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3 목 20:38
> 기획·연재 | 지역리포트
     
고창 군민은 바란다…고준위방폐물문제건설적인논의를
[지역리포트]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정책 방향 알아보니
2016년 09월 06일 (화) 김병현 기자 gicniki@sjbnews.com
   


지난 7월 25일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확정한 정부는 8월 11일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절차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제정 목적은 방사성폐기물에 대하여 국민에게 미리 알려 의견을 수렴하고자 함이다. 한데 40일간의 입법예고기간을 2주일가량 남겨둔 이 시점까지 어떤 의견을 어떤 방식으로 수렴중인지 알 수가 없다. 지자체나 지역 여론도 조용하다.



정부 정책 발표 당시 의회에서 규탄성명을 발표하거나 지역 반핵그룹에서 정책철회를 주장했지만, 그게 전부다.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하고 세부사항에 대한 적극적인 주장이 분출하여야 함에도 입법예고기간의 잠잠함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과연 고준위방폐물 정책은 이렇게 각자의 주장만 되풀이한 채 방기해도 되는 일일까?



▲ 산업통산자원부와 국회가 손을 놓은 고준위방사능폐기물 처리, 공은 국회로 넘어가 



우리나라 고준위방폐물은 전기의 30%를 공급하는 원자력발전 시 배출되는 사용후핵연료이다. 원자로에서 수명을 다한 핵연료는 수조에서 5년 이상 보관한다. 높은 열과 방사선을 낮추는 과정이다. 이후 건식저장시설로 옮겨 공랭식으로 사용 후 핵연료를 식히고 있지만, 이 역시 한시적 관리방식이다.

유수의 원자력과학자들의 논문에 따르면 현재까지 검증된 가장 안전한 관리방식은 영구처분 방식이라고 밝히고 있으며, 80년대부터 사용후핵연료 관리방안을 연구해 온 선진국들도 사용후핵연료의 영구 격리를 심층 처분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핀란드, 스웨덴, 프랑스가 이미 영구처분장 부지 선정을 마쳤고, 이 중 핀란드는 지난 연말 세계 최초로 정부로부터 영구처분장 건설을 승인받아 2023년 가동을 목표로 올해 말 착공에 들어간다.

   


반면 핀란드와 비슷한 시기에 방폐장 부지선정을 추진했던 대한민국은 9번이나 부지선정에 실패하면서 소위 관망정책을 지속해왔다는 비난여론에 자유로울 수 없다. 국제기술동향은 물론 국내 여론동향을 살피겠다는 취지였지만, 부지선정 등 갈등요소가 큰 국책사업을 터 넘기기 식 폭탄 돌리기 라는 비판이다. 물론 그 사이 완전히 손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04년 중저준위와 고준위 방폐장을 분리추진하기로 결정하고, 2009년에는 여야합의로 법개정을 통해 사용후핵연료 공론화를 기반으로 2013년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가 출범하여다. 이번에 마련된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도 공론화위원회의 권고보고서를 기반으로 1년간 전문가 TF의 검증을 통해 도출함으로써 우리나라도 실질적으로 최초의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을 영구처분으로 결정한 것은 소기의 성과로 꼽힌다.



하지만 관건을 지금부터다. 현재 입법예고중인 법률 제정안의 국회통과 여부다. 3년 뒤 월성원전부터 사용후핵연료가 포화에 이르러 늦어도 내년 초까지 법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정책추진의 근거를 확보하지 못해 원전가동을 중단하여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데 국회 산자위원장을 비롯한 야당의원들은 원전정책과 연계하여 고준위방폐물 관리정책 철회를 주장하고 있어 현재로서는 법제화 가능성이 불투명해 보인다. 대국민 수용성과 소통을 최우선으로 여기겠다는 정부도 미숙하지만, 입법기관인 국회의 무책임함도 짚고 넘어 갈 대목이다.

사용후핵연료 관리 문제와 원전증설 문제는 본질적으로 다른 차원의 문제다. 사용후핵연료는 지금까지 사용한 전기의 부산물을 처리하는 문제이고, 향후 원전정책은 우리나라 전체 에너지정책 차원에서 논의되어야 할 복합적 이슈이기 때문이다. 원전지역 오니피언 리더로서 사용후핵연료 관리문제의 중요성에 공감한다면, 공론화 때부터 적극적으로 의견개진하고 문제제기를 했었어야 마땅하다. 국민이 국회에 기대하는 것은 큰소리치고 주장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난제를 풀어가는 지혜와 실행력이다.



