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신개념 나노소재 개발 성공 "암 치료 효과 크게 향상 시켰다"

전북대 기계공학과 김철생 교수

기사 작성: 강인 기자 - 2015.10.25 19:17

▲ 김철생 교수가 전북대 공과대학 생체시스템 실험실에서 연구원들과 나노 물질을 생산하는 기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전북대학교의 성장이 눈부시다. 지방대학이라는 열세를 극복하고 국내는 물론 세계 대학평가에서 선두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이남호 총장은 취임 이후 ‘성장을 넘어 성숙으로’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대학 발전을 선도하고 있다. 전북대학은 지난 6월 ‘2015 아시아 대학평가’에서 국내 종합대학 중 11위를 기록했다. 아시아권 성적표도 13계단(74위)이나 치솟았다.

전북대학의 알토란같은 성장에는 대학 구성원들의 치열한 노력이 뒷받침됐다. 이 가운데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석학들의 연구 성과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공과대학 기계공학과 김철생 교수도 한 가운데 있다.

김철생 교수 연구팀은 지난 3월 암 치료 효과를 크게 향상시킨 신개념 나노 소재 개발에 성공해 세계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연구팀은 산화철 나노 입자와 항암제를 결합한 새로운 물질을 개발했다. 이 물질은 정상 세포는 살리면서 암세포만 죽이는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는데 기여했다. 암 환자들에게 희망을 안긴 연구 결과다. 연구 논문은 세계 저명 학술지인 ‘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게재됐다. 김철생 교수는 지난 22일 개교 기념일을 맞아 학교가 처음 제정한 ‘참 스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후속 연구로 바쁜 김철생 교수를 만났다. 연구실에서 김 교수는 연구팀과 함께 열정적이며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 획기적인 연구 실적이다. 비결이 있나.

“쑥스럽다. 혼자 한 일이 아니다. 밤낮으로 함께 고생한 여러 제자와 연구팀원들 덕분이다. 암세포는 고온에 약하다. 보통 42도 이상이면 죽는 경향이 있다. 암세포에 직접 열을 가하면 치료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간단한 아이디어가 큰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번에도 같은 경우다. 더구나 한국인들이 손재주가 좋아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설명하면 결과물이 금방 나온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더 많기에 연구를 계속 이어 가겠다.”

△ 연구를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공학은 기초학문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기업과 연관되는 실용적인 연구가 중요하다. SCI 논문(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연구논문)도 채택 여부 핵심은 창의적인 내용이 있는가에 달려 있다. 따라서 공과대학 교수가 전문분야 특허를 가지려면 세계적인 논문 투고는 기본이다. 그 동안 등록된 다수의 특허를 바탕으로 바이오 융합기술을 통해 삶에 이로운 연구를 실현하고 싶다. 또 남은 재직기간 동안 후배 교수들과 협력연구를 수행해 세계적인 연구실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 싶다.”

△ 최근 전북대가 선정한 ‘참 스승’ 상을 수상했다.

“올 해 처음 만들어진 “참 스승상” 대상은 교육, 연구, 산학협력, 봉사 부문을 평가해 수상자를 선정한다. 공과대학 교수로서 다양한 산업체 경험과 연구 교육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 부문별로는 나보다 훨씬 훌륭한 교수들이 많다. 우리 실험실 뛰어난 후배 교수와 연구교수들, 25명의 석·박사 연구 인력의 덕분이다.”

△ 원래 교수가 꿈이었나.

“어릴 때부터 가르치는 것을 좋아했다. 하지만 지리산 산골에서 태어나 경제적 어려움이 많아 사업가가 되기를 희망했다. 대학 재학 당시 생체 재료라는 새로운 학문에 도전해 프랑스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것이 강단에 서는 계기가 됐다. 미국 펜실바니아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은 뒤 연구원 생활을 마치고 1990년 귀국했다. 대학에서 7년 정도 근무하던 중 사업에 대한 미련이 남아 한 의료기기 회사 연구소장 직을 겸직하며 창업을 꿈꾸기도 했다. 지금은 제자를 가르치고 연구와 개발하는 일이 즐겁다. 천직인 것 같다.”

△ 교수라는 직업이 가진 고충도 적지 않을 것 같다.

“교수라는 직업은 통제하는 상사가 없기에 매일 자신과 싸움의 연속이다. 또한 학생과 사회가 요구하는 도덕성은 높은 까닭에 항상 자기관리를 하고 살아야 하는 스트레스가 많은 직업이다. 시대 흐름에 맞게 교수들 사이에서 경쟁을 요구하는 제도도 적지 않다.”

