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이의 우리고장 맛집 이야기] 청학동 버섯전골
[김순이의 우리고장 맛집 이야기] 청학동 버섯전골
  • 김순이 음식점 컬럼니스트, 청학동 대표
  • 승인 2017.09.14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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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공기가 우리 가까이 가을이 와 있음을 느끼게 한다.
이맘때면 어김없이 우리의 입맛도 가을 맛을 찾아간다.
올해 24년째 가을과 함께 몰려오는 청학동 버섯전골 손님도 변함이 없다.

우리 식당인 청학동 버섯전골에서 오랜만에 작은 모임이 있어서 갔다. 여름과는 달리 예약 판이 반듯한 글씨로 가득 차 있었다. 우리는 느타리 마당으로 안내되었다. 거의 모든 테이블이 셋팅 되어 있는 것을 보니 오늘따라 예약이 정말 많은 것 같았다. 난 마음이 흐뭇했다. 앉자마자 직원이 따라와서 물과 물수건을 건네며 주문을 받았다. 우리는 버섯 향 그대로 먹자고 청학동 대표메뉴인 샤브 정식을 주문했다.

먼저 송이 죽이 나왔다. 많지 않은 양인데 입에 넣는 순간 맛이 입안에서 녹아내렸다. 세월이 흘러도 송이 죽 만큼은 손님들의 입맛을 변함없이 붙잡고 있다. 함께한 일행들도 너무 맛있다며 리필 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어서 요쿠르트와 과일로 만든 소스 때문인지 야채샐러드가 상큼하게 입맛을 끌어 주었다.
표고 탕수, 버섯 깐풍기, 떡갈비 야채볶음, 야채튀김, 먹음직스럽게 나온 잡채, 잡채는 이미 청학동의 메인 메뉴 이상으로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요리 이기도 하다. 역시 청학동만의 맛이라며 순간 접시가 바닥이 났다.
잡채 맛이 끝나기도 전에 해물 찜이 나왔고, 아침마다 직접 만드는 도토리묵이 탄력 있고 고소해서 맛있다고 우리 아줌마들은 또 리필을 했다. 색깔고은 한복이 잘 어울리는 직원은 그럴 때마다 명쾌하고 친절하게 접시를 채워주었다. 아직도 나올 요리가 있는데 우리는 너무 급하게 배를 채우지나 않은지 좀 걱정이 되었다. 역시 버섯전과 오리 훈제가 나왔다. 파 무침에 싸서 먹는 오리 훈제의 맛은 또 달랐다.

드디어 메인 메뉴인 샤브 육수가 놋그릇에 나왔다. 야채와 버섯이 큰 접시에 담아 나왔고 , 선홍빛 한우가 동글동글 말아서 접시 가득 나왔다.
육수가 끓어오르자 우리는 야채를 넣고 소고기는 살짝 데쳐서 땅콩 소스와 함께 먹었다. 한우여서 좀 질긴 느낌은 났지만 씹을수록 한우 특유의 고소함과 감칠맛은 우리를 행복하게 했다.

그때 직원은 자연산 송이라고 샤브 안에 넣어 주었다. 코 끝에 와 닿는 송이향이 맛을 더욱더 살려주었다. 흔치않은 자연산 송이라서 우리는 한 조각씩 귀하게 나누어 먹었다. 송이향이 녹아서 인지 국물 맛이 깊고 시원하게 느껴졌다. 샤브를 어느 정도 먹고 나니 직원은 묵은 김치와 두부로 김치 국을 끓여 주었다. 적당히 끓어 오른 김치국과 금방 해온 돌솥 밥의 궁합은 환상적이라고 말하고 싶다. 어쩌면 청학동 샤브를 먹는 이유도 그 김치 국 때문인지도 모른다. 배가 부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김치 국에 또 빠졌다.
냄비가 바닥나게 다 먹어 치우고 있을 때 김이 오르는 돌솥에 누룽지를 만들어 왔다. 우리는 입으로는 배가 불러 죽겠다며 손은 모두가 누룽지를 뜨고 있었다.
땀이 나는데도 우리는 시원하다며 누룽지도 바닥을 냈다.
참 오랜만에 밥 먹은 것처럼 먹었다며 함께한 일행들은 만족 해 했다. 그 모습들을 보는 나는 더 행복했다.

청학동 버섯전골을 24년채 운영하고 있지만 손님을 맞는 마음은 처음과 같다. 혹시 맛 없어하면 어떨까(?) 부족하지는 않을까(?) 그 졸이는 마음은 세월이 흘러도 똑 같다. 전국에서 처음 버섯 전문점으로 오픈한 청학동 버섯전골이 그 긴 시간동안 고객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초심을 잃지 않은데 있지 않을까. 손님으로 가득 찬 방안에 있는 것 보다는 각자 먹고 싶은 후식을 골라서 우리는 밖으로 나왔다.

청학동을 항상 정겹게 감싸주는 감나무 밑으로 우리는 옹기종기 모여 앉아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가을로 가는 선선한 공기가 밤이 깊어 가는 줄도 모르게 우리의 마음을 붙잡고 놔 주지 않았다.

우리고장 맛 집 이야기를 쓰면서 내가 운영하는 식당을 쓴다고 생각하니 웬지 쑥스러웠다. 하지만 가을과 가장 잘 어울리는 음식이 버섯 요리가 아닌가 싶어서 청학동 버섯전골을 소개하고 싶은 용기가 났다.
(청학동 버섯전골 대표 김순이, TEL; 063-224-078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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