▲ 원전부지 내 건식저장시설 설치 문제

정부는 2035년 고준위방폐장 중간저장시설이 가동한다는 로드맵을 발표하였다. 하지만 2019년에는 월성원자력을 시작으로 한빛, 고리원전은 고준위 폐기물이 포화 상태에 이르러 중간저장시설 설치 이전에 임시로 건식저장시설을 지어야 한다. 한빛원전에 건식저장시설을 짓는 문제는 고창 등 우리지역에도 해당되는 민감한 문제다. 그동안 발전소 주변지역이라는 부담을 안고 살아 온 지역 입장에서야 기피하고 싶은 일이지만, 그렇다고 나 몰라라 할 수는 없는 일이다. 10리터짜리 음식쓰레기 봉투도 치우지 않으면 악취가 진동하는데, 종일 쓰는 전기 부산물을 정부더러 알아서하라고만 할 수는 없다. 정부가 알아서 할 수도 없다. 어디로 빼 가려도 법?제도적 기반이 있어야 한다. 심지어 단순한 생활쓰레기가 아니라 엄격하게 관리해야 할 고준위방폐물이다. 결국 건식저장시설 설치 문제는 원전지역에서 풀어야 할 일이다. 그동안 정부정책과 법이 없었기 때문에 원전지역은 38년 동안 사용후핵연료까지 끌어안고 살았다. 이번에 겨우 도출된 사용후핵연료 관리절차법이 통과되지 못하고 정책이 무산되면 지금까지의 세월을 다시 반복해야 한다. 원전이 싫으니 사용후핵연료를 빼내가라고 할 명분과 근거도 없어지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건식저장시설이 영구처분장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걱정하지만, 이 역시 기우다. 두 시설은 법적?과학적 개념도 다르고 건설방식도 다르다. 무엇보다 정부가 정책과 법을 통해 영구처분장의 개념과 절차, 추진방안을 적시했으므로 설령 건식저장시설을 영구처분장으로 삼고 싶더라도 그럴 수 없도록 명시한 점에 주목해야 한다.

   


▲ 국회와 정부는 사용후핵연료 뒤로 숨지 말고 직접 나서야


사용후핵연료 관리 문제는 원전에 반대할수록 적극적으로 나서 목소리를 높이고 해결을 촉구해야 할 사안이다. 정부는 소통을 강조하면서 지역의 반대여론을 핑계로 뒤로 숨지 말고 공개적으로 여론수렴을 해야 한다.


기자간담회라도 하면서 정책의 필요성을 지역에 알리고 동의를 구해야 한다. 이제 겨우 기본방향을 담은 로드맵을 내 놓은 단계이므로 부족한 점은 법제화를 통해 채우고 건식저장시설 설치에 관한 상세안은 지역과 협의하여 마련하면 된다. 국회도 반대를 위한 반대에서 벗어나 문제해결에 나서야 한다. 정부와 지역주민을 중재하고 해결 가능한 방안을 마련하여 추진하는 대리인의 역할을 해야 하는 곳이 국회다. 무엇보다 입법기관이므로, 고준위방폐물 관리절차법에 지역의 뜻이 담기도록 구체적인 조항을 추가해서 법제화하는데 앞장서야 한다. 지자체도 마찬가지다. 규탄만 해서는 원전지역의 사용후핵연료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을 뿐이다. 어찌 보면 지금이야말로 그동안 여러 법적?제도적 규정에 묶여 요구하지 못했던 원전지역의 민원을 해소할 절호의 기회다. 지역주민들도 우리 지역이 관련된 문제일 뿐만 아니라 전기를 쓰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사용후핵연료 관리 문제에 관심을 갖고 정부와 국회, 지자체가 각자의 역할을 제대로 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사용후핵연료 관리 문제는 정부만의 정책이 아니라 결국 우리 생활, 생업과 관련된 일상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김병현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새전북신문(http://www.sjb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기사의견(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신문사소개고충처리인기사제보제휴안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발행소:전라북도 전주시 덕진구 백제대로 728번지 새전북신문 | 대표전화:063-230-5700 | 구독안내:063-230-5712
제호:SJBnews | 등록번호:전라북도 아00058 | 등록일자:2012년 03월13일 | 발행·편집인:박명규 | 청소년보호책임자:오성태 | 종별:인터넷신문
주식회사 에스제이비미디어는 새전북신문의 자회사입니다.
Copyright 2006 새전북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PSUN@sj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