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아침] 호남 꽃놀이패
[월요아침] 호남 꽃놀이패
  • 임정웅(국민의당 정책위원회 의장 보좌역)
  • 승인 2017.09.17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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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주 1박2일 일정으로 전북에 다녀갔다. 이에 앞서 지지난주에는 4박5일 동안 광주·전남을 순회했다. 대표가 된 후 첫 번째 두 번째 방문지가 모두 호남이다. 이에 질세라 추미애 민주당 대표도 이번 주 전북 방문을 예고했다. 지난주에는 광주·전남 맞불 방문을 계획했었다.

안 대표는 호남 방문에서 정권이 호남을 홀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호남고속철 예산’ 등 각종 SOC예산이 대폭 삭감되고, 농어업예산이 외면당했다는 것이다. 이에 민주당이 벌컥 하고 나섰다. ‘지자체 건의 대비 삭감’ 주장은 왜곡이라며, ‘전년 대비 증감’으로 보면 결코 홀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홀대인지 아닌지, 삭감인지 아닌지는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양당이 호남을 향해 치열하게 구애 경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쪽은 멀어진 사랑을 되돌리려 하고, 다른 한쪽은 행여 다시 멀어질까 조바심내고 있는 것이다.

호남은 참여정부 탄생에 ‘몰빵 지지’를 보냈으나, 실속은커녕 오히려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선거 때는 분명 ‘갑’이었는데, 선거가 끝나자 ‘을’ 신세로 전락했다. ‘몰빵 지지’는 늘 그랬다. 호남은 항상 갑이 될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을 세웠다. 오랜 소외와 수차례 좌절 끝에 터득한 ‘꽃놀이패 전략’이 그것이다. 둘을 경쟁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호남은 지난해 국민의당을 탄생시켰다. 꽃놀이패를 만들기 위한 원대한 포석이었다. 민주당은 몸이 달았다. 잘못을 빌고, 앞으로 잘 하겠다고 애원했다. 그러자 대선에서 호남은 다시 민주당 손을 들어줬다. 민주당은 호남이 고개를 한 번 돌리면 무섭다는 것을 알았다. 집권하고 숨도 돌리기 전에 호남 총리를 지명했다. 장·차관에도 호남 인사를 섭섭지 않게 안배했다(호남 내에서 전북과 광주·전남의 불균형은 별개의 문제다). 호남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애쓰는 기색이 역력하다. 호남으로서는 나쁘지 않다.

이제 국민의당이 몸이 달았다. 호남의 사랑을 되돌리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안 대표가 당선되자마자 호남으로 달려간 이유다. 이런 정황에서 국민의당이 호남 출신 헌재소장 낙마에 앞장섰다는 것은 합리적인 추론이라고 보기 어렵다.

양당은 서로 호남에 잘 보이려고, 잘 하려고 애쓴다. 행여 밉보일까 전전긍긍한다. 상대의 잘못은 어김없이 까발린다. 구애 경쟁하는데 선물이 빠질 수 없다. 호남은 양당의 구애 경쟁을 느긋하게 즐기고 있다. 꽃놀이패 전략은 일단 성공한 셈이다.

꽃놀이패 전략은 양당이 균형을 이루고 경쟁할 때만 가능하다. 한쪽이 무너져 일당 독점 구조가 되면, 권력은 갑으로 돌변한다. 독점의 속성이다. 호남은 다시 옛날로 되돌아간다. 을이 되는 것이다. 당 대표들이 경쟁적으로 달려오지 않는다. 독점 당은 선물을 내놓을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균형 잡힌 정보가 차단된다. 예산이 깎여도 쉬쉬하고 넘어간다. 알아도 하소연할 데도 없다. 꽃놀이패가 끝나면 호사는 일장춘몽이다.

때문에 앞으로가 문제다. 양당의 현재 지지율 격차는 꽃놀이패의 지속가능이 위기라는 신호다. 결정적 분기점은 내년 지방선거다. 지방선거에서 한쪽이 싹쓸이하면 꽃놀이패는 실질적으로 수명을 다할 가능성이 높다. 지혜로운 호남은 이미 여기까지 내다보고 있을 것이다. 꽃놀이패를 지속할 것인가, 호남의 다음 수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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