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고장 맛집 이야기] 전주 남원 추어탕
[우리고장 맛집 이야기] 전주 남원 추어탕
  • 김순이 음식점 컬럼니스트, 청학동 대표
  • 승인 2017.08.31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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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훨씬 가벼워졌다. 하루사이에 그 무덥던 더위가 어디로 갔는지
실오라기 옷도 거추장스럽게 느껴졌던 것이 이제는 긴팔을 찾아 입게 되고 생각은 벌써 가을에 가까이 다가서고 있다.
그런 날씨 탓인지 갑자기 직원들이 여름에 삼계탕 파느라 애섰으니 밥을 사달라고 한다. 그것도 근사한 외식이 아닌 추어탕이 먹고 싶단다. 난 흔쾌히 그러자고 했다. 추어탕집도 가까이 있으니 이른 저녁을 먹자고 했다. 전주에서 가장 오래된 추어탕 집이다.

6시가 채 못 되어서 갔는데도 무슨 사람들이 그리 많은지 맛있게들 먹고 있는 모습들에 깜짝 놀랐다. 평소에 지나다닐 때도 항상 손님들이 많긴 했지만 이렇게 이른 시간부터 많다는 것이 놀라웠다. 우리는 자리를 잡고 물을 들고 온 아줌마한테 ‘손님이 정말 많네요.“ 했더니 “오늘 날씨가 그런지 평소 때보다 일찍 손님들이 들어오네요.” 했다. 다른 손님들도 우리처럼 가을로 가는 길목에서 추어탕 한 그릇이 먹고 싶었나보다.

우리는 메뉴판을 보기도 전에 각자 추어탕을 시키고 계란말이 두 접시를 시켰다. 요즘 게란 파동으로 계란이 귀해서 그런지 계란말이 값이 예전보다 많이 올랐다. 그런 반면에 소주 한 병 2,000원도 눈에 띄었다. 먼저 밑반찬으로 부추, 나나스키, 오징어 젓갈, 깍두기, 곰삭은 듯 깊은 맛이 나는 갓김치가 침샘을 자극했다. 먼저 계란말이가 나왔다. 마치 귀한음식처럼 다른 어느 때보다 계란말이가 먹음직스럽게 보였다. 우리는 일제히 계란말이를 집어 들었다. 부드럽고 맛있었다. 우리는 순식간에 계란말이를 먹어치웠다.

그리고 보글보글 추어탕 뚝배기가 나왔다. 자기 입맛 취향대로 깨소금을 더 넣기도 하고 피를 맑게 한다는 생 부추를 듬뿍 넣기도 했다. 추어탕을 잘 못 끓이면 흙냄새가 나는데 맛이 깔끔하고 안에 들어간 우거지가 부드러워서 식감이 아주 좋았다.
오랜만에 먹는 추어탕 냄새가 마치 고향 냄새처럼 구수했다.

어렸을 적 먹 거리가 넉넉하지 않았을 때 특히 가을이 되면 무청을 넣고 추어탕을 어머니가 끓여 주곤 했다. 몸보신으로 추어탕만한 것도 없었다. 소고기도 명절 때나 구경 할 수 있었고 닭고기도 마찬 가지였다. 그래서 유일하게 몸보신으로 자주 먹었던 것이 추어탕이다.

가을에 벼를 베어내고 난 수렁논에 가면 논바닥에 구멍이 나 있다. 그 구멍을 따라 파들어 가면 틀림없이 미꾸라지가 나왔다. 우리는 해가 지는 줄도 모르고 온 논바닥을 파 헤쳤다. 그러다 보면 어느 새 옷은 흙탕물로 엉망이 되어 있고 미꾸라지는 제법 바게스에 차 있었다. 누가 시킨 일도 아닌데 정말 신나게 미꾸라지를 잡았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감히 상상 할 수 없는 일이다. 일부러 체험을 하고 싶어도 그런 곳도 없을뿐더러 먹 거리가 너무 풍족해져서 그럴 필요도 없어졌다. 그래서 우리 세대는 이런 추어탕 한 그릇에서 삶의 애절함을 느끼게 되고 깊은 추억까지 먹게 된다. 우리는 각자 어렸을 적 이야기에 빠져서 추어탕 한 그릇으로 어떤 근사한 외식보다 두 배로 행복했다.

진한추어탕 한 그릇을 먹고 나니 온 몸에 따듯한 기운이 감돌았다. 우리는 직접 끓였다는 시원한 식혜를 마시고 만족스럽게 밖으로 나왔다. 제법 가을스러운 선선한 바람이 상큼하게 얼굴을 스쳤다.
주차장에서 바라본 추어탕 집 앞 벽면엔 ‘어머니의 손맛 그대로’ 라는 글귀가 가슴에 와 닿는 순간 훈훈한 행복이 몰려왔다.
전주 남원 추어탕 대표 이명렬 (TEL 063-225-7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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