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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딸에게 쓰는 편지] 작은 서재 프로젝트
2017년 01월 09일 (월) 조정란(인문서적 조지오웰의 혜안 대표) APSUN@sjbnews.com
   
 
   
 
사랑하는 내 딸 그린아.
청명한 하늘을 며칠 만에 구경할 수 있어 아침부터 감탄이 절로 났었는데 햇살이 더해진 온화한 기후는 마침 생일을 맞은 나를 자축하는데 부족함이 없더구나. 내가 태어났던 42년 전 그 날은 흰 눈이 성인 무릎까지 쌓인 엄청난 강설량을 보였단다. 외할머니께서 입버릇처럼 말씀하시곤 했었지. 기후 온난화 영향인지 이상기온이 끊임없이 화두인 겨울을 보내고 있네. 여태껏 눈구경을 못했을 정도니 동계산업의 차질을 넘어 자연의 섭리가 어긋난 이변이 속출하고 있다는 아우성이 일시적인 뉴스는 아닐 것이다.
어젯밤 자정을 훨씬 넘겨서도 잠자리에 들지 않고 문서작업을 한다고 했던 원인이 나때문이었다니 조심스럽게 미안해지더라. 조금은 특이한 취향을 갖은 내가 평범한 선물은 거부할거라 자주 흘려서였을까, 넌 밤새 축하 동영상을 만들었다지.
기획력에 편집기술까지 갖춘 너로 인해 여러 해 동안 훌륭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지. 늘 감동이었고. 그래서인지 특별한 브런치 자리를 가졌던 오전에 무례한 예단과 오만한 감정을 내보여서 더욱 부끄러웠단다.
그래도 넌 탁월한 소통능력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키며 외려 또 다른 에너지를 내게 주더구나. 가치의 동기가 되었고 앞으로도 큰 동력이 될꺼야. 그 에너지라 함은..
며칠에 거친 고심 후 탄생한 ‘작은 서재 프로젝트’를 실행에 옮기게 해 준 것이지.
‘데스노트’ 일번에 해당한 지인은 취지를 이해하고선 흔쾌히 첫 테이프를 끊어 주셨어.
우리나라 대부분 가정집의 보편적인 상징물이라 할 수 있는 큰 벽걸이 티브이는 ‘저녁있는 삶’의 대체물쯤으로 여겨진 게 꽤 오래지. 박제된 관념처럼.
우리가 유럽에 살았을 때 대분분의 가정이 정원 가꾸기를 가훈처럼 받드는 것처럼. 때론 너무 지나쳐 주객이 전도된 느낌마저 들었었지만. 정원 가꾸기 위해 사는 것처럼 말야.
어쨌든 자랑하고 싶은 그 무엇은 그 사람의 수준이 되겠다. 특대형 티브이가 됐든, 예술의 경지에 이른 정원이 되었든. 난 그저 밀도 높은 우리나라 도시 생활자들의 가정에 미약하게나마 변화를 줄 수 있는 문화운동을 하고 싶단다.
한 달에 한권 구매도 어렵다는 우리나라 평균 도서구매량의 현실이 이와 같은 구상의 증폭제가 되었음직 해. 정풍운동이 아니라 문풍운동의 한 공기를 담당하고 싶은 열망이 솟구치고 있는 중이지. ‘김영란법’의 혁신적인 대안이 되지 않을까 희망해 본다.
‘작은 서재 프로젝트’
가정 속 담론의 장인 거실에 티브이 대신 작은 서재로 대체하자는 캠페인.
100만~200만원 정도로 대형 티브이가 있던 자리를 양서 100여권으로 꾸민 작은 서재는 그것으로써 교육의 장이자 대화의 장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그 기운이 바로 가풍인 것이고.
내가 과감하게 주장할 수 있는 근거는 교육이라는 대사의 상당부분을 독서를 활용했고, 큰 힘이 된 네가 확실하게 증명을 하지 않았더냐?
사교육을 철저하게 배제한 자리에 동물들과 평등한 관계 속에 독서를 지렛대 삼고 여행을 통해 긴 호흡의 장엄함을 알았기에 단단한 맷집과 휘발되지 않은 내공의 근간이 되지 않았느냔 말이다. 너도 인정할 것이다. 강하게.
사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편한 게 좋은 것이고 그래서 문화가, 공기가 되어버리지 않았나 싶구나.
진실은 결코 편하고 쉽게 얻을 수만은 없다고 생각한다. 사실이라면 모를까.
2017년 내 생일은 유례없이 의미있게 보낼 수 있어 가슴이 벅차오른다.
매일 내 생일과 같았으면 하는 동심에 빠져본다.
무한한 사랑과 신뢰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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