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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동행' <13> 커피 한잔 드실래요?
2017년 09월 13일 (수) 조정란(인문학서점 조지오웰의 혜안 대표) APSUN@sjbnews.com
   
 
   
 
그녀도 나도 좋아하는 남자가 있다. 그 남자에게선 늘 커피향이 나고, 다독가인 만큼 꽤나 박식하다. 내가 그를 좋아하는 이유는 역시나 그녀에게 있다. 그 남자는 그녀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4년 가까이 지켜보며 오해도 했었다.
‘이놈은 남자를 좋아하나?’
그녀는 그를 ‘빈’이라 부르고, 그 남자는 그녀에게 ‘누나’라고 했다. 좋다. 나도 이제부턴 ‘형’이란 자리를 그에게 헌납할 것이다. 인간에게 처음으로 부여하는 형!
형은 그녀와 취향이 비슷하다. 독서 취향이랄지, 인기에 비해 늘 혼자 노는 괴기스러움까지.
그녀는 형에게 연애코치를 마다하지 않지만 별로 효과는 없었나 보다.
엮이는 여인네들의 향방이 종국에는 스릴러가 된다고 자조 섞인 푸념도 늘어놓았었다.
안타깝지만 타고난 걸 어쩌랴. 형이 내 얘기를 귀담아 들을 일 없지만... 내 이름을 놔두고도 버젓이 ‘멍멍이’라고 부른다...만약 그런다면 이렇게 일갈하고 싶다.
‘날샜어! 연애는 아무나 하는 줄 알어? 그녀도 그렇지만 형도 결국은 자기 자신이 최우선이잖아!’
이런걸 아름다운 이기주의자라고 하나? 이런 사람들은 고독이 양식이고 책이 친구일 수 밖에.
오늘도 형은 한 여인과 서점에 들어온다. 제법 큰 쇼핑봉투와 함께 인걸 보니 일요일 오전을 쇼핑타임으로 편성했나보다. 형은 은근히 큰손이라니까! 특히 책을 사고 진귀한 디저트를 골라오는 데에선 나의 그녀도 형의 고급 테이스트를 인정하니까.
함께 한 여인에게 다정다감하게 대화를 이끌고 분위기를 진작시킨다.
‘형 잘 하고 있어!’
친절한 나의 그녀도 형의 사정을 잘 아는지라 여인에게 환심을 사려는 형을 돕고자 자꾸 필요 없는 눈치를 본다. 그리고 진도를 부추긴다.
자전거 여행하던 두 여인이 서점에 입장한다. 난 불행을 직감한다.
키가 늘씬한 두 여인의 엑티브한 동향에 우리의 형은 잠시 넋이 나갔는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다. 패착이라 해야 하나 아니면 자살골?
“제가 뭐 마실거라도 대접하고 싶은데, 어떠세요?”
“어머머 너무 감사하죠!”
‘윽 형 제발!! 남아있는 가능성이라도 걷어차지는 마!’
전광석화와 같은 신속함으로 나의 형은 서점 옆 까페에서 자그마치 음료 5잔을 사온다. 큰 손을 가진 형이라고 했잖은가. 그녀까지 가세해서 어렵사리 깔아 준 판에 로맨스는 사라지고 서스펜스가 예고된다. 다행히 형과 동행했던 여인은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고 있다.
우리가 봐왔던 서스펜스 속의 극적인 캐릭터들 모두가 얼음처럼 차가운  냉정함을 유지하지 않았던가? 마지막 페이지까지 넘기지 않아도 결말은 독자가 더 잘 안다.
해성처럼 나타나 이제까지 접할 수 없었던 마약과 같은 이야기를 던지는 작가가 아니라면.자전거 여행객들도 형과 형의 동행녀도 모두 떠난 후 그녀는 나를 그녀 곁에 끌어다 앉힌 후 속삭인다. “사람들은 말야, 누군가가 마음에 있어도 사랑하는데 쉽지 않아. 그만큼 인연은 특별한 거지.” 형이 내심 마음에 걸렸는지 그녀는 느즈막히 톡을 날려본다.
‘뭐하니’
‘멍때리고 그냥 누워있어요’
형! 커피 한잔 드실래요?

/조정란(인문학서점 조지오웰의 혜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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