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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돔 페니뇽' 한 잔이 주는 위로
[영화에서 음식을 맛보다] ■샴페인
2017년 05월 11일 (목) 송영애(전주대학교 식품산업연구소 연구교수) APSUN@sjbnews.com

   

 

수다스럽게 자랑하고 싶은 맛


샹파뉴(Champagne). 프랑스 북동쪽에 위치한 지방 이름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샴페인’은 샹파뉴의 영어식 발음이다. 프랑스 샹파뉴 지방에서 생산된 발포성 와인에만 ‘샴페인’ 이름을 붙일 수 있다. 이외의 지역은 모두 ‘스파클링 와인(Sparking wine)’이라고 불러야 한다. 샴페인은 스파클링 와인이다. 그렇다고 모든 스파클링 와인이 샴페인은 아니라는 말이다. 프랑스의 원산지 통제 명칭(AOC, Appellation d'Origine Contrôlée)에 의한 규정이다. 같은 포도 품종과 제조 방법으로 만들어도 고귀한 이름 ‘샴페인’은 프랑스 샹파뉴 지방에서만 쓸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발포성 와인을 모두 샴페인이라고 부르고 있다. 잘못된 상식이다. 프랑스 샹파뉴는 샴페인의 성지로 불리고 있다. 성지에서도 ‘샴페인의 제왕’으로 불리는 샴페인이 있다. 돔 페리뇽(Dom Pérignon)이다. 돔 페리뇽 한 모금을 두고 ‘반짝이는 별이 수없이 많은 은하수를 통째로 마시고 있다.’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돔 페리뇽은 세계 제1위의 명품 브랜드 회사로 알려진 프랑스 LVMH(Louis Vuitton, Moët & Chandon, Hennessy) 산하의 고급 샴페인 회사 모엣&샹동에서 생산하고 있다. 돔 페리뇽 역시 명품 샴페인으로 통한다.


일반적으로 샴페인은 빈티지(생산 연도)가 없다. 북위 50도에 걸쳐 있는 샹파뉴 지방의 한랭한 기후 조건에서는 포도가 잘 익지 않아 좋은 포도를 생산하지 못하는 해가 많다.
빈티지 없이 작황이 좋았던 해에 생산한 샴페인과 좋지 않은 샴페인을 혼합하여 일정한 맛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빈티지가 있는 샴페인만을 생산하는 돔 페리뇽은 포도 작황이 기대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하면 과감히 그해에는 생산을 중단한다. 돔 페리뇽의 명성을 지키기 위해서다. 이로써 소비자들은 돔 페리뇽을 더욱더 신뢰하게 되었다. 1981년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비의 결혼식에서 축하 샴페인으로 사용되었다. 중요한 만찬과 축하의 자리에서는 샴페인의 제왕으로 불리는 돔 페리뇽이 있어야 더 빛난다.

돔 페리뇽의 맛에 대한 평가는 ‘갓 구워낸 브리오슈(Brioche)의 향이 난다.’, ‘샴페인이 담긴 잔을 잡는 순간 잔을 놓을 수 없다.’라고 말한다. 브리오슈는 버터가 많이 들어간 빵이다. 돔 페리뇽에서 진짜 버터 향이 나는 것도 사실이다. 단맛과 신맛도 식욕을 돋우기에 적당하다.
750mL 용량의 한 병에 예닐곱 잔이 나오며 가격은 30만 원이 넘는다. 한 잔을 한 모금에 마시기에 아까운 것도 사실이다. 잔을 놓지 않는 이유를 찾았다. 잔에 담긴 돔 페리뇽을 직접 지키기 위해서다. 한 모금만 마셔보면 안다.
하얀 거품과 함께 퍼지는 고소한 버터 향, 끊임없이 올라오는 기포 그리고 방패 모양의 럭셔리한 라벨까지 명품 샴페인이 틀림없다. 몇 잔 마시다보면 몸이 옆으로 기운다. 향에 취해서다. 한 번도 마셔보지 못한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마셔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돔 페리뇽은 누구에게라도 수다스럽게 자랑하고 싶은 맛이 담긴 샴페인이다.

