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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를 살리는 한식 만들고 싶어"
[새전북이 만난 사람] 신선한 재료로 친환경 밥상차리는 함정희 대표
2017년 07월 11일 (화) 권동혁 기자 APSUN@sjbnews.com
   
 
   
 

‘콩’ 없이는 살아온 과정을 말하기 어려운 ‘콩순이’가 있다. 어려서부터 인생을 콩과 함께 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최근에는 인체에 무해한 식품을 널리 알리고 보급하기 위한 전도사 역할까지 하고 있다. 전주에서 토종 콩 식품과 신선한 친환경 재료로 밥상을 차리는 ‘함씨네 밥상’ 함정희(64) 대표 얘기다.

◇ 남다른 ‘콩사랑’ 두부공장 아들에게 시집간 사연

어렸을 때부터 유독 콩에 대한 애정이 많았다. 콩 들어간 반찬이 없으면 밥을 안 먹을 정도였다. 밥 짓기 전에 솥에 콩이 들어가 있는 것만 봐도 기분이 좋았다. ‘콩밥’, ‘콩자반’, ‘콩조림’ 등 콩으로 만든 밥과 반찬은 도시락에 꼭 들어가야 할 필수였다.
“중매로 결혼을 했는데 남편 집이 두부공장을 했었어요. 다른 것보다 그게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원 없이 두부 먹어보겠다는 생각에 바로 결혼했지요.”
함 대표의 시어머니는 전주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두부공장을 운영했다. 원래 콩으로 만든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인 터라 시댁이 두부공장을 한다는 것이 너무 좋았다.
대형마트나 공장 식당 등에 아침 일찍부터 두부를 공급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냈다. 바쁜 만큼 돈도 많이 벌었다. 집과 땅을 사면서 남부럽지 않은 가정생활을 했다.

◇유전자변형식품 강의 듣고 충격

두부공장 며느리로 넉넉한 생활을 해오던 그는 마흔 여섯 되던 해 친환경 농산물 전도사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지식이 풍부한 어느 박사의 강의를 들으면서 부터다. 인생의 대전환이 시작되는 시점이었다. '수입 콩을 그대로 사용하면 5,000년 역사 문을 닫는다'는 생각까지 하게 됐다. 그날부터 유전자변형식품(GMO)의 생산과 보급, 소비를 막는 것에 모든 것을 걸었다. “처음엔 잘 몰랐어요. 저희가 만든 두부는 사실 모두 수입산 이었거든요. 그런데 그게 우리나라를 망하게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게 됐어요.”
그가 더 심각하게 느낀 것은 수입콩 중 적지 않은 수가 유전자변형을 했다는 점이다. 식탁에 오르기엔 검증이 빈약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우리가 먹는 콩은 대부분 수입산이에요. 아메리카 대륙에서 오는 것이 많은데 보통 3년 정도 묵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것도 배로 옮기면서 약품을 사용한 것이 식탁에 오릅니다.”

