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청춘남녀, 반가운 청춘영화
반가운 청춘남녀, 반가운 청춘영화
  • 김선중 전주영화제작소 영화관 운영매니저
  • 승인 2016.05.12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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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엔-영화이야기] ■초인


영화를 보면서 기대하는 감정은 다양하지만 요즘 들어서 겪고 싶은 감정이 있다면 ‘반가움’이다. 달리 말하면 반가운 영화들을 만나기가 의외로 쉽지 않다는 뜻이다. 지난 한 해에만 1,200여편의 영화가 개봉했을 정도로 과거보다 많은 작품들이 극장에 상영되지만 만족할 만한 작품, 눈길을 끄는 작품이 예전보다 늘어났다는 생각이 들진 않는다. 오히려 판에 박힌 기획영화들 때문에 아쉬움을 느낄 때도 많다. 이는 상업영화와 독립예술영화를 구분할 것 없이 적용할 수 있는 이야기다. 어쩌면 너무도 많은 영화들이 만들어지는 탓에 좀 더 참신하고 개성 있는 작품을 만들기 어려운 것일지도 모른다. 다행히도 반가운 영화들은 아쉬움에 지칠 즈음이면 어느 새 홀연히 나타나 마음을 달래준다. 이번 주에 소개할 영화 <초인>도 오랜만에 반가움을 안겨줄 수 있는 작품이다.

<초인>은 본의 아니게 말썽을 부린 탓에 사회봉사명령을 받고 잠시 도서관에서 일하게 된 체조선수 최도현(김정현)과 도서관에서 매일같이 책을 빌리는 소녀 최수현(김고운)과의 이야기를 다룬다. 책 한 권 제대로 읽어본 때가 까마득한 도현과 달리 수현은 늘 책을 품에 안고 산다. 좀처럼 어울리거나 만날 일이 없을 것 같은 둘은 우연히 병원에서 처음 마주치게 되고 넉살좋은 도현의 관심이 발전하여 친구사이가 된다. 체조선수로서 앞날을 고민하면서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모시고 있는 도현, 둘도 없이 친했던 친구와 다투고 화해하지 못한 채 이별했던 수현은 예상 밖의 만남으로 각자의 삶에 잔향이 될 새로운 경험을 얻게 된다.



새로운 얼굴을 만나는 반가움

<초인>이 반가운 가장 큰 이유는 새로운 인물을 만나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서은영 감독부터가 영화 <초인>을 데뷔작으로 연출한 신인이다. 인천출신이면서 이곳 전주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서은영 감독은 2013년 한예종 영상원 연출전공으로 졸업하였고 인천 영상위원회의 제작지원 하에 <장마>, <알바천국>, <살인의 시작> 등의 단편영화들을 연출하며 차근차근 커리어를 쌓아왔다. 이후 첫 장편인 <초인>이 영화진흥휘원회와 서울영상위원회의 제작지원으로 완성된 후 제20회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되어 ‘대명컬쳐웨이브상’을 수상하고 '제41회 서울독립영화제'에 초청 상영되며 주목을 받고 있다.

주연을 맡은 배우 김고운, 김정현 역시 <초인>으로 만날 수 있는 새로운 얼굴이자 기대가 되는 신인이다. 두 배우는 지난 해 말 KT&G상상마당에서 열린 연말 배우기획전에서 김준면, 김희찬 등과 함께 ‘2016 NEW ICON’ 으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특히 도현 역을 맡은 김정현 배우는 신인 배우에게서 느낄 수 있는 풋풋함, 능청맞은 행동과 익살스러움을 담아내는 표현력, 과도함이 배제된 발성과 연기에서 느껴지는 자연스러움 등의 다양한 매력이 돋보인다. 상업영화에서 볼 수 없는 새로운 스타를 발굴해내는 것이 독립영화의 역할이라고 한다면 <초인>은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낸 셈이다.



청춘영화를 만나는 반가움

굳이 청춘영화로 <초인>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매 시기마다 많은 청춘 영화들이 만들어진다. 하지만 많은 작품들이 청춘을 드러내기보단 회상하거나 조소하는데 그치는 경우들이 많았다. 완성도 탓일 수도 있지만 청춘이 단지 소재활용에만 머무른 탓도 있다. <초인>은 상업영화보다 인지도는 약할지언정 청춘영화로서는 출중한 작품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초인’은 니체의 ‘위버멘슈’(Ubermensch, 영어로는 Overman)을 뜻하며 자신의 모든 것을 극복하여 한계를 뛰어넘은 가장 완벽한 극복인간을 가리킨다. 항상 움직이며 나아가는 자이고 몰락하는 자이지만, 동시에 몰락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상승하는 자이다. 서은영 감독의 <초인>은 니체의 개념을 영화 속 대사와 소품으로 삽입하는 한편 주인공인 도현과 수현의 상태를 ‘움직이고 나아가려는’ 방향으로 유도하며 청춘의 모습에 힘을 불어넣는다.

두 사람 모두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주변 상황이 개선되거나 바뀔만한 사건을 겪진 않는다. 도현의 어머니(서영화)는 치매에서 낳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수현에게도 특별한 사건이 발생하진 않는다. 그러나 도현은 수현에게 밝은 에너지를, 수현은 도현에게 책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소개해준다. 만남 이후 둘은 피치 못할 사정으로 떠나게 되지만, 도현과 수현은 각자의 지향점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단지 훌륭한 체조선수나 특정한 직업이 아닌 각자의 방식대로 ‘초인’을 꿈꾸며 삶을 계속 살아간다. 이는 <초인>에 등장하는 청춘남녀의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청춘기를 살고 있는 신인배우인 두 주인공, 데뷔작을 만든 서은영 감독 뭉쳐 과감하게 ‘초인을 향한 여정’을 청춘과 결부시킨 작품 자체와도 맞닿는다. 그리 본다면 영화 <초인>에서 초인과 청춘은 서로 가까운 개념으로 공존하는 것이기도 하다. 밝은 에너지와 청춘의 진지한 접근이 공존하는 청춘영화, 이만하면 <초인>은 충분히 반겨줘야 마땅할 작품이다.



* 영화 <초인>은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5월 10일(화) 정식 개봉되어 상영 중이며 오는 5월 18일(수) 저녁 8시 30분 상영이 끝난 후에는 서은영 감독, 김정현 배우와 함께하는 관객과의 대화도 열릴 예정이다.





/김선중 전주영화제작소 영화관 운영매니저



<초인> (2015)

감독 : 서은영 ∥ 주연: 김정현, 채서진(김고운) ∥ 102분 ∥ 멜로/로맨스 ∥ 12세 관람가

■ 개봉일시 : 5월 10일 화요일

■ 상영장소 :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전주영화제작소 4층)

■ 관 람 료 : 일반 5,000원, 할인 4,000원(후원회원, 만 65세이상, 장애인, 청소년, 국가유공자 등)

■ 문 의 :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 063-231-3377 (내선 1번) / http://theque.jif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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