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를 거듭할수록 성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제작이 늘어나면서 관객들 역시 관련 작품들을 접하는 횟수는 늘어나고 진입장벽은 점점 낮아지기 시작했다. 관객들도 성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를 ‘퀴어 영화’라는 이름을 떠올리기 보다는 작품명 자체를 먼저 거론하며 시놉시스 내용을 중심으로 작품을 논하는 경우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좀 더 나아가 성소수자들의 삶을 다룬 영화가 여타 드라마 영화들이 주는 정서로부터 크게 동떨어져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있다면 ‘퀴어 영화’라는 용어는 언젠가 역사 속 용어로 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시점에서 <로렐>은 주인공들의 동성애 관계를 크게 의식하지 않으면서 삶을 쟁취하려는 평범한 이들의 드라마로 관객들에게 어필 할 수 있는 작품이다.

23년 동안 뉴저지 주 오션 카운티에서 경찰관 생활을 해온 로렐 헤스터는 우연히 나간 배구 클럽에서 단발머리의 소녀 스테이시 앤드리와 만나 사랑에 빠진다. 연인으로 함께 한 지 1년이 지난 후 동거를 위해 집까지 마련한 로렐은 뜻밖에도 시한부 암 선고를 받게 된다. 로렐은 자신이 죽은 이후에도 경제적 능력이 빠듯한 스테이시가 계속 자신의 집에서 살 수 있도록 연금을 양도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오션 카운티 시의회에서 로렐의 요청을 거부한다. 남은 여생동안 로렐은 스테이시에게 평범한 삶을 선물하기 위해 여력을 쏟기 시작한다.

영화 <로렐>은 2007년 제80회 아카데미 영화제 단편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한 신시아 웨이드 감독의 <프리헬드>를 원작으로 삼아 제목까지 그대로 취한 작품이다(<로렐>은 한국 제목). 실존인물을 다룬 대부분의 영화가 그렇듯이 기본적인 서사의 내용들은 故로렐 헤스터와 스테이시 앤드리가 겪은 실제 사건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영화적으로 <로렐>은 실존인물을 다룬 기존 영화들의 연출전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만일 사건이 선사하는 감동이나 이야기의 실체에 좀 더 접근하고 싶다면 앞서 언급한 단편 다큐멘터리 <프리헬드>를 구해 관람하는 것만으로 충분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