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2일 “고용 없는 성장을 막고 좋은 일자리가 경제성장을 이끄는 경제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필요하다”면서 국회의 협조를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 국회 본회의장에서 취임 후 한달여만에 첫 시정연설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추경 시정연설은 처음이며 취임 후 가장 빠른 시점에 이뤄져 눈길을 끌었다. 문 대통령은 “국민의 삶이 고단한 근본원인은 바로 일자리”라고 진단한 후 “고용 없는 성장이 계속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성장의 결과, 일자리가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를 늘려 성장을 이루는 경제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추경을 편성해서라도 고용을 개선하고 소득격차가 더 커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면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세수실적이 좋아 증세나 국채발행 없이도 추경예산 편성이 가능하다. 이렇게 대응할 여력이 있는데도 손을 놓고 있는다면 정부의 직무유기이고 나아가서는 우리 정치의 직무유기가 될 것”이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Δ청년 Δ여성 Δ어르신 Δ지역으로 키워드를 나눠 상세하게 설명하면서 “청년들에게 최우선 순위를 두었다. 공공부문에서 일자리를 만들거나 취업과 창업을 돕는 것으로 우선 소방관과 경찰관, 복지공무원, 부사관, 집배원 등 중앙과 지방공무원 1만2000명을 충원해 민생서비스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보육교사, 노인돌봄서비스, 치매관리서비스, 아동안전지킴이 등 민간이 고용하는 공공부문 일자리 지원 등을 통해 사회서비스 분야에서 2만4,000개의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출산 첫 3개월의 육아휴직 급여를 최대 두배까지 늘리도록 하고 국공립 어린이집을 올해 예정한 지원규모보다 두 배 늘려 360개를 신규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노인 공공일자리 3만개를 늘리고 일자리 수당을 월 22만원에서 월 27만원으로 인상하는 예산을 반영했다. 현재 전국 47개소에 불과한 치매안심센터를 252개로 늘리는 예산을 배정해 치매국가책임제를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지역과 관련해선 “도시재생 뉴딜사업, 하수관거 정비 등 낙후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예산을 배정했다. 이번 추경으로 지자체에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총 3조5,000억원이 지원된다”고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끝으로 야당을 향해 “정부는 비상시국에 인수위 없이 출범한 상황에서 국정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조속히 국정을 정상화할 수 있도록 국회의 협력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시정연설에 대해 여당은 “잘사는 사람은 더 잘 살고, 못사는 사람은 더 못사는’ 문제를 대통령이 직접 챙김으로써 서민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겠다는 점을 매우 환영한다”고 논평한 반면, 국민의당 김유정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의 상황인식과 진단에는 전적으로 공감한지만 처방은 실효성 없고 엉뚱하다. 추경의 내용은 야당과 국민의 목소리를 좀 더 경청해야 한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정용기 대변인은 “말로는 ‘협치’와 ‘국회존중’을 내세웠으나 실제로는 ‘일방적’ 협조요구와 ‘밀어붙이기’의지를 통보한 것이었다”고 비판했다. /서울 = 강영희기자 kang@sj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