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융복합 교육으로 창의력 키워…글로벌 네트워크 구축도

[■공학교육 혁신 사업 현장을 가다] <1> 국제 캡스톤 디자인 캠프

기사 작성: 랑카위(말레이시아)=임병식 기자 - 2016.02.14 18:24

흔히 한국 학생들은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우수한데 대학에 진학하면 뒤쳐진다고 한다. 국제 수학올림피아드 성적이 대표적 사례로 제시된다. 이 대회에서 한국 중·고등학생들은 줄곧 상위권이다. 하지만 대학에 진학하면 외국 학생들과 경쟁에서 뒤떨어진다. 교육 전문가들은 창의력 부족을 원인으로 꼽는다. 기계적인 암기와 획일적인 주입식 교육의 한계다. 창의력은 개인은 물론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캡스톤·Capstone)이다. 특히 공과대학생들에게 요구되는 역량이다. 지난달 29일부터 2월 4일까지 말레이시아 랑카위에서 ‘2016국제 학생 캡스톤 디자인 캠프(IS-Capstone Design Camp)’가 열렸다. 글로벌 융합 교육을 통한 공학교육의 혁신 모델을 모색하는 자리다. 여기에는 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타이완, 인도네시아 등 5개 국가 18개 대학 170여명의 대학생들이 참가했다. 전북대학교 공학교육혁신 거점센터가 주관한 캠프는 올해로 7회째다. 동행 취재를 다녀왔다. 캡스톤 디자인 캠프와 말레이시아 주요 도시를 소개한다.

먼저 캡스톤 디자인(Capstone Design)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창의적 종합설계'로 풀이되는 캡스톤 디자인은 엔지니어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다. 예를 들어 제품 설계 과제를 학생들이 직접 수행하면서 개발부터 생산까지 과정을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다. 학생들은 분야별로 습득한 지식을 바탕으로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제품을 설계, 제작, 평가함으로써 창의성, 실무 능력, 팀워크 능력, 리더십을 키운다. 교육부는 공학교육혁신사업 일환으로 2013년 전국에 6개 공학교육혁신 거점센터를 구축했다. 전북대학 공학교육혁신 거점센터는 전북, 전남, 광주, 충남, 충북, 제주지역 14개 대학에 센터를 두고 있다. 이 사업은 10년 과정이다. IS-Capstone는 전북대학교 공학교육혁신 거점센터가 주축이 되어 동남아시아 5개국과 공동 추진하는 프로그램이다.

캠프가 진행된 말레이시아 랑카위에는 전북대학교를 포함해 싱가포르 NTU(난양공과대학), 인도네시아 ITB(반둥공과대학), 말레이시아 UKM, 타이완 THU(동해대학) 등 17개 대학에서 170여명의 대학생이 모였다. 19개 그룹으로 편성된 캠프는 팀 미팅, 디자인 제안 설명회, 엔지니어링 솔루션 경쟁 등 다양한 과제를 수행했다. 외국 학생들과 팀을 이뤄 과제를 수행한 경험이 없는 까닭에 첫 만남은 서먹했다. 첫날은 그래서 서로를 파악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군산대학 황재정 교수를 시작으로 17개 참가 대학 소개로 문을 열었다. 이어 참가 학생끼리 자기소개와 팀원 이름을 익히는 시간을 가졌다. 어느 정도 친숙한 분위기가 형성되자 학생들은 팀별로 어떤 과제를 수행할 지 논의했다.

젊음과 열정이 있기에 친구가 되는 데 많은 시간은 필요치 않았다. 마시멜로와 나무젓가락만을 이용해 탑을 쌓는 첫 과제에서 학생들은 서로에게 마음을 열었다. 이들은 어렵게 탑을 쌓으며 협업과 창의력의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인식했다. 가장 높은 탑을 쌓는 팀에게 우승이 돌아갔다. 이어 무인도에 표류했을 경우를 가정해 일주일동안 생존할 수 있는 보금자리를 만드는 과제를 놓고 머리를 맞댔다. 학생들의 다양한 재치가 번뜩였다. 한국식 온돌과 모래를 이용한 정수 시스템은 문화교류의 산물이다. 아열대 지역에 위치한 대부분 동남아시아 국가는 난방 시스템이 발달하지 않았다. 이들에게 한국식 온돌은 생소하지만 구들을 데워 오랜 동안 난방이 가능한 방식은 흥미로웠다. 다양한 문화가 빚어낸 창의적 결과물이다.

둘째 날은 야외 활동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랑카위에 위치한 망그로브 숲을 보전하기 위한 자연 보호활동이다. 해안선을 따라 망그로브 숲이 집중된 랑카위 키림 숲 일대는 2006년 유네스코 지질공원으로 지정됐다. 동남아시아 최초로 지정될 만큼 망그로브 숲의 가치는 뛰어나다. 학생들은 이곳에서 망그로브 묘목을 심으며 구슬땀을 흘렸다. 40도 가까운 땡볕 아래서 사라져가는 망그로브 숲을 복원하는 소중한 체험을 했다. 바지를 걷어 부친 채 뻘 밭에서 망그로브 묘목을 심으며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 셋째 날은 캡스톤 디자인 캠프의 마지막 과정이다. 자신들이 창업을 한다면 어떤 아이템으로 어떤 아이디어를 담을지 협업하는 프로그램이다. 참가 학생들은 건축, 화공, 기계, 정보통신, 산업디자인, IT 등 전공이 다양하다. 융복합 혁신교육 모델을 모색하는 캡스톤 디자인 캠프에 방점을 찍는 프로그램이다.

