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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고장 맛집 이야기] 에루화
2017년 04월 27일 (목) 김순이 음식점 컬럼니스트, 청학동 대표 APSUN@sjbnews.com

사람들 옷이 한결 가벼워졌다. 입맛도 계절을 앞서가는지 오늘은 시원한 냉면이 먹고 싶다.
그것도 에루화 동치미 냉면이 먹고 싶다. 요즘 주말이면 딸아이와 맛 집 찾아다니는 일이 쏠쏠한 행복이 되었다. 마침 딸아이 친구가 집에 놀러 와 있어서 우리는 함께 에루화로 갔다. 이쪽저쪽 주차장이 꽉 찬 걸로 보아 오늘은 냉면이 당기는 날인가 보다.
마침 차 한 대가 자리를 떠나서 우리는 작은 횡재라도 한 듯이 기분 좋게 주차를 했다.

주차장 옆에는 작은 텃밭이 있었다. 양파대가 유난히 건강하게 보였다. 풋마늘도 정겹다. 완두콩은 하얀 꽃이 피어 있었다. 한쪽 구석에는 상추, 유채꽃도 있었다. 도심 속에서 이런 작은 텃밭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가롭게 녹아 오는 건 뭘까. 나는 한참을 텃밭에서 어렸을 적 추억을 줍고 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요즘 장사 안 된다고 다들 힘들어 하는데 잔치 집 같은 분위기를 본 순간 꼭 그것도 아닌 것 같았다.
매장에 들어서니 가운데로 긴 테이블위에 후식과 반찬 셀프대가 있었다.

먹음직스런 도토리묵, 와삭한 오이고추, 얼음이 동동 떠 있는 동치미, 늦은 봄동겉저리가 식욕을 당겼다. 우리는 고소미 과자를 종이컵에 가득 담았다.

어지러운 분위기 속에서도 직원은 마침 식사를 마치고 일어서는 테이블로 우리를 안내 해 줬다. 한지위에 낙서 하듯 적어 놓은 메뉴판이 오히려 마음을 편하게 하는 건 뭘까(?) 그 메뉴판을 본 순간 이것저것 다 먹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부담 없는 가격 때문인 것 같다.
우리는 동치미 냉면, 비빔냉면, 떡갈비, 그리고 후식식사로 아예 김치찌개까지 주문을 했다.
먼저 달구어진 철판에 떡 갈비가 나왔다. 거의 철판을 덮어 나온 떡갈비 위에 한입크기의 하얀 떡볶이 떡 두 개가 올려 져 있었다. 딸아이는 엄마! 왜 떡 갈비 인가요? 떡이 있어서 떡갈비 인가요? 아니면 고기를 떡처럼 다져서 떡갈비 인가요? 엄마를 음식에 관한한 백과사전처럼 생각하는 딸아이가 가끔은 부담스럽다. 그냥 맛있게 먹으면 되지 뭘 그런 걸 물어 보는지. 나는 가볍게 나의 생각을 열어 보였다.

떡갈비는 옛날 궁중에서 임금님이 드신 음식중 하나로 임금님 체면에 갈비를 잡고 뜯을 수가 없으니 갈비 살을 다져서 먹기 좋게 다시 갈비 살에 붙여서 구워낸 음식이지. 알고 보면 품격 있는 음식이라고 봐야지.
만족스런 대답은 아니었지만 딸아이는 인정하는 눈치였다. 우리는 떡갈비가 다 구워지자 와사비소스의 야채와 감싸서 먹었다.
입에 찰싹 달라붙는 이맛!

씹을수록 고소하고 쫄깃한 맛이 영혼까지 행복하게 흔들어 놨다. 떡갈비 행복에 빠져 있는 동안에 냉면이 나왔다.

동치미 속에 숨어 있는 유난히 투명한 면발이 입맛을 당기고 있었다. 제대로 맛을 느끼고 싶어서 동치미 국물을 먼저 들고 마셨다.

그리고 시원한 면발을 한입 넣는 순간 우와~
탄력 있으면서도 부드러운 이 식감!!

이런 맛에 날이 더워지면 가장 먼저 에루화가 생각이 나는가 보다. 배를 도톰하게 썰어 올려놓은 비빔냉면도 우리 혀를 실망 시키지 않았다. 그 때마침 사장님이 지나다가 나를 알아보고 반갑게 우리 테이블로 왔다. 언제 봐도 직원인지 사장인지 알 수 없을 만큼 소탈한 사장님이다. 바쁠 때 돕기 위해 가게 안에 머문다는 사장님의 말이 신뢰를 줬다. 40년 동안 직접 사장님 손으로 육수를 뽑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에루화의 냉면은 장인의 명품이 아닌가 싶다.
예전에 하와이를 갔다가 육수가 곧 떨어질 것 같다는 직원전화를 받고 곧 바로 돌아 왔다는
사장님의 일화는 장인의 마음이 아니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사장님의 그런 뿌리 깊은 이야기를 듣다보니 동치미 냉면이 또 먹고 싶었다. 우리는 주저 하지 않고 주문을 했다. 그랬더니 서비스라고 대접 한 가득 가지고 왔다. 우리는 배가 부른데도 시원한 국물까지 깨끗이 먹어 치웠다.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그 냉면 맛이 우리를 끌어당기는 것은 곧 자연의 맛 그대로 지켜 오기 때문이 아닐까(?)
가게 내부나 외부 인테리어도 온통 자연스러움으로 꾸며진걸 보면 아마 자연을 많이 닮아 있는 사장님마음을 펼쳐 놓은 게 아닌가 싶다.
뜰 앞에 서있는 사장님의 얼굴이 한나절 햇살에 더 눈 부셨다.
5월이 오면 넝쿨 장미가 정말 아름답게 필거란다.
우리는 5월에 또 다시 가기로 했다.(에루화 대표; 조 문 규, TEL:063-252-9946)
/음식점 컬럼니스트, 청학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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