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전북 최초 군산 소녀의 상 유감
[기자의 눈] 전북 최초 군산 소녀의 상 유감
  • 채명룡 기자
  • 승인 2017.08.13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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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오후 6시, 소녀의 상 추념식이 열린 군산 동국사 경내는 쓸쓸했다. 국내 하나뿐인 일본식 사찰 동국사를 찾는 관광객들만 바쁜 발놀림이다. 동국사측도 행사주관측도 당황한 표정이었다. 군산야행 개막식이 이어지기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군산의 한 단체에서 주도한 이 소녀의 상은 2년 전 이맘 때 군산시민과 단체들의 성금으로 전국에서 11번째, 전북에서는 처음으로 만들어졌다.
군산 ‘소녀의 상’이 동국사 경내에 자리 잡게 된 건 당시 시민단체에서 근대역사박물관 앞이나 시내 중심의 요지에 부지를 내줄 것을 바랐지만 군산시가 여러 가지 이유로 불허했고, 그 대안으로 동국사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일본 조동종에서 한국 침략에 대해 용서를 비는 참사문비를 동국사에 세우면서 참사문비와 소녀의 상이 가진 상징성을 감안한 나름 고심의 선택으로 기억한다.
소녀의 상은 위안부로 끌려간 할머니들 원혼을 위로하고, 용서는 할지라도 잊지 말자는 의미가 깔려 있다.

이날 추념식에 참석한 인사들의 말씀도 마찬가지였다.
공동추진위원장이었던 이승우 군장대 총장은 “2년 전 제막식 때, 열여섯에 위안부로 끌려갔다가 탈출하는 과정에서 온 몸이 만신창이가 되었던 이옥선 할머니의 증언을 듣고 부끄러웠다.”면서, “역사를 잘못 가르치고 일제의 만행에 대해 묵과했다는 데 대해 교육자로써 깊이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했다.
또 “어두운 과거를 기억하고자 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오늘은 어두웠던 기억을 되살려야만 한다.”면서, “소녀의 상 의미를 통해 올바른 역사의식을 갖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부영 공동위원장은 “‘역사를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다’라는 말을 인용하면서, 일제의 만행을 전 세계에 알리는 이 소녀상을 통해 민족의식이 높아지길 기대한다.”고 했다.
동국사 주지 종걸스님의 말은 울림이 컸다. 108년 역사를 가진 국내 유일의 일본식 건축물로 지은 절임을 감안한 듯 “당시 소녀의 상 건립 제안이 왔을 때 ‘일제 때 지어져 그 시대를 잘 살아 온 이 절에 (소녀의 상이)세워지는 건 손가락질 받을 일’이라 생각했었다.”고 회고했다.
스님은 “오늘 시집도 못가보고 돌아가신 할머니들을 위해 소녀의 상 앞에 색동옷 한 벌을 올렸다.”면서, “이제는 할머니들을 잘 모시라는 숙명으로 (소녀의 상을)받아들인다.”라고 했다. 덧붙여 강제 징용된 당시 조선인들을 기리는 사업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전북 최초로 국내 유일의 일본식 사찰 경내에 시민 성금을 모아 세운 소녀의 상 추념식이 외롭게 치러지는 건 왜일까.
동국사는 여러 건물을 짓는 불사가 이뤄지고 있다. 고즈넉하던 절의 이미지도, 일본식 절이라는 유일성도 이미 옛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할 만하니까 했겠지만 소녀의상 옆엔 ‘다온’이라는 찻집까지 들어섰다.
가뜩이나 좁은 절은 상업적 색채가 짙어졌다. 현해탄을 건너 고향 집으로 돌아가고픈 의미가 더해진 동국사 ‘소녀의 상’이 자의든 타의든 상업적으로 이용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소녀의상 추념식에까지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는지, 혹시라도 하는 기자의 걱정이 기우이길 바란다./군산=채명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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