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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유해물질 방치한 자치단체들
2017년 08월 27일 (일) 임형택(익산시의원) APSUN@sjbnews.com
   
 
   
 

살충제 계란 파동, 가습기 살균제 등 유해물질에 대한 우려가 날로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전북지역 21곳 인조잔디에서 유해성 물질이 기준치 이상 검출되었는데도 자치단체들은 이런 사실을 숨기고 시설 출입을 통제하지도 않고 1년 가까이 주민들에게 개방하고 있다는 언론보도는 가히 충격적이다.

정부와 자치단체가 만들어 놓은 운동장이 중금속 범벅이었다니 시민들은 도대체 무엇을 믿고 살아야 한다는 말인가? 1년간 숨기고 방치해 둔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시민여론이 높은 상황이다.

2016년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조사에서 부안군의 게이트볼장 5곳에서 납성분이 기준치의 50배에서 70배 넘게 검출되었는데 노인들은 이 사실을 전혀 모른채 게이트볼장을 이용하고 있다.
납이 기준치의 70배 검출된 김제시민운동장 인조잔디에서도 농업인의 날 행사 등이 개최되고 있다. 익산중앙체육공원, 쓰레기소각장 운동장 등에서도 납성분이 기준치의 75배가 검출됐지만 심지어 중앙체육공원에서는 매년 어린이날 행사와 각종축제 등이 열리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조사만 실시한 채 후속 조치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고 전라북도 역시 손을 놔버렸다. 정부와 지자체들의 안전불감증, 안이한 공중보건 인식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15년 학교 인조잔디 운동장에서 납성분이 검출되자 즉시 운동장 사용을 중단시켰던 전북교육청의 조치와 이번 자치단체들의 대응은 너무나 큰 대조를 보이고 있다.

아이들이 인조잔디에서 운동하고 나면 옷에 잔디 파일(잎) 부스러기와 (충전재로 쓰이는) 고무알갱이에서 나온 까만 가루가 잔뜩 묻어있다. 인조잔디에서 유해물질이 집중 검출되는 부분이 파일과 충전재라는데 특히 아이들, 노약자들의 건강이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다. 마모상태에서 비산먼지가 되어 아이들의 입과 코로 흡입되고 있을 수도 있다. 또한 땅속으로 스며들어 토양을 오염시키고 있을 것이다.

고무분말에 포함된 유해물질 목록은 납, 카드뮴, 수은, 6가크롬, 휘발성유기화합물, 다환방향족탄화수소 등으로 납은 특히 신경조직에 가장 심각한 손상을 주고 암 유발 요인이며,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는 피부암, 폐암 등을 일으키는 발암물질이며 아토피를 가속화하고 내분비교란물질(환경호르몬)로 생식체계에 이상을 초래한다. 일본에서는 카드늄 중독으로 인한 ‘이타이이타이’병으로 수백명이 희생된 바 있으며, 폐암, 신장암, 위암 등 발암물질로 보고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정부는 문제가 된 21곳의 인조잔디를 걷어내고 다시 인조잔디를 설치한다는 계획이어서 환경단체들이 안전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운동장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지에 대한 책임성 있는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지역사회 공론이 충분히 있어야 한다. 이러한 사전노력 없이 이루어진 결정은 무의미하다. 유해물질이 기준이하로 검출된다 하더라도 몸에 계속 축적되므로 유해물질이 검출되는 화학물질을 아이, 노약자들이 생활하는 공간에 사용하는 것도 문제이기 때문이다.

한편 품질 기준의 허점도 여전하다. 시공 전 업체가 제출하는 주(主)자재에 대해서만 유해성 검사를 실시하도록 되어 있어 인조잔디 파일의 초록색을 선명하게 하는 안료 등 유해성 위험이 높은 부수적 자재는 통제하기 어렵다. 인조잔디 충전재 보충 과정에서 시공 때보다 품질이 떨어지는 저가 고무알갱이를 사용하는 업체가 많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한다.

인조잔디는 운동장 관리가 편하고 사용편의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철저히 관리했을 경우에도 7~8년 사용 가능하며 다시 재시공해야 한다. 조사 결과 5년 이상 사용한 인조잔디운동장 상태는 최악으로 나타났다. 초기 조성비, 사용 관리비, 폐기비용까지 합치면 흙 운동장이나 천연잔디운동장이 효율성도 좋다는 주장도 있다.

이번 기회에 무조건으로 효율성만 따지기 보다는 장기적 관점을 가지고 일정비율은 흙운동장, 천연잔디로 순차적으로 전환해보는 것도 한 방안이다. 전북도와 자치단체는 이번 일을 공중보건 의식을 재고하고 체육시설 조성 관련 대안을 마련하는 기회로 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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