학생들은 팀별로 자신들을 벤처 창업가로 상정하고 상품화가 가능한 제품을 디자인, 설계하는데 아이디어를 집중했다. 다양한 전공, 다양한 문화가 융합돼 흥미로운 제품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교환하며 제품의 틀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협업과 창의력의 중요성을 거듭 실감했다. 마지막 날 프리젠테이션은 학생들의 발표에 대해 교수들의 제안과 조언으로 진행됐다. 학생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 대한 조언과 제품화까지 보완해야 할 사안을 꼼꼼하게 파악하는 자리다. 6그룹에서 제안한 ‘바탕구’라는 노인용 지팡이 제품이 주목을 끌었다. 인도네시아 ITB 디안 학생은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 증가율은 12.2%로 노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동남아시아 국가 대부분 비슷한 사정이다”면서 자신의 팀에서 개발한 노인용 지팡이와 보조 의자를 설명했다.

고령화 추세를 감안한 이 제품은 노인들이 위기 상황에서 처했을 때 긴급 구조가 가능하도록 한 제품이다. 알루미늄 소재 지팡이에 경보 장치를 설치해 위급 상황에서 버튼을 누르면 병원이나 가족에게 경보가 전달되는 방식이다. 제안 설명에 대해 교수들은 경량화와 경보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앱 개발 필요성을 조언했다. 싱가포르 난양공과대학(NTU) 문승기 교수는 “학생들의 창의력이 돋보이는 아이템이 눈에 뜨였다. 제품화까지는 앞으로 많이 다듬어야 하지만 아이디어 단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광주대 조정호 교수는 “캡스톤 디자인 캠프의 매력 가운데 하나는 다양한 문화를 기반으로 융복합 사고를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충남대학 박재혁 군은 “동남아시아는 게으르고, 우리보다 국제화 수준이 뒤떨어져 있을 것이란 편견을 깨는 소중한 시간이 됐다. 또 영어가 원활하지 못해 애를 먹었는데, 국제화 시대 영어 공부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입을 모았다. 홍정표 전북대 교수(산업디자인)는 "무엇보다 민간 외교 역할을 꼽고 싶다. 미래 주역인 학생들이 국제 무대에서 서로를 알리고 상대 국가를 존중하고 배려함으로써 민간 외교관 역할을 수행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랑카위(말레이시아)=임병식 기자 montlim@sjbnews.com

△김동원 전북대학 공학교육혁신 거점센터장

"올해로 7회째를 맞는 캡스톤 캠프는 해를 거듭하면서 규모가 커지고 내적 성장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참가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아 흐뭇하다."

캡스톤 캠프를 4년째 주관하고 있는 전북대 김동원 교수(전북대학 공학교육혁신 거점 센터장)은 "캠프에 참가한 학생들에게 스스로 자기 계발을 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함으로써 우물 안 개구리를 벗어나 국제 사회에 필요한 인재로 성장하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며 "이제는 국내 대학 간 네트워크를 넘어 국제 네트워크 구축이 중요한 시대가 됐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성장하는 학생들에게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은 중요한 발판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대학은 국제 관계 네트워크 구축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이어 "지금까지 대학은 연구개발에 주력했는데 이제는 교수들이 구축한 해외 네트워크를 이용해 학생들이 참여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하도록 도와야 한다. 이를 위해 대학과 교수들의 인식 전환, 그리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네트워크 구축에 필요한 비용은 호스팅으로 해결이 가능하다"는 김 교수는 "미주나 유럽이 아닌 동남아시아 지역 대학과 캠프를 갖게 된 것도 비용 절감을 위해서다"면서 "동질감이 있는 동남아시아 국가끼리 교류라는 점에서 동반 성장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캡스톤 캠프의 유용성에 대해 김 교수는 "국내에서도 이미 학과를 넘어 특정한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이를 외국 대학으로 확장하면 다양한 전공, 다양한 문화를 바탕으로 창의적이며 융합적인 협업이 가능하다. 서로 다른 문화가 결합할 때 창의적인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 이번 캠프에서 나온 온돌이 좋은 사례다"고 언급했다.

끝으로 김 교수는 "캡스톤 캠프를 통해 상상력을 뛰어넘는 창의적인 산물이 나올 수 있고, 이를 기업에 접목하면 성장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면서 "한국기업들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한편 공학교육혁신 거점센터는 서울 3개소(성균관대 고려대 서울과기대), 지역 3개소(전북대 부산대 영남대) 등 총 6개소에 64개 센터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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