◇‘두부 재료 국산으로’ 뚝심으로 밀어붙인 투쟁

우리콩은 유전자 조작이 없으니 안전하다고 생각했다. 국산콩으로 재료를 바꿔 두부를 만들어보자고 마음먹었다. 문제는 예전부터 시댁에서 운영한 수입콩을 원료로 한 두부공장이었다.
남편에게 “국산으로 재료를 바꾸자”고 했더니 “일부만 국산으로 사용하자”는 답이 돌아왔다. 함 대표는 ‘같은 공장에서 수입과 국산을 같이 사용해 제품을 만들면 누가 100% 국산 두부인지 믿겠냐’고 생각했다. 남편에게 “국산으로 전부 바꿔 두부를 만들자”고 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싸움이 일어났다. 20년 넘게 닦아온 거래처를 팽개치는 일일뿐더러 10배 가까운 가격의 국산콩으로 경쟁력을 갖추기가 어렵다는 계산도 나왔다.
‘나라도 못하는 일을 조그마한 중소기업이 어떻게 해결할 수 있겠냐’는 생각도 들었다. 막둥이 아들 데리고 집에서 도망을 나올 때도 있었다. “당시에는 매국노하고 독립군하고 한집에서 싸운 셈이었어요. 부부싸움으로 경찰이 출동할 때도 많았는데 결코 뜻을 굽히지 않았어요.”
그렇게 남편과 언제 끝날지 모르는 싸움을 하다 2001년 10월 수입에서 국산으로 두부 재료를 바꾸는 데 성공했다. 남편도 함 대표의 뜻을 결국 꺾지 못한 것이다. 간장과 된장, 밀가루까지 전부 우리 농산물로 바꿔 공장 직원들의 식탁부터 바꿨다. 뜨거운 반응이 나왔다. 하지만 매출은 정반대였다. 뚝 떨어진 매출에 나날이 재산이 줄었다. 대출을 받아 회사 운영하다 땅이며 집들이 하나 둘씩 사라졌다. 매입한 콩 값을 지불하지 못해 쩔쩔맬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몸에 좋은지는 알아도 가격이 비싼 탓에 거래처에서 선뜻 구매하지 않은 탓이다. 그래도 우리 농산물로 좋은 음식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었다. 어느 날 한 대형 백화점에서 연락이 왔다. 수입콩이 국산으로 둔갑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한바탕 세상이 시끄러웠을 때였다. 본점과 강남점, 잠실점에 제품을 공급했다. 당장 운영 자금이 마련돼 한시름 덜었지만 거래는 오래가지 못했다. 전주에서 서울까지 거리도 멀고 기존 입점 업체의 반발도 심한 탓이다.
또 다시 매출 걱정을 하던 터에 모 음식재료 유통업체에서 연락이 왔다. “맛과 품질이 최고”라면서 납품을 의뢰했다. 딸까지 1톤 트럭 운전 연수를 시켜 배달에 나설 정도로 바빠졌다. 두부와 청국장 등을 공급하면서 활로를 모색했다. 그렇게 '국산'으로 만든 함 대표의 제품은 나날이 인정을 받아갔다.

◇“우리 것이 최고” 대학원에서 연구하며 열정 쏟아

우리 식품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어졌다. 대학원에 진학했고 2007년에는 부산 벡스코(BEXCO)에서 열린 한국식품과학회 학술대회에서 항암효과가 높고 콜레스테롤 수치와 체중을 감소시킬 수 있는 마늘청국장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100% 친환경 우리농산물로 만든 음식을 내놓는 식당을 하고 싶어졌다.
2009년 전주시 덕진구 반월동에서 그 희망을 현실화했다. 돈보다는 제대로 된 한식을 알리고 싶은 마음에서다. ‘함씨네 밥상’이란 상호를 붙였다. 유전자 변형 없는 우리 농산물로 식탁을 꾸렸다. 쥐눈이마늘·콩을 이용한 청국장을 개발했다. 특히 쥐눈이마늘은 특유 성분 때문에 약을 쓰지 않으면 제품 생산이 어려웠지만 특허를 받으면서까지 개발에 성공했다. 박원순이나 조정래, 홍성대 같은 유명 인사도 “최고의 음식”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일종에 해독제고 항암제 역할을 해요. 이걸 먹으면 한 두 달 사이에 몸이 전혀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장담합니다.”

◇제대로 된 한식으로 ‘미슐랭가이드’ 등재 도전

함 대표는 원광대학교 보건행정학과 박사 과정에 있다. ‘마늘청국장환이 변비 질환에 미치는 영향’으로 논문도 준비 중이다. “대한민국에 이 논문을 바치고 싶어요. 청년과 노인 실업 문제는 이 논문에 들어 있는 내용으로 해결 할 수 있다고 장담합니다. 100조원을 만들 수 있는 농업 비법이니까요.”
지난 3월 함씨네 밥상은 전주전통문화관 1층으로 터를 옮겨 제2의 도약을 했다. 전주시의 컨설팅 지원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식당·여행 정보 안내서 ‘미슐랭 가이드’ 등재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미술랭 가이드 도전은 돈 때문이 아닙니다. 사람을 살리는 음식 장사를 하고 싶은 제 작은 소망을 담은 겁니다.”
함씨네 밥상 앞에는 장독 200여 개가 있다. 5년에서 10년 된 간장과 2년 이상 된 된장 등 엄선한 재료로 담근 각종 장과 젓갈이 식탁에 오를 때를 기다리고 있다. 장독대 앞에는 이렇게 써 있다. ‘약념(藥念).’ 음식이 곧 약이 된다는 생각을 담은 그의 철학이 장독과 함께 익어가고 있다. /권동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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