<미져리>는 공포영화가 아니라, 홍보영화다
영화 시작부터 탁탁탁 타자기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가늘고 긴 샴페인 잔 그리고 1982년 빈티지 돔 페리뇽이 보인다. 무게감 있어 보이는 샴페인 병이 클로즈업될 때 알게 된다.
‘이건 무서워서 눈을 감고 소리를 지르는 공포영화가 아니야. 미리 겁먹지 마. 홍보영화일 뿐이야.’
그래도 영화 제목이 주는 느낌이 싸늘하기만 하다. <미져리>(Misery, 1991). 여주인공은 좋아하는 작가 폴(James Caan)을 감금해 두고 자신이 원하는 내용으로 글을 쓰도록 강요하는 집착이 매우 강하다. 지금까지도 ‘무서운 여자’, ‘집착이 강한 여자’를 ‘미져리’라 부르고 있다. 특히 체형까지 통통하다면 더욱더 미져리 느낌이 든다. 그러나 영화 <미져리>의 주인공 이름은 애니(Kathy Bates)다. 무서운 이미지의 ‘미져리’는 영화 속 소설가 폴이 쓴 소설 속 주인공의 이름이며, 책 이름이다.
폴은 베스트셀러 작가다. 조용한 산골 호텔에서 시리즈로 발간되는 『미져리』를 쓰고 마침표를 찍었다. 드디어 그가 좋아하는 담배 한 대와 돔 페리뇽을 마신다. 오래된 습관이다. 원고를 챙겨 뉴욕으로 가던 중 눈길에서 사고를 당해 애니를 만나게 된다. 생명의 은인이다. 그러나 우연히 만난 게 아니다. 애니는 사이코 스토커다.

 

   

< 미져리>는 스티븐 에드윈 킹(Stephen Edwin King)의 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스티븐은 공포소설을 주로 썼으며, 그의 작품을 바탕으로 <쇼생크 탈출>, <그린 마일>, <셀>, <샤이닝> 등 많은 영화가 제작되기도 하였다. <미져리>의 남자 주인공인 작가 폴은 스티브 자신의 모습일 수도 있다. 작가는 자신이 경험한 일을 사실대로 쓰는 경우와 경험은 못 했지만 경험해보고 싶은 내용을 사실처럼 쓰는 경우가 있다. 이런 면에서 볼 때 <미져리>는 부분적으로 작가의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다. 특히 글쓰기를 마치고 담배를 태우며 샴페인을 마셔야겠다는 생각은 스티브의 경험담이겠다는 추측을 해본다. 정확하게 담배 한 대와 돔 페리뇽 샴페인은 아닐지라도 ‘빨리 쓰고, 쉬면서 즐겨야겠다.’는 생각은 작가 누구라도 가지고 있다.
작가들이 가장 좋아하는 문장부호가 바로 ‘마침표’라는 말은 짧은 글이라도 써본 이들은 모두 공감할 것이다. 작가가 아니더라도 힘든 일을 빨리 마치고 놀고 싶은 건 호모 루덴스(Homo Ludens, 유희적 인간)에 어긋나지 않는 우리 모두의 당연한 행동이다. 폴에게 놀 거리는 바로 돔 페리뇽 샴페인을 마시는 것이다.

