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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한가운데] 쉬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2017년 08월 30일 (수) 정지영(전북대학교 무역학과 교수) APSUN@sjbnews.com
   
 
   
 

현대인들은 온통 회색빛 아파트로 둘러싸인 도시에서 치열한 경쟁과 함께 하루를 보내고 젊음을 바쳐 일생을 마감한다. 치열한 경쟁은 모두에게 고통스럽고 힘든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세상에서 경쟁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 사회가 부추기는 경쟁은 함께 발전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상대를 꺽어야 내가 생존하는 구조가 된지 오래다. 이러한 무한 경쟁은 우울, 불안, 불면 등 정신적 고통의 근원이 되기도 한다. 처방이 진실로 필요하다.

가장 공정하다는 스포츠 분야에서도 경쟁은 필수적이다. 승자에게 모든 영광이 돌아가고 부와 명예가 함께 부여된다. 최고의 선수도 경쟁에서 뒤쳐지면 은퇴하거나 그저 그만한 선수로 남아 경쟁 그 자체를 즐기며 선수생활을 연명하는 경우가 많다. 사업의 세계 역시 다르지 않다. 경쟁에서 살아남은 기업은 계속적으로 시장에 남아 있지만 경쟁에서 뒤처지면 시장에서 곧바로 퇴출되어 문을 닫아야 한다. 개인 스포츠 분야는 자기 혼자만의 문제이지만 수 많은 종업원을 고용한 기업의 경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기업들은 이를 잘 알기에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는 승자도 패자도 모두 엄청난 스트레스 후유증을 얻게 된다. 경쟁의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이러한 경쟁을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회피하려는 신세대 그룹이 있다. 바로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족이다. 욜로족은 “당신의 삶은 오직 한번뿐이니, 자기만족을 우선으로 현재의 행복을 추구하는 신세대“를 말한다. 이들은 불투명한 미래에 관심을 두지 않고 현재의 행복에 삶의 초점을 맞춘다. 자신과 가족의 미래를 위해 치열한 경쟁속에서 고통을 감내하며 과중한 노동을 꿋꿋하게 견뎌냈던 기성세대들은 이들을 이해하기 힘들지만, 업무나 승진에 대한 스트레스가 덜하고, 야근이 없이 정시에 퇴근하는 회사를 선호하며, 퇴근 후나 주말에 자기가 좋아하는 취미생활과 여가활동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지금 상황에 만족하며 살아간다.

욜로족과 기성세대는 이처럼 매우 극단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두 세대의 차이는 단지 ‘쉼에 대한 개념’이 다를 뿐이다. 기성세대는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또는 살아남기 위해, 쉼이란 단지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 또는 ‘사치’라 생각해서 쉼없이 공부했고 쉼없이 노력을 한 세대들이다. 학창시절에 쉬는 시간에도 공부했고 버스 안에서도 지하철 안에서도, 심지어 식사 중에도 걸어가면서 까지도 공부를 한 경험이 있는 세대들은 그 경쟁의 고통을 안다. 그리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월화수목금금금’을 외치며 청춘과 가족을 포기하고 직장과 회사를 위해 오로지 희생했던 세대들은 그 ‘경쟁의 대가’가 무엇이었는지를 뼈저리게 경험했기 때문이다. 욜로족들은 그러한 경쟁의 폐해를 충분히 인지하기에 그 속에 들어가기를 원치 않는다. 이들은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0년 이상을 모아도 아파트 한 채 마련하기 어렵고, 결혼과 출산을 생각하면 육아 부담과 교육비 부담에 삶이 힘들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 그래서 이들은 쉼이 있는 ‘현재의 삶’을 선호한다.

이제서야 국가, 사회, 그리고 기업도 진정한 쉼의 가치를 깨닫기 시작했다. 그동안 우리는 무한경쟁 속에서 쉼 없이 달려왔고, 그 쉼 없는 경쟁으로 우리의 젊은 세대들을 무자비하게 내 몰았다는 사실을. 이제는 쉬면서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격렬히 뛰는 모든 스포츠 종목에 중간에 왜 쉬는 시간이 있는지를. 학교수업 중간에 왜 쉬는 시간이 있고 방학이 있는지를 깨닫지 못하고, 쉬는 시간에도 책을 보게 하고 방과 후에도 방학 중에도 학원과 과외로 몰아 붙이는 교육의 결과가 무엇인지를. 고등학교를 정상적으로 마치면 자기 적성에 맞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면 학업경쟁은 대학입학 후에 치열하게 해도 충분하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쉬면서 뒤돌아보면 직장에서의 승진을 위한 경쟁 역시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쉬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많다. 부, 명예, 권력, 그리고 인간관계 형성을 위한 치열한 경쟁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가를. 적당한 쉼은 나누고 비우는 삶의 의미와 일에 대한 지속적인 열정, 그리고 봉사와 기부가 자신과 인류에 얼마나 많은 가치를 부여해 주는가를 깨닫게 해 준다. 힘들면 힘들다고 말하고, 쉼도 고통이나 스트레스를 줄이려 하기 보다는 행복감, 안정감, 그리고 편안한 감정을 얻는데 중점을 두는 것이 좋다. 쉬면서 욕망, 소유, 구속, 집착으로 가득찬 자신을 비우면 생각과 마음이 순수함으로 채워지고 자유스러워 진다. 지금 불안하고 우울하고 외롭고 힘들다면, 하고 있는 일을 잠시 멈추고 쉼에 담긴 아름다움의 본질을 찾아 잠시라도 자기만의 순수한 쉼 공간이나 자연 속으로 떠나봄이 어떨까. 새로운 도전과 도약을 위한 편안한 쉼은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위한 좋은 투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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