제 대책이 미흡하다고 꼬집었다.

연구기관인 농진청이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새정치민주연합 신문식 의원은 “국내산 종자 보급률이 현저히 부족해 해마다 160억원에 달하는 종자 로열티를 외국에 지급하고 있다. 이는 근본적으로 종자 연구 정책이 잘못됐다는 증거다”고 지적했다.

의원들의 질의가 이어지는 동안 답변석에 앉은 이양호 농진청장은 곤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이 청장은 “직원 채용 문제나 비위 행위에 대해 지적 사항을 겸허히 수용하고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겠다”며 “농진청의 역할에 해당하는 정책 부분도 옳은 방향으로 수정하겠다”고 했다. /정경재 기자 yellowhof@s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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