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갈길 먼 전북, 냉정하자
[데스크 칼럼] 갈길 먼 전북, 냉정하자
  • 임병식 편집국장
  • 승인 2016.08.11 19:2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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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이 없으면 새누리당도 없다.”-새누리당 전당대회 호남권 합동 연설회에서 김희옥 비상대책위원장. “전북 예산을 광주·전남 예산과 연동하지 않겠다. 제가 직접 챙기겠다.”-더불어민주당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우상호 원내대표. “어떠한 경우라도 전북 발전을 위해 함께 하겠다.”-국민의당 전북 현장 비상대책위원회 기자회견에서 박지원 위원장. 최근 3당 인사들이 전북을 방문해 쏟아놓은 발언이다. 새누리당 김희옥 위원장은 아예 “호남은 여당의 새로운 희망이다”고 했다. 야당 텃밭에서 여당 지도자의 이 같은 말은 파격적이다. 이토록 노골적인 구애가 있었던가 싶을만큼 생경하다. 이들의 말을 종합하면 전북은 중심이다. 대한민국의 변방도, 광주·전남 들러리도 아니다. 그저 전북이라는 이름으로 당당하다. 2018년은 ‘전라도’라는 이름을 얻은지 1,000년이다. 그 1,000년에 걸맞는 대접으로 여겨도 충분할 듯 싶다.

현실도 그럴까. 안타깝게도 정치인들의 화려한 언사에 턱없이 못미친다. 새만금 사업 주체는 정부다. 엄연한 국책사업임에도 25년째 지지부진하다. 방조제 쌓는데만 20년 걸렸다. 새만금 사업이 끝나면 5,000만평의 땅이 생긴다. 이곳에 기업을 유치하든, 농사를 짓든, 리조트를 건설하든 도로는 필수적이다. 그런데 새만금 남북도로와 동서도로 예산은 턱없이 모자란다. 지금 같은 예산 배정이라면 1단계 종료 시점인 2021년을 훨씬 넘길 전망이다. 도로도 없는데 투자할 기업이 있을까. 정상적인 기업이라면 맨땅에 헤딩하는 얼빠진 짓을 하지 않는다. 국가예산도 마찬가지다. 전북도는 지난해 12월, ‘3년 연속 6조원’이란 보도자료를 냈다. 그러나 증가율은 전국 최하위다. 전년보다 418억원 늘어 증가율은 0.7%에 그쳤다. 세종시를 제외한 15개 광역단체 가운데 꼴찌다. 인천 17.6%, 충남 9.6%, 울산 7.7%, 경북 7.5%, 대전 6.8%, 전남 5.0%, 충북 4.8%, 광주 4.5%와 비교하면 초라하다. 3년 연속 6조원은 증가율 0.7%를 가린 착시일 뿐이다.

인사 차별은 분노스럽다. 이명박 정부부터 심화된 인사 소외는 박근혜 정부에서 노골화됐다. 이명박 정부는 당사자조차 모르는 희미한 연고를 찾아내 전북 출신이라고 우겼다. 대표적인 게 유인촌 문화부 장관이다. 자신의 고향을 서울로 밝혔던 그는 논란이 계속되자 “아버지 고향은 충남 서산이고, 한국전쟁 때 부모님이 전주로 피난 가 나를 낳으셨고, 이후 서울에서 자랐다”고 했다. 고향을 조작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3년 8개월이 흘렀다. 하지만 전북 출신 장관과 차관은 한 명도 없다. 청와대 수석도 전무하다. 행자부 차관으로 이경옥씨가 지냈을 뿐이다. 이대로 임기를 마치게 되면 최초의 무장관 무차관 정권이란 기록을 세울 판이다. 있을 수 있는 일인지 묻고 싶다. 이러고도 국민 화합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박 대통령은 대선 당시 전주에서 “대한민국 어디에 살든지 차별받지 않도록 하겠다. 호남의 눈물을 닦아주겠다”고 했다. 그 아름다운 말은 어디로 갔을까. 눈물을 닦아주기는커녕 전북인의 고운 심성을 사납게 만들고 있다.

그러니 정치인들의 번지르르한 말에 무턱대고 감동할 일이 아니다. 3당 지도자들이 전북을 찾아와 말잔치를 벌인 이유는 전략적 판단에서다. 결코 전북이 이쁘거나 중요해서가 아니다. 관건은 실행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그들이 뱉은 말이 허공으로 날아가지 않도록 하는 것은 우리 몫이다. 끊임없이 각인 시키고 주장해야 한다. 그것은 구걸도, 읍소도 아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정당한 요구다. 당당해야 우리 후손들이 전북 출신임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지역 정치인들 역할은 그래서 중요하다. 전북 몫을 뺏기지 않으려면 깨어 있어야 한다. 자신의 영달에만 연연한다면 고향 전북은 뒷전으로 밀린다. 공은 앞세우고 자신의 이익은 뒤로 돌리는 ‘선공후사’ 덕목이 절실하다. 사소한 일도 챙겨야 한다. 광주 가는 길에 들리는 구색맞추기 일정부터 거부해야 한다. 박지원 위원장은 11일 기자회견에서 “지난번 일을 사과한다. 이번에는 전북을 첫 방문지로 택했다”는 말로 전북이 광주 들러리냐는 반발 여론을 의식한 행보를 보였다. 작지만 이런 의미 있는 일이 쌓일 때 전북으로서 당당하다. 언론도 호들갑 떨 일이 아니다. 3당 지도부 언변에 취해 “전북 정치 르네상스가 도래했다”고 한다면 낯 간지러운 일이다. 냉정하자. /임병식 편집국장 montlim@s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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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천 2016-08-12 08:45:09
지당한 말씀. 넋놓고 그들의 말장난에 취하면 결국은 껍데기만 돌아온다. 그동안 그렇게 당하고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면 길이 없다.

ㅇㄹㅇㄹ 2016-08-12 00:00:27
독자적인 전북의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