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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은 정치만 하는 것이 아니다
[영화에서 음식을 맛보다] ■광해 - 수라상
2017년 08월 24일 (목) 송영애(전주대학교 연구교수) APSUN@sjbnews.com

   

-‘정치 영화’보다 흥미로운 ‘정치인 영화’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 재판관 전원 일치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 결정되었다. 다음날 바로 신문 칼럼에서는 연산군과 광해군이 등장하였다. 반정으로 폐위되고, 촛불 민심으로 파면된 과정을 같은 점과 다른 점으로 비교하는 내용이었다.
대통령직에서 파면되고 청와대를 나서 삼성동 자택으로 가는 밤길이 폐위되어 강화도로 떠나는 광해군의 모습으로 비치기도 했다. 모든 뉴스가 영화처럼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한 나라의 임금, 대통령 영화는 우리의 이야기로 정치 성향을 떠나 꼭 봐야 하는 영화다. 연산군과 관련된 대표적인 영화는 <간신>(The Treacherous, 2015)이 있고, 광해군은 <광해, 왕이 된 남자>(Masquerade, 2012)가 있다.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는 가짜 왕과 진짜 왕이 나온다. 진짜 왕이 있음에도 가짜 왕이 왕 노릇을 하여 최순실과 비교하기 좋은 영화다.
노무현 대통령과 관련된 영화는 무려 세 편이나 있다. <변호인>(The Attorney, 2013), <무현, 두 도시 이야기>(Moo-hyun, Tale of Two Cities, 2016) 그리고 <노무현입니다>(OUR PRESIDENT, 2017)까지다. 이 중에서 두 편은 노무현 대통령이 주인공으로 직접 출연한 영화다. <노무현입니다>는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최고의 화제작으로 꼽히기도 했다. 지난주에는 이명박 대통령 주연의 <공범자들>(Criminal Conspiracy, 2017)도 개봉하였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궁금한 것은 언젠가는 개봉될 ‘박근혜&최순실’ 영화다. 어떤 내용으로 그려질지 벌써 궁금해진다. 어느 감독인가는 벌써 준비하고 있겠지만 재촉하고 싶은 마음마저 든다.

   

저잣거리 광대도 아는, 애민정신
영화는 시작부터 수라상(水刺床)이 엎어져 있다. 기미 상궁의 은 숟가락이 검게 변했다. 상궁 모두는 엎드려 울먹이며 “전하, 죽여주시옵소서.”를 외친다. 은 숟가락이 검게 변했다는 것은 음식에 독이 들어있다는 증거다. 광해군은 음식을 들지 않겠다며 수라상을 엎은 것이다.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광해군은 편전을 지킬 자를 찾는다.
“아무도 믿을 수 없으니…. 똑같이 생긴 자를 데려오시오.”
주연배우 이병헌은 1인 2역으로 가짜 왕과 진짜 왕 역할을 했다. 영화 속에서는 조선의 제15대 왕인 광해군이 주인공인 듯하지만, 실제는 왕을 대신한 가짜 광해군이 주인공이다.
하선(이병헌)은 저잣거리 광대다. 기방에서 기생들과 사대부들이 함께하는 술자리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곤룡포까지 입고 임금을 풍자하며 웃음을 준다. 하선은 광해군(이병헌)과 똑같은 외모로 가지고 있다.
하선이 궁으로 들어오고, 광대가 광해군이 된다. 하룻밤 사이에 조선에는 두 명의 왕이 생긴다. 하선이 광해군을 대신하면서 영화 속 이야기는 긴장되어 간다. 저잣거리 광대의 가짜 왕 행세가 무려 15일 동안이나 이어진다.
하선은 간신들의 말만 따르며 대충 시간 때우기 식으로 있어야 했다. 그러나 왕 노릇을 제대로(?) 하는 바람에 진짜 왕이 아니라는 의심까지 받게 된다.
명나라에 2만의 군사를 파병하자는 신하들에게 소리친다.
“그깟 사대의 명분이 뭐요?
2만의 백성을 사지로 내몰라는 것이요?
임금이라면, 백성이 지아비라 부르는 왕이라면,
빼앗고, 훔치고, 빌어먹을지언정, 내 그들을 살려야겠소.
그대들이 죽고 못 사는 사대의 예보다,
내 나라의 내 백성이 열 곱절, 백 곱절은 더 소중하오.
대체 이 나라가 누구 나라요?”
태어나서부터 열 명의 대통령 아래에서 살아온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많은 생각이 교차되는 명대사다.
“왕이라면, 빼앗고, 훔치고, 빌어먹을지언정, 내 그들을 살려야겠소.”

   

-점점 사라져 가는 봉송 문화
수라상은 왕과 왕비의 일상식 형태의 밥상이다. 광대 하선은 궁에 들어온 첫날부터 12첩 수라상을 보고 놀란다. 역시나 깨끗하게 비운다. 상궁들은 표정이 좋지 않다.
하선은 궁을 거닐며 조내관(장광)에게 말을 건넨다.
“나도 어디 가서 먹는 것은 빠지지 않는데 말이요. 전하께서 먹성이 엄청 나셨나 보오.”
“전하께서 남기신 어식(御食)으로 수라간 궁녀들이 요기하옵니다.”
“하면, 종일 굶었다는 말이요? 나 때문에?”
“어식 외에는 아무 음식도 짓지 못하니, 아마도….”
“하아~ 참. 다 먹고 살자는 일인데, 어쩐지 나를 귀신 보듯이 보나 했더니….”
임금이 음식을 다 들고 상을 물리면(退膳), 남은 음식은 상궁과 나인들이 나누어 먹는다. 그러나 하선이 음식을 남겨주지 않자 상궁들은 먹을 게 없으니 걱정하며 표정이 안 좋았던 것이다.
하선은 다음 날 수라상을 받고는 팥죽 한 그릇만 먹는다. 수라간 상궁과 나인들을 위한 배려다. 조용했던 수라간이 오랜만에 먹는 쌀밥으로 웃음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온다.
물건을 싸서 선물로 보내는 것을 봉송(封送)이라 부르는데, 임금님께서 음식을 내려주시는 것도 봉송 중 하나다. 민가에서도 제사에 올렸던 음식을 그 자리에 모인 친척 모두에게 조금씩 싸주는 것도 우리의 고유한 봉송 문화다.
다시 최순실 이야기다. 최순실은 검문검색도 없이 청와대를 제집 드나들 듯했다. 청와대 조리장에게 일본식 전골 요리인 스키야키를 요구하기도 했으며, 나갈 때는 김밥을 포장해 갔다는 기사도 있었다. 이 기사를 접하고 음식 학자들은 전통을 이어가는 최순실을 본받아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했다. 최순실은 우리 전통문화인 봉송을 안다. 물론 음식을 안 싸주니 직접 포장해달라고 했겠지만 말이다.
또….

송영애(전주대학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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