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날은 열흘 간격으로 찾아온다. 올해는 17일이 초복, 27일은 중복, 다음달 16일이 말복이다. 옛 선조들은 무더위에 차가운 음식을 주로 먹기 때문에 건강에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의학적으로도 여름에는 다른 때보다 몸의 열이 더 많이 빠져 나가기 때문에 기력이 보충되어야할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이를 위해 더위가 극심해지는 복날에는 보양식 챙겨먹는 것이 하나의 관례가 됐다.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복날에는 삼계탕을 맛보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이마에 맺힘 땀방울과 함께 비워낸 삼계탕 한 그릇은 지쳐있던 심신에 활기가 북돋아 준다./편집자 주



△ 보기만 해도, 맡기만 해도 영양보충

닭발을 푹 고아 낸 육수에 닭 한 마리를 삶는다. 노릇노릇하게 익은 닭 안에는 찹쌀과 멥쌀, 녹두, 대추, 인삼 등으로 가득 메워져 있다. 닭살이 아닌 갖은 재료를 넣은 밥알이 윤기를 내며 꽉 차 있으니 보기만 해도 힘이 솟는다.

삼계탕은 한 사람이 먹을 수 있을 정도의 작은 햇병아리를 인삼과 대추, 찹쌀, 마늘 등을 넣고 고은 보양식이다. 우리나라는 보통 복날을 맞아 원기회복을 위해 삼계탕을 먹지만 다른 나라의 경우 장어, 버섯, 해삼 등을 보양식으로 먹곤 한다.

평소에도 튀긴 닭, 구운 닭을 자주 먹곤 하는데 한 해에 세 번 찾아오는 복날마저 닭요리를 먹으니 우리나라만큼 닭을 즐겨먹는 나라도 없을 것이다. 뚝배기 안에 들어 있는 중간 중간 큼지막한 붉은 대추는 국물의 단맛을 내고 인삼은 쓴맛을 내니 둘의 적절한 조화가 고소한 국물 맛에 감칠맛을 돋운다.

닭을 먹기 좋게 가르고 뜯다보니 연둣빛 녹두가 완두콩처럼 쏟아져 나온다. 인삼향이 강한 삼계탕이 싫다면 고소한 맛을 더해주는 녹두와 대추로 쓴 맛을 잡아준다.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뚝배기에 반쯤 잠긴 닭을 반으로 갈라내니 보기만 해도 마음이 차분해지는 색과 향에 빠져든다. 맛보기 전부터 보신한 기분이다.

김순이의 음식점 이야기 "매장의 룰을 만들어라"

‘밥은 두 번 비비면 맛이 없다.’

나는 직원이 한 번 퇴사하면 절대 재입사시키지 않는다. 음식점을 오픈해서 보니 주인이 열심히 한다고 잘되는 업종이 아니었다. 한 가지 가장 큰 문제는 인력이었다. 음식점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동료들 간에 손발이 맞지 않으면 참 힘든 사업이다. 그것도 주방과 홀이 물 흐르듯 호흡이 맞지 않으면 맥이 끊어진다. 처음 음식점을 오픈할 때 나는 음식만 맛있으면 무조건 잘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음식점을 운영해보니까 더 중요한 문제가 다른 곳에 있었다. 오늘 함께 일하던 직원이 다음 날 아침에 안 보일 때가 보통이다. 음식 파는 일보다 직원들 구하는 일이 더 힘들다는 것을 오픈하고서야 알았다. 왜 이렇게 이직률이 높을까(?). 직장이라는 개념이 전혀 없었다. 본인 스케줄에 맞춰서 가정 문제가 생기면 그날은 쉬는 날이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너무 고민스러웠다. 음식점도 하나의 직장이라는 개념을 심어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가만히 보니 임금 구조가 그럴 수밖에 없었다. 오래 다닌다고 해서 호봉이 올라가는 것도 아니고, 퇴직금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하루 일해서 하루 임금을 가져가다 보니 전혀 소속감이 없었다. 그 당시 음식점에서는 퇴직금이라는 것을 생각도 안 했을 때였다.



일단 퇴직금 제도를 만들었다. 또 하나 음식점은 휴일에 손님들이 몰리는데 오히려 직원들이 휴일 날 쉬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휴일 수당도 만들었다. 이렇게 해서 어느 정도 시스템을 만들고 보니 10년, 15년 장기근속자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지금은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제도도 실시하고 있다. 이런 체계를 잡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당장 손에 쥐어지는 급여가 중요한 것이지 나중에 받는 퇴직금엔 관심이 없었다. 아니면 퇴직금을 가져가기 위해 1년만 딱 근무하고 그만두는 것이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재입사를 절대 시키지 않았다. 여러 명이 일을 하다 보니 서로 맘이 안 맞아서 싸우는 일도 허다하다. 그러다 보면 쉽게 그만두는 것이었다. 그런데 재입사가 안 되고 보니 한 번 더 생각하는 신중함이 생겼다.



한 가지 또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었다. 일하다가 손님이 있건 없건 서로 직원들끼리 싸우는 것이었다. 그것도 심한 욕을 하며 아무 개념 없이 싸우는 것이었다. 처음엔 질책으로 타일렀지만 서로의 시비는 끝이 없었다. 그러다 보면 손님 맞을 분위기가 안 되었다. 고민 끝에 싸울 경우는 무조건 둘 다 아웃시키기로 했다. 한 번은 손님이 많아서 정신이 없는데 또 싸우는 것이었다. 설마 이렇게 바쁜데 별수 있겠냐는 생각이었던지 다른 때와 마찬가지였다. 난 그 자리에서 단호하게 두 직원을 집으로 보내 버렸다.



그날은 좀 복잡하고 힘들었지만 무언가 변화하기 위해서는 그 정도의 고통은 감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거짓말처럼 그날 이후로 손님들 있을 때 한 번도 싸운 적이 없다. 단체 생활에서 룰이라는 것이 그렇게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사업 구상도 좋지만 어떻게 하면 직원들이 더 행복하고 더 즐거운 직장 생활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한다. 그렇게 해서 실행에 옮긴 것 중에 하나가 일 년에 한 번 각 매장 전체 직원이 유급으로 단체 워크숍을 간다. 우수사원도 뽑고, 장기 근속자도 뽑아서 시상식도 한다. 그날 하루만큼은 일 년 동안 힘든 것 다 잊을 만큼 신나게 즐기도록 한다. 다른 업종에서는 그리 특별한 것도 아니겠지만 1년 365일 휴일이 없는 음식점에서는 파격적인 이벤트다.



이렇게 되기까지 시간은 좀 걸렸지만 이제는 내가 직접 관여하지 않아도 된다. 청학동, 농장집, 흙뿌리홍삼을 비롯한 각 매장이 모든 시스템의 룰에 의해서 각자 쉼 없이 활기차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음식점 컬럼니스트, 청학동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