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가락 들어, 젓가락 들어 먹자”
"젓가락 들어, 젓가락 들어 먹자”
  • 송영애(전주대학교 식품산업연구소 연구교수) 
  • 승인 2017.03.02 1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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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음식을 맛보다] ■만두, 붕어찜

“만두 먹으러 갈까요? 지금?”
개그계의 신 ‘유느님’이 있다면, 영화계에는 ‘하느님’이 있다. 바로 배우 하정우를 두고 하는 말이다. 애칭 ‘하느님’에는 하정우가 출연한 영화는 ‘무조건 믿고 보는 영화’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터널>, <암살>, <허삼관>, <아가씨>, <군도>, <범죄와의 전쟁>, <국가대표>, <황해>, <의뢰인>, <추격자>…. 모두 믿고 보는 영화다. 이 중에서도 하정우가 직접 연출과 각본을 담당한 영화가 바로 <허삼관>(Chronicle of a Blood Merchant, 2014)이다. <허삼관>은 중국 소설가 위화(余華)가 1996년에 출간한 장편 소설 『허삼관 매혈기, 許三觀賣血記』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시대적 가난이 주는 경제적인 문제로 인해 가족을 위해 자신의 피를 파는 매혈(賣血)을 서슴지 않는 한 가장의 이야기다.
< 허삼관>은 첫 장면부터 한여름 매미 우는 소리와 함께 황토밭에서 자라는 수박이 가득하다. 주인집에서 새참을 내오는데 밤고구마다. 껍질째 먹는 허삼관(하정우)의 모습을 보자니 역시 하느님이고, <허삼관>은 음식 영화임에 틀림이 없다.
1953년, 총각이 피를 팔아본 일이 없다는 이유로 결혼도 파투를 놓는 시대. 이 시대에 피를 판다는 것은 경제적인 이유와 함께 남자의 건강함을 보여주는 증거란다. 가진 것 하나 없는 허삼관 역시 제 몸의 피를 세 사발씩이나 뽑아 판다. 받은 돈을 가지고 장터에서 강냉이를 팔던 허옥란(하지원)에게 데이트 신청을 한다.


“안녕하세요? 저는 허삼관이라고 합니다. 갑작스럽겠지만, 제가 옥란 씨한테 만두를 좀 대접해드릴까요? 어떻게 만두를 사드리고 싶은데… 만두 먹으러 갈까요? 지금?”
더듬거리며 ‘만두’를 세 번 외쳤더니 옥란은 데이트 신청을 받아준다. 다방에서 차 한 잔을 마시며….
“옥란 씨? 그럼 이제 우리 얘기를 좀 해볼까요? 오늘 옥란 씨가 드신 게 냉면 200환, 만두가 200환, 불고기가 400환, 돼지고기 한 근에 솜사탕. 향수에 커피까지 도합 2,000환요. 언제 저한테 시집오실 거예요?
“말도 안 돼. 아니 제가 뭣 때문에 당신한테 시집을 가요?”
“제가 옥란 씨한테 오늘 한 2,000환정도 썼거든요?”
“향수하고 돼지고기 다시 가져가세요. 그 2,000환 주면 되잖아요. 그리고 그걸 다 먹으면 결혼해야 한다는 얘기도 안 했잖아요.”
오늘날 ‘데이트 비용을 다 냈으니, 이제 우리 결혼합시다’라고 프러포즈를 한다면 이도 데이트 폭력 안에 들어 갈려나? 허삼관은 술과 음식을 가지고 데릴사위를 자청하며 장인어른의 마음을 사게 되어 결혼하게 된다. 구성이 어설퍼 보이지만 <허삼관>은 영화다. 결혼 후 아들 셋을 두고 행복하게 살아가는데 어느 날 든든하게 믿어온 장남 일락이가 자기 아들이 아닌 사실을 알게 된다. 허삼관은 11년 동안 남의 아들을 키워왔다는 허탈감에 빠지게 되며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그래도 장에서 뻥튀기 장사를 하며 가정 형편이 어려울 때마다 가족들을 위해 피를 판다.  가족들은 한 방에 나란히 누웠다. 꼬르륵꼬르륵. 배가 고파서 잠이 안 온다. 먹고 싶은 음식을 하나씩 말하면 허삼관은 입으로 음식을 만들어준다.
“고기를 툭 떼어서 비계랑 살코기랑 잘게 썬 다음에 부추랑 당면이랑 잘 섞어. 다섯 개 만두피에 싸고, 찜통 바닥에 행주를 깔고 약한 불에서 십 분 동안 삭~ 하는 거야, 우와~ 고기 냄새난다. 좋지? 다 되었다. 고기 왕만두 대령이요.”
다섯 개를 내주니 여섯 개를 달라는 철없는 아이도 입을 오물오물하며 먹는 시늉을 한다. 붕어찜이 먹고 싶다는 허옥란도 맛있는 붕어찜을 만든다.
“싱싱한 붕어 세 마리에 고춧가루 넣고 파, 양파 그리고 생강을 넣고… 맛있겠다.”
다음날 허삼관은 또 피를 판다. 피 한 사발을 팔면 1,000환과 미제 통조림 하나. 만두를 생각하며 잠도 자지 않고, 침만 꼴깍꼴깍 삼키는 아이들을 위해서다. 삶이 참 고달프다.

