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을 마련해준다는 분양승인 주도자들의 말만 믿고 신청서에 도장을 찍었는데, 나중에는 계약 위반자로 보증금만 받고 쫓겨났어요.”(세경아파트 전전세 임대자 A씨)
군산에서 처음으로 건설사가 아닌 입주민들이 분양전환을 요구했던 1,186세대 나운동 세경아파트는 어떻게 되었을까.
분양전환 후 3년여가 지난 지금, 당시 임대자들의 내 집을 갖고 싶은 욕구와 재산을 불리기 위한 분양전환 목적은 달성되었을까.
나운동의 중심에 자리 잡은 이 아파트는 2002년 12월 3일 준공되었다. 분양전환 신청은 2013년 11월 27일, 우여곡절을 거쳐 다음해 선거가 한창일 때 분양이 마무리되었다.
21일 세경아파트에서 만난 입주자 B씨(여, 54)는 “당시 ‘전전세를 포함해서 모든 임대자들이 분양받도록 해주겠다.’는 말에 감정평가도 없었지만 분양 전환에 동의하는 도장을 찍었다.”고 했다.
또 “현장에는 노동단체와 지역구 C시의원 등이 분양전환을 독려했는데, 나중에 군산시에 임대자 실태조사를 요구하는 바람에 전전세자들은 분양을 받은 게 아니라 오히려 계약위반으로 쫓겨나는 빌미가 되었다.”고 기억했다.
인근의 부동산업주는 “군산의 중심에서 가장 싼 값에 세 살았던 서민들이 분양전환으로 삶터를 잃어버린 대표적으로 잘못된 분양전환 사례”라면서, “전체 세대 중에서 30% 정도인 400~500세대의 전전세자들이 사실상 쫓겨났다.”고 말했다.

당시 분양에 깊이 관여했던 입주민은 “분양전환은 감정평가와 세입자 변경 등 입주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정비된 이후에 승인되어야 하는데 무슨 일인지 이런 절차가 이뤄지기도 전에 승인이 났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전전세가 드러나면서 약 320세대가 계약 위반으로 쫓겨났고 빈집으로 남았다. 이른바 ‘공가세대’들은 건설사가 합법적으로 일반인들에게 매각했고, 세입자에게 보증금만 내주고 난 막대한 차익을 취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 다른 문제는 소유자였던 D건설이 분양 전환할 경우, 입주자들이 요구하는 하자보수나 시설물 보수비용 등을 부담해야 되지만 이 경우 한 푼도 부담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10년이 넘으면서 의무하자기간이 종료되었고, 장기 수선충당금마저 한 푼도 적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분양을 마무리, 결과적으로 건설사만 배를 불릴 꼴이 되었다는 게 당시 입주자들의 주장이다.
한 입주자는 “최근 지하주차장 누수와 창틀 공사 등에 장기수선 충당금 수억원을 쏟아 부었다.”면서, “장기수선충당금이 적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모두 새로운 입주자를 포함하는 주민들의 부담으로 남았고, 세대당 장기 수선충당 분담금이 인근 30평형대 아파트 수준인 월 1만8,800원씩 나온다.”고 했다.
재산권을 행사하려고 했던 입주자 요청 분양 전환이 사실상 자신들의 발목을 찍은 것이다.
장병철 입주자 대표회장은 “입주자들이 10만원씩을 거둬 당시 분양 전환과 관련해 소유주였던 건설사를 상대로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분양 전환가격은 평형과 층수에 따라 약간씩 다르지만 40㎡(15평형)이 4,000~4,400만원, 53㎡(21평형)이 5,600~6,000만원 선이었다.
분양 초기에는 아파트 값이 상승세를 그리기도 했지만 군산지역 부동산 경기가 하락하면서 요즘은 분양가 수준에 집이 매매되고 있다.
반면 분양 전환 후 세입자들의 월세 부담이 크게 늘었다. 이래저래 서민들의 주거 환경만 열악해진 셈이다.
2012년 기준 이 아파트의 임대료는 15평형의 경우 보증금 840만원에 월 8만8,000원이었는데 지금은 500만원에 월 25만원이다. 21평형의 경우 1,280만원에 12만8,000원이었지만 요즘은 500~1,000만원에 월 30만원 수준으로 올랐다./군산=채명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