돔 페리뇽을 잊게 해주는 또 하나의 술


‘한국판 미져리’라고 부를만한 영화가 있다. <조난자들>(Intruders, 2013)이다. 암전 상태에서 흘러나오는 배경음악의 박자에 따라 심장이 뛴다. 4분음표로 편안하게 뛰다가 갑자기 8분음표로 뛴다. 영화는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 긴장감이 돈다. 주인공 상진(전석호)은 땀에 젖어 덜덜 떨고 있다. 그리고 낮은 목소리가 들린다.
“도대체…. 나에게….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그리고 다시 암전. 순간 앞이 캄캄해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눈은 그 무엇을 더 자세하게 보려는 듯 동그랗게 뜨며 침을 삼킨다. 침을 삼키는 것은 맛있는 음식 앞에서만은 아닌 듯하다.
< 조난자들>은 <미져리>와 비슷한 내용을 가지고 있다. 남자 주인공이 작가라는 점과 글이 완성되면 돔 페리뇽 샴페인을 한잔하길 원한다는 점이다. 또 눈이 많이 내려 멀리 가기도 힘들다. 외부와 연락할 수 있는 전화 연결도 힘들다.


장소는 강원도 산골에 위치한 조용한 펜션이다. 펜션에 놀러 온 사람 모두 쉬며, 놀며, 먹으러 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조난자의 신세로 바뀌게 된다. 심지어 사람들이 한 명씩 죽어간다.
상진은 영화 시나리오 작가다. 시나리오를 마무리 짓기 위해 펜션에 들어왔다. 시나리오도 #100이 마지막인데, #98, #99를 넘기고 있다. 상진은 감독과 통화하며 큰 소리로 말한다.
“감독님, 샴페인 잘 받았습니다. <미져리>에 나오는 것처럼 해두었더니, 정말 미져리 나오는 것 아닌지 모르겠어요. 다 쓰고 나서 기분 좋게 마시려고요.”


< 조난자들>의 노영석 감독은 “<미져리>에서도 샴페인 한 병과 담배 한 개비를 두는 장면이 나온다. 그때 술이 돔 페리뇽이다. <조난자들>에서도 오마주도 할 겸 돔 페리뇽을 집어넣었다.”고 당당히 밝히기도 했다.
상진은 <미져리>의 폴처럼 ‘THE END.’라고 쓰며 시나리오를 마무리한다. 이제 돔 페리뇽을 마시며 즐기면 되는데 분위기가 이상하다. 밖을 나가보니 사람들이 죽어있다. 이제 좀 쉬려고 했는데 계속 일어나는 의문의 살인사건에 휘말려 범인으로까지 주목받는다. 상진은 답답하다. 조용히 내리는 눈조차도 무섭게 느껴진다. 돔 페리뇽을 즐기기엔 틀렸다.

<미져리>에서는 불과 두 번 밖에 나오지 않는 돔 페리뇽이 <조난자들>에서는 무려 일곱 번이 나온다. 적은 수가 아니다. 그러나 <미져리>만큼의 자극적인 효과는 없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돔 페리뇽을 한 방에 잊게 해주는 또 다른 술이 등장한다. 바로 사주(蛇酒)다. 경상북도와 대구 권역을 연고로 하는 금복주 1.8L 병에 뱀이 우글우글 담겨있다. 앞에 나온 명품 샴페인 돔 페리뇽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뱀술 마시는 방법까지 자세하게 설명해준다.
“이거 뱀술인데 진짜 귀한 술이에요. 목구멍으로 그냥 넘어가게 마셔야 해요. 이에 닿지 않게요. 뱀독이 이에 닿으면 싹 다 빠져요. 그래서 빨대로 마셔야 해요.”
대화의 내용보다 유리병에 담긴 뱀에 시선이 집중된다. 안주로는 돼지고기를 썰어서 생으로 먹는다. 나름 육회다. 빨간 돼지고기가 의심스럽다. 또 총소리가 들린다. 암전. 범인은 끝까지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다. 토를 하든 체하기 좋은 상황이다. 영화의 스크린 식탁에서 일어나고 싶어진다. <조난자들> 영화의 음식은 이런 느낌이다. ‘입안에서 무엇이 물컹하게 씹혔다. 뱉으려고 했을 때는 벌써 꿀꺽하고 넘어간 상태라 늦었다. 도대체 무엇을 먹은 건지 모르겠지만, 어금니와 혀는 그 느낌을 계속 기억하고 있다.’

송영애(전주대학교 식품산업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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