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이의 ‘우리고장 맛집 이야기’] 냉면예술
[김순이의 ‘우리고장 맛집 이야기’] 냉면예술
  • 김순이 음식점 컬럼니스트, 청학동 대표
  • 승인 2017.06.01 19: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갑작스런 더위가 여름을 몰고 온 것 같다.
아직 여름 맞이 할 마음의 준비도 안 되었는데 더위는 여름의 시간으로 우리를 재촉한다.
친구가 가슴까지 시원한 냉면 먹으러 가자고 전화가 왔다. 순간 작년 오픈 때 가서 맛있게 먹었던 전북도교육청 앞에 있는 ‘냉면 예술’이 생각났다.
마침 유난히 냉면을 좋아하는 동생하고 냉면 한번 먹으러 가려고 했는데 잘 되었다 싶었다.
셋이서 냉면예술로 차를 몰았다. 작년에 오픈을 해서 아직 잘 알려 지지 안했을 텐데도
역시 더위엔 냉면만한 게 없나보다. 매장에 들어가니 사람들로 홀이 꽉 차 있었다.
그렇게 손님들이 많은데도 환하게 트인 홀 때문인지 시원하게 느껴졌다.

우리는 각자 비빔냉면과 물냉면을 주문했다. 생각보다 음식이 빨리 나왔다.
가느다란 기계냉면발이 입맛을 당겼다. 우리는 겨자를 좀 풀어 휙휙 저어서 한입 돌돌 말아 입안에 넣었다.
면발이 혀끝에 와 닿는 첫 느낌!!
부드러우면서도 졸깃한 면발은 우리의 오감을 자극했다.

그 맛을 더 느끼고 싶다는 생각에 가느다란 면발을 한 올 한 올 세듯 우리는 천천히 속도를 늦추었다.
빨간 양념장에 곱게 비벼진 비빔냉면은 이열치열 기분으로 입안에 넣었지만 면발과 감기는 감칠맛이 작은 행복과 섞이고 있었다.
물냉면은 물냉면대로 고운 면발이 시원한 육수를 품어서 그런지 가슴까지 시원하게 열어 주었다.
아껴 먹으려 했던 세 사람 냉면그릇은 이미 다 비워져 있었다.
작년 오픈 때 사장님이 자랑삼아 한 얘기가 생각이 난다. 서울에서 냉면 기술로 내로라하는 굉장한 주방장을 데려왔다더니만 맞는 말 같다.
매장 분위기는 아직 새 것 냄새가 났지만 냉면 맛은 세월을 담고 있었다.

우리는 누구라 할 것 없이 아직 입에서 맛을 내려놓지 못하고 있는 듯 했다. 그래서 그런지 옆 테이블에서 먹고 있는 왕만두가 유난히 맛있게 보였다. 나는 후식처럼 왕만두를 시켰다. 금방 나온 왕만두에서 김이 모락모락 올라왔다. 냉면하고는 대조적인데도 또 다른 느낌으로 만족감이 몰려 왔다.
담백하면서도 촉촉한 맛이 끝까지 우리의 기분을 떨어트리지 않았다.

만두까지 먹고 나니 주위 분위기가 눈에 들어 왔다.
절제된 듯 단순하면서도 세련된 인테리어가 고급스럽기까지 했다.
다른 곳에서는 보기 드문 시원한 디자인의 의자에는 연두색 리본이 싱그럽게 묶여 있었다.
손님을 위한 주인의 섬세한 손길이 음식점을 하는 나로서는 감동으로 다가 왔다.
확 트인 홀 안쪽으로 창 넘어 대나무가 마치 도심을 잊게 만들었다. 어떻게 이런 현대적인 감각에 시골 뒤뜰에나 있을 시원한 대나무를 옮겨 놓을 생각을 했을까(?)
남다른 사장님의 인테리어 감각에 나의 눈은 수준을 높여가고 있었다.

우리는 여유롭게 커피 한잔씩을 마시며 다음에 와서는 회냉면을 꼭 먹어 보자며 남아 있는 아쉬움을 회냉면에 마침표를 찍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음까지 시원해진 우리는 친절한 직원의 인사를 서비스의 덤으로 받아 밖으로 나왔다.
정문 같은 뒷문으로 나오면 주차장 옆으로 도교육청 앞에 공원이 펼쳐져 있다.
마치 냉면 예술의 정원 같은 아름다운 공원이다. 다음에는 식사를 마치고 커피는 나무 그늘아래 벤치에서 멋스럽게 마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작은 정원을 산책하듯 한 바퀴 돌고 차에 올랐다.

갑자기 돌아오는데 천둥이 울렸다. 느닷없이 쏟아지는 소나기에 환호성을 지를 만큼 세상이 시원하게 뚫리는 느낌이었다. 요즘 가뭄으로 메말라 가는 나라에 단비라 마치 축복처럼 느껴졌다.
더위로 열 오른 가슴은 냉면으로 식히고 태양으로 데워진 대지는 소나기가 시원스럽게 식혀주었다. 갑자기 축복으로 가득차오는 하루가 감사하게 느껴졌다.

(냉면예술 대표; 오재천 TEL. 063-236-5292)

/음식점 컬럼니스트, 청학동 대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