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작품 속의 다리

서양화가 천칠봉은 고즈넉한 한국의 풍경과 인적 없는 고요한 계곡과 산을 주로 택해, 있는 그대로의 자연의 모습을 세밀한 붓 터치로 표현하는 등 철저한 사생을 바탕으로 한국의 풍경을 사실적으로 담담하게 화폭에 담아낸 작가입니다. 그의 작품 ‘비원 애련정’은 창덕궁 후원의 애련정 주변의 풍경을 그렸으며, ‘존덕정’이란 작품은 붉은색 난간과 기둥의 조화로운 비례, 우아한 지붕선, 색색의 단청 등을 통해 조선 건축물의 아름다움을 엿볼 수 있습니다. 수풀이 우거진 자연 속에 인공물인 정자와 다리가 아스라이 드러나는 돌다리 모습을 통해 자연과 인간 세계의 조화를 보여줍니다. 비록 작은 돌다리로 그래도 홍예 모양을 하고 어른 한 길도 안되는 작은 개울을 건너는 돌다리임에도 제법 모양과 형식을 갖추어 놓았습니다.

박남재 화백의 작품 가운데 ‘금산사의 봄’이란 작품에도 사찰 경내의 다리 가운데 하나가 그려진 바 만인교로 보입니다. 서양화가 윤철규의 작품에는 전주 완산교가, 서양화가 이정웅의 작품에는 부산 영도다리가, 한국화가 홍성모는 청암정, 한국화가 김종현과 한국화가 홍명진은 섬진강의 징검다리를 그림으로 각각 담아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