“맛있는 것은 원래 다 먹고 나서도, 또 먹고 싶은 거야”
만두(饅頭)는 중국에서 건너왔다. 원래 만두는 중국의 남방 음식으로 속이 없는 찐빵이고, 교자(饺子)는 북방 음식으로 밀가루 반죽을 얇게 밀고 돼지고기, 양고기, 채소 등을 다져 소로 넣는다. 중국 교자가 우리가 알고 있는 만두다. 우리는 주로 찌거나 구워 먹지만, 중국에서는 물에 삶아서 (중국)식초를 찍어 먹는다. 교자와 식초는 음식 궁합이 맞다.
‘교자’는 중국어로 ‘jiaozi’라고 읽는데 ‘자시가 되다(交在子時, jiaozai zishi)’와 발음이 비슷하다. 따라서 교자를 먹는다는 것은 ‘해가 바뀌고 자시가 되다(更歲交子)’라는 의미로 송구영신의 뜻이 있다. 교자라는 이름은 여기서 유래되었다. 교자는 일반 가정에서도 흔히 즐기는 전통음식으로 단결과 경사를 상징하기도 한다. 과거에는 식사로 교자를 먹는다는 것은 생활이 나아졌음을 의미했다.
교자에 대한 기록은 한대(漢代)로 올라가며 지금까지도 ‘아무리 맛있어도 교자보다는 못하다(好吃不過餃子)’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 북방지역에서는 섣달 그믐날이면 가족 모두 둘러앉아 교자를 빚는데, 잠도 자지 않고 새해를 기다렸다가, 자정이 되면 교자를 먹는다. 교자는 새해에 먹는 첫 음식이다. 이런 중국 북방의 풍습이 북한의 평안도, 함경도 등의 지역에까지 영향을 주어 지금도 만둣국이 새해 떡국을 대신한다. 그러나 우리 남부지방에서는 가족들이 모여 만두를 빚는다는 것은 흔한 모습이 아니다. 만두는 주로 이북지역에서 많이 만들어 먹어왔으며 남부지방에서는 만두 문화가 크게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새해 음식으로도 이북과 강원도에서는 만둣국, 서울과 경기는 떡만둣국, 남부지방은 떡국.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고려, 조선 시대에서는 만두를 ‘상화(霜花)’, ‘쌍화(雙花)’라고 불렀으며, 만두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가게가 ‘쌍화점(雙花店)’이다. 상화는 ‘서리가 꽃처럼 피었다’는 의미로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하얀 만두의 모양을 말한다. 생각만으로도 침이 돈다.

손님이 있을 때는 생선을 뒤집지 않는다
허삼관의 아내, 허옥란이 먹고 싶어 했던 붕어찜. 중국은 다양한 민물고기를 찌거나 조려서 채소와 함께 먹는다. 신선한 물고기는 어떠한 양념도 하지 않고 찐다(청증, 淸蒸). 신선도가 떨어지면 홍소(紅燒, 간장에 조림), 탕초(糖醋, 튀겨낸 생선에 새콤달콤한 소스를 올리는 조리법) 등으로 요리한다. 생선을 먹을 때도 한 면을 다 먹고 나서도 뒤집지 않는다. 접시에 담긴 모양대로 끝까지 먹는다. 뒤집는다는 것은 ‘고기잡이배가 뒤집힌다’는 의미가 있으며, ‘배신’, ‘절교’의 뜻도 담겨 있다. 따라서 ‘손님이 있을 때는 생선을 뒤집지 않는다(有客不翻鱼)’는 말이 있을 정도다. 한 미식가는 중국요리의 맛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각자의 앞 접시에 음식을 덜어서 먹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작은 생선일지라도 부위별로 모두 맛이 달라 음식의 부분을 먹고 전체를 평가할 수 없다는 게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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