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9 화 19:36
> 사설·칼럼 > 데스크의 눈
     
[데스크 칼럼] 9월이 오면
2017년 08월 30일 (수) 이종근 문화교육부 부국장 jk7409@sjbnews.com
   
 
   
 

더위에 관한 우스갯소리가 있다. 조선시대 선조 때 비서실에 근무하던 이항복은 자신의 장인인 도원수 권율이 관복 안에 제대로 옷을 입지 않고 다닌다는 소식을 듣고는 어느 무더운 날 어전회의 중에 긴급 제안을 한다. “날이 너무 더워 정신마저 혼미해지니 이래서는 제대로 회의 진행이 어렵습니다. 관복과 관모라도 좀 벗고 회의를 진행하면 어떻겠습니까.”
높은 용상에 앉아 있지만 덥기야 마찬가지였을 선조도 못이기는 체 이를 윤허하니 신하들이 모두 반기며 관복과 관모를 벗었다. 그런데 단 한 사람 권율만이 관복을 벗지 못한 채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임금 선조도 용포를 벗었는데 도원수만 옷을 벗지 않고 있으니 “임금이 벗으라 했는데 어찌 벗지 않는가” 하고 채근하니 얼굴이 홍당무가 된 권율도 마지못해 관복을 벗었는데 요샛말로 팬티에 러닝 차림이 아닌가. 권율이 아무 말도 못하고 얼굴을 붉히고 서 있고 선조와 대신들 모두 당황해하는데 이때 이항복이 재치 있게 날린다. “전하. 도원수가 워낙 청빈해 집안 살림이 넉넉지 못해 옷도 제대로 못해 입고 다닌다 하옵니다. 도원수의 딱한 처지를 어여삐 여겨주소서.” 그제야 이항복의 장난기를 깨달은 선조는 파안대소하며 비단과 무명을 하사했고, 그날 이후 권율은 아무리 찌는 삼복더위에도 의복을 다 갖춰 입고 다녔다는 것이다.

‘그대 구월이 오면 구월의 강가에 나가 강물이 여물어 가는 소리를 듣는지요. 뒤따르는 강물이 앞서 가는 강물에게 가만히 등을 토닥이며 밀어주면 앞서 가는 강물이 알았다는 듯 한 번 더 몸을 뒤척이며 물결로 출렁 걸음을 옮기는 것을.(하략, 안도현의 ‘구월이 오면’ 중)’
우리도 모르는 남에게 남겨 줄 그 무엇이 되어야한다고 깨닫기까지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리는 것인지, 사람이 사람과 더불어 이토록 따뜻한 시를 읽어주며 한 시절 세상을 적시고 싶어 이 시를 생각해본다. 여름 내내 시끄럽게 울어 되던 매미 소리가 잦아지는가 싶더니 밤이 깊어지면 귀뚜라미 소리가 제법 제 옥타브를 찾는다. 귀를 더 자세히 세우면 여치 소리도 나는 것 같고 이름 모를 풀벌레 소리도 들린다. 한 달 가까이나 열대야로 잠자리를 괴롭히던 무더위도 지난 23일 처서를 지나면서 이제 물러갈 준비를 하는가 보다.
무더운 여름을 뒤로하고 세월은 무상하게 결실의 인연을 맺는 가을이 오고 있다. 누구에게나 지난 과거의 아름다운 추억과 때로는 힘들고 가슴 아팠던 기억들이 있을 터이다. 그래서 인지는 몰라도 힘겨움이 많았고 가슴아팠던 기억들이 되살아 난다. 하지만 많은 아픔 만큼 저에게 주어진 고뇌 속에서 성숙을 이루낸 것은 사실이다. 때론 누구나 삶의 모두가 힘들고, 고달프며, 고통의 덩어리다. 어쩌면 모두가 갖는 것이기에 괴로워 할 필요가 없다 고해도 된다. 어떠한 경우를 맞이 할지라도 우리는 또 살아야 한다. 수많은 이별과 그리고 때로는 행복 속에서 그리고 앞으로 더 많은 그리움 속에서 .
1960년대 초에 개봉된 ‘9월이 오면’이란 영화가 있다. 아름다운 이탈리아 휴양지를 배경으로 중년의 커플과 남녀대학생들이 뜻하지 않게 한 별장에서 휴가를 보내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유쾌하게 그렸다. 핸섬한 록 허드슨과 허리가 잘록한 지중해의 여인 지나 롤로브리짓다의 매력이, 경쾌한 음악과 버무려진 바캉스 시즌에 잘 어울리는 로맨틱 코미디영화다.
앞으로의 삶에 있는 9월은 더욱 큰 결실과 나와 인연 닿는 모든 사람들에게 회향할 수 있도록 다시금 마음을 추슬러본다. 9월은 우주의 시간이 여름에서 가을로 바뀌는 때인 만큼 단순히 숫자의 의미를 넘어서서 시간의 변화를 바로 보고 삶에 대한 성찰을 해야 할 때인 것 같다.
코스모스가 피는 때이고, 코스모스는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가을을 알리는 꽃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안도현시인의 싯구처럼 9월에는 또 다른 시인처럼 강가에 가서 흐르는 물을 보며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가르침을 가만히 받아들이면 어떨까. “뒤따르는 강물이 앞서가는 강물에게/ 가만히 등을 토닥이며 밀어주면/ 앞서가는 강물이 알았다는 듯/ 한 번 더 몸을 뒤척이며/ 물결로 출렁 걸음을 옮기는 것을.”
9월부터 갖게 되는 여러 기쁨과 즐거운 일들을 생각해보면 오히려 드디어 온 계절에 감사할 수 있다. 저마다 결실의 계절 9월을 맞아 우리 삶속에서도 더 많은 기쁨의 열매들이 주렁주렁 맺어지길 바란다.

이종근 문화교육부 부국장의 다른기사 보기  
ⓒ 새전북신문(http://www.sjb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기사의견(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신문사소개고충처리인기사제보제휴안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발행소:전라북도 전주시 덕진구 백제대로 728번지 새전북신문 | 대표전화:063-230-5700 | 구독안내:063-230-5712
제호:SJBnews | 등록번호:전라북도 아00058 | 등록일자:2012년 03월13일 | 발행·편집인:박명규 | 청소년보호책임자:오성태 | 종별:인터넷신문
주식회사 에스제이비미디어는 새전북신문의 자회사입니다.
Copyright 2006 새전북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PSUN@sj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