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이의 음식점 이야기] 요리도 생각의 도전이다
[김순이의 음식점 이야기] 요리도 생각의 도전이다
  • 김순이 음식점 컬럼니스트·청학동 대표
  • 승인 2016.09.01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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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를 보면 아버지 생각이 난다. 내가 고1 때 일이다. 시골에서 도심으로 고등학교를 왔기 때문에 주말이면 시골집에 가곤 했다. 어느 가을날 시골집에 갔는데 부모님이 농사일을 하러 가고 아무도 없었다. 농사일 때문에 시골집은 갈 때마다 어수선했다. 다른 때처럼 가방을 던져놓고 대청소를 했다.

청소하면서 보니 큰 대야 속에 빗물을 받아서 키우는 것인지 손바닥만 한 붕어 한 마리가 있었다. 난 그 붕어를 보자 아버지 술안주가 생각났다. 분명 일하고 지쳐서 올 텐데 저 붕어로 술안주를 해 놓으면 얼마나 좋아할까? 아버지가 올 때 즈음해서 그 붕어를 잡아 찜을 했다. 일터에서 돌아온 아버지에게 붕어찜과 담근 술을 함께 내놓았다.

“아니, 붕어를 어디서 잡아다가 이렇게 맛있게 요리를 했냐?”

“붕어요? 집 뒤에 있는 대야 속에 있어서 만들어 봤어요.”

아버지는 깜짝 놀라시며 너털웃음을 지으셨다. 맛있게 먹는 모습이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해 보였다. 이튿날 전주로 돌아오는 길에 아버지는 다른 때보다 용돈을 많이 주셨다.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그때 그 붕어 한 마리가 아버지에 대한 사랑의 표현이 아니었나 싶다. 지금도 붕어만 보면 그때 행복해하시던 아버지의 얼굴이 떠오른다.

나는 유난히도 어렸을 적부터 음식 하는 것을 좋아했다. 부모님은 항상 농사일로 바쁘고 나는 장녀이다 보니 초등학교 1학년 9살 때부터 집안일을 도맡아 했다. 물론 밥도 지었다. 어린 맘에도 밥 짓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보다 반찬거리가 없어서 항상 고민이었다.

어느 이른 봄날, 집 텃밭 울타리 밑을 보니 머위 잎이 마른 나뭇잎 검불 속에서 싹을 틔우고 있었다. 난 그 검불을 헤집고 이제 막 녹색 잎이 되어 가는 머위 잎을 칼로 도려서 캐냈다. 그 머위 잎을 뜨거운 물에 살짝 데쳐서 고추장과 된장을 넣고 맛있게 나물요리를 해 놓았다.

부모님은 ‘어떻게 이 어린 나물을 캐서 반찬을 할 줄 알았느냐’고 하며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했다. 자꾸 칭찬을 듣다 보니 어떻게 하면 더 맛있는 것을 해 드릴 수 있을까 궁리를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때부터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음식으로 연관 지어서 생각하는 습관이 생겼다.

초등학교 6학년 때의 일이다. 그날도 저녁은 해야겠는데 마땅한 반찬이 없었다. 마침 무 몇 개가 있었다. 그 무를 보는 순간 깍두기를 담아 보고 싶었다. 평소 어머니가 하시던 것을 떠올리며 빨간 마른 고추를 손질해서 가위로 잘라 씨를 없앤 다음 씻어서 학 독에 고추를 넣고 곱게 갈았다.

무는 깍두기로 썰어서 소금에 살짝 간을 해 놓고 갈아 놓은 다진 양념에 버무렸다. 너무 매워서 물과 깍두기를 번갈아 먹어가며 난생 처음으로 깍두기를 담갔다. 부모님은 깜짝 놀라며 대견해했다.

“처음 했는데도 이렇게 간이 잘 맞느냐? 너희 엄마가 담근 거보다 맛있다!”

아버지는 최고의 찬사를 하며 밥 한 그릇 뚝딱 드셨다.

어린 손이다 보니 고추의 매운맛이 손에 베여 화끈거려서 그날 저녁은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어머니는 어린것이 뭐 하러 김치까지 담가 가지고 이 고생을 하냐며 바가지에 물을 떠다가 계속 담그게 해 주었다. 거의 잠을 못 자고 저녁 내내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이렇게 음식은 관심만 가지면 뭐든 요리로 만들 수가 있다. 사랑하는 사람한테는 해주고픈 그 마음이 음식으로 표현될 때 그건 하나의 요리가 아니라 마음의 혼이 담긴 사랑이 된다.

이 세상 사랑의 표현으로 음식만큼 정직한 것이 있을까 싶다.

이처럼 혼과 사랑이 가득담긴 음식을 고객들에게 전하는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다.

음식점 컬럼니스트/ 청학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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