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로서 묵묵하게 소명 다 하겠습니다
의사로서 묵묵하게 소명 다 하겠습니다
  • 강인 기자
  • 승인 2016.03.10 17: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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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서 피우는 희망가] ■예수병원 새내기 의사 정태원 레지던트
▲ 정태원 레지던트
일반 사람들에게 법원과 함께 안 갈수록 좋은 곳으로 꼽히는 곳이 있다. 생(生)과 사(死)가 함께 존재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가깝지만 먼 곳, 병원이다.

일반인들에게 꺼려지는 공간이지만 오늘도 내일도 병원은 쉴 새 없이 돌아갈 것이다.

환자들에게는 저마다 사연이 있다. 이들을 돌보는 보호자들에게도 애환이 있다.

그런가 하면 병과 상처가 치유되는 이들에게는 기쁨이 있기도 하다. 또 병원에는 환자를 돌보는 의사와 간호사,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들을 돕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의 일상과 도내 병원 운영에 대해 ‘병원이야기’를 통해 깊이 있게 들여다본다. /편집자주



의사가 되는 과정은 만만치 않다. 높은 경쟁률을 자랑하는 의대(또는 의학전문대학원)에 들어가야 한다. 의대에서 의예과 2년과 의학과 4년 동안 전의학 과정을 포괄적으로 배운다. 6년 과정을 마치면 의사 국가고시에 응시할 수 있고, 시험에 합격하면 의사면허증이 발급된다.

의사면허가 나오면 통상적으로 병원에서 인턴 과정을 1년 간 거친다. 이후 레지던트(전공의 과정)로 4년을 근무한다. 이를 마치면 전공의 시험을 볼 수 있고, 합격하면 전공의 자격을 갖게 된다. 전공의가 되기까지 적어도 11년이 걸리는 것이다.

기획 첫 탄을 맞아 도내 최초 종합병원인 전주 예수병원을 찾았다. 118년 역사를 자랑하는 예수병원은 그동안 841명의 인턴과 792명의 레지던트를 배출했다. 현재는 인턴 13명과 레지던트 75명이 근무하고 있다. 남녀 성비는 3:1가량 된다. 연령층도 1972년생부터 1991년생까지 폭넓다.

최근 예수병원에서는 새내기 의사 36명이 새로운 출발을 시작했다. 인턴 13명, 레지던트 23명이다. 의사로서 첫 발을 내디딘 이들에게 ‘의사가 됐다’는 기쁨과 ‘앞으로 갈 길이 멀다’는 우려 중 어떤 감정이 클까. 새내기 의사 정태원(34)씨를 만나봤다.

다음은 정씨와 일문일답.



- 의사를 꿈꾸게 된 동기가 있다면

“15살 무렵 친누나가 에릭시걸의 ‘닥터스’라는 책을 소개해 줬다. 재미있게 읽었고 등장하는 의사들이 멋있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 의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순간이다.”



- 의사가 되기까지 힘든 점이 많았을 거 같다.

“공부가 제일 힘들었다. 대학시절 공부를 잘한 편이 아니어서 유급을 한 번 당하기도 했다. 국가고시는 두 번이나 떨어졌다. 힘든 시기였다. 친구들은 안정된 직장에 들어가거나 가정을 꾸리기 시작할 때 시험에 떨어지니 ‘내 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종교의 힘을 빌려 마음을 다잡고 뜻을 이룰 수 있었다.”



- 타인의 동경을 받는 직업이다. 자부심이 남다를 것 같은데.

“솔직히 난 강한 체력도 없고, 남들보다 특별한 지식도 가지고 있지 않다. 환자를 휘어잡는 카리스마도 부족한 거 같다. 뛰어난 의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종교적 소명으로 일하고 있다. 하나님의 사랑과 능력을 세상에 전하고 싶을 뿐이다.”



- 의사로서 보람찬 기억이 있나.

“처음부터 유난히 힘들게 하는 환자들이 있다. 대개 장기 입원 중이고 중증 환자인 경우가 많다. 마음에 상처가 있어 그런 거지만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런 환자들과 가까워지면 얼굴만 봐도 서로 반가워진다. 의사로서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다. 무엇보다 이런 환자들이 건강이 회복돼 퇴원하면 보람을 넘어 행복을 느낀다.”



   
 
   
 
- 의사 업무 중 가장 힘든 일은 무엇인가.

“힘들어하는 일도 개인차가 있다. 어떤 친구는 몸이 힘든 일을 싫어하고, 어떤 이는 정신적으로 힘들어지는 상황을 싫어한다. 나는 후자에 속한다. 인터시절 상처 소독이나 채혈 등은 오히려 즐겁게 했다. 반면 환자를 평가하거나 윗선에 보고하는 일에는 부담을 많이 느낀다. 내 판단으로 환자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도 수련 과정이기에 익숙해질 거라고 생각한다.”



- 첫 발을 내디딘 셈이다. 목표가 있다면.

“아직은 어둡고 한산한 새벽 고속도로를 헤드라이트와 내비게이션만 의지한 채 운전하는 기분이다. 그저 묵묵하게 의사 소명을 다 하겠다.”



- 존경하는 의사가 있나.

“장기려 박사의 전기를 읽고, 그와 같은 의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한국 최고 외과의사임에도 항상 소박하게 생활하고, 평생 가난한 이들을 섬긴 모습을 존경한다.”



- 일상생활이 궁금하다. 식사는 어떻게 해결하나.

“대개 병원 1층 외래식당을 이용한다. 예수병원 식당은 다른 병원에 비해 정성이 들어갔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음식이 맛있다. 하지만 일을 하다보면 끼니를 놓칠 때가 많다. 그럴 때면 편의점에서 빵과 음료수로 때운다.”



- 출퇴근은 어디서.

“숙소 생활을 한다. 전공의 초년차라 출퇴근 개념이 없고 병원에서 산다고 보면 된다. 인턴 시절 24시간 근무, 24시간 휴식인 응급실과 영상의학과에 있을 때 집이 가까워 출퇴근을 하기도 했다.”



- 끝으로 동기들에게 한 마디 전한다면.

“의사가 되고 가장 큰 기쁨 중 하나가 동기들을 만난 것이다. 앞으로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들이 있겠지만 서로 의지하면서 버텼으면 좋겠다. 언젠가 힘든 시간을 이야기하며 웃을 날이 올 거라고 믿는다.”

/강인 기자 kangin@s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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