△ 기억에 남는 스승이 있나.

“여러 분들이 있지만 중3 사춘기 방황하던 시절 붙잡아준 송연호 선생님이 생각난다. 저녁 무렵이면 자취방을 자주 방문해 주셨다. 또 학문에 정진하지 않고 인생의 방향을 잡지 못한 채 갈팡질팡할 때 묵묵히 지도해 주신 석사 논문 지도교수 노병준 교수님이 떠오른다. 자주 안부를 여쭙지 못해 죄스런 마음이다. 나도 그분들처럼 학생들을 자식처럼 사랑하려고 하는데 학생들은 아는지 모르겠다(웃음).”

△ 제자들을 가르치는 특별한 노하우가 있나.

“기업 경영에서 자주 나오는 말 가운데 일등 경영자의 품성은 ‘똑똑하고 게으른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신입 대학원생이 들어오면 스스로 길을 찾고 연구하는 것을 즐길 때까지 방치하는 편이다.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배려하면 뒤늦게 잠재 능력을 발휘하는 학생이 많다.”

△ 오랫동안 연구를 하면서 에피소드가 있다면.

“재미난 일보다 뿌듯한 일이 있다. 자국에서는 어려운 환경 탓에 칠판도 없는 곳에서 공부했던 네팔 학생이 전북대학에서 공부를 마치고 귀국한 뒤 최고 과학자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또 몽골 출신 여학생도 지난해 자국에서 젊은 과학자상을 수상해 교수로 임용되기도 했다. 제자들이 잘 된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자부심을 느낀다.”

△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영국에서는 창업한 대학교수 중 2,500명가량은 백만장자라는 통계가 있다. 우리나라도 머지않아 같은 상황이 올 것이다. 이처럼 지역대학 발전이 지역발전에 필요한 원동력이 되는 시대가 됐다. 지역거점대학으로서 전북대학 발전을 위해 도민의 애정과 관심을 부탁드린다.”

김철생 교수는 생체재료 분야 연구를 수행하며 최근 3년간 82편의 SCI 논문(상위 10% 논문 32편)을 발표했다. 또 의료기기 관련 특허를 60여건 보유하고 있다. 전북대학교 기계공학과 학사와 석사를 졸업한 뒤, 프랑스 루이파스퇴르대학교에서 박사를 취득했다. /강인 기자 kangin@sjbnews.com

전북대학교가 아시아 중심 대학으로 성장, 도민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고 있다.

주요 평가기관의 호평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6월 영국 글로벌 대학평가기관인 QS(Quacquarelli Symonds)와 조선일보가 주관한 ‘2015 아시아 대학평가’에서 국내 종합대학 중 1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보다 3계단 뛰어오른 순위다.

아시아권 성적표도 13계단이나 치솟았다. 3년 전에는 100위권 밖에 머물렀지만 2013년 97위로 ‘탑 100’에 진입한 뒤 2014년 87위, 2015년 74위를 기록하며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다. 평가는 아시아 17개국 507개 대학을 대상으로 교원 1인당 논문 수, 교수 1인당 학생 수, 졸업생 평판도, 국제화 수준 등 4개 항목의 경쟁력을 점수로 환산한 것이다.

이어 지난 7월 CWUR이 발표한 ‘2015 세계대학 랭킹’에서도 국내 종합대학 ‘탑 10’에 영예를 안았다. 세계적으로 422위를 기록해 글로벌 대학의 면모를 갖췄다는 평가다. 또 생산되는 논문 질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6월 네덜란드 라이덴대학 과학기술연구센터가 내놓은 ‘2015 라이덴 랭킹’에 따르면 세계 학자들이 많이 인용한 연구논문 상위 1%에서 국내 종합대학 중 6위를 차지했다. 지역거점 국립대학 중에선 1위다.

이남호 총장은 “교직원과 학생들이 한마음으로 노력한 덕에 해를 거듭할수록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다. 이를 지렛대 삼아 전북대만의 경쟁력 있는 브랜드를 만들도록 하겠다”며 “내년 초 지미카터 전 미국 대통령을 초청해 공동학술대회를 개최하고 명예박사학위도 수여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세계 속에 ‘전북대’라는 브랜드를 알리겠다”고 했다. /강인 기자 kangin@s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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