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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재발견] 수능, 만능, 전능
2017년 09월 19일 (화) 조준모(방송인·언론학 박사) APSUN@sjbnews.com

자녀를 성공시키기 위한 세 가지 조건으로 학원가의 정설로 떠돌아다니는 괴담이 있다. 할아버지의 경제력, 아버지의 무관심, 어머니의 정보력이 그것이다. 우스갯소리로 넘겨 버리기에는 너무 수준 미달이어서 애잔하기까지 하다. 요놈의 잣대로 보면 우리 아들은 절대 성공하지 못한다. 할아버지는 부자도 아니셨고 심지어 안계시고, 어머니는 방목 스타일이고, 단지 아버지는 관심만 지대하다. 올해 초 고3이 되는 큰 녀석이 난감하여 지인들에게 조언을 구한 적이 있다. 의견이 분분했다. 한 부류는 “부모가 머리 잘 써서 챙겨줘야 좋은 대학 보낼 수 있어. 진학설명회도 많이 가보고, 모집요강도 꼼꼼히 살펴서 부모가 잘 리드해 줘야해.” 다른 한 부류는 “애들이 더 잘 알아, 신경 쓰지 않아도 지들이 다 찾아가더라고, 너무 걱정하지마.” 역시 교육문제는 정답이 없는 모양이다.
지난주 고 3 아이들이 수시전형 원서접수를 마쳤다. 옆에서 이것저것 조금 살펴보니 더욱 난감 해졌다. 수시·정시, 학생부교과전형·학생부종합전형, 그 안에는 또 얼마나 많은 시시콜콜한 이름들이 즐비한지, 일일이 나열하기조차 버거울 정도이다. 논술전형, 실기전형, 특기자전형, 전공우수자 전형, 큰사람전형, 농어촌특별전형, 국방IT우수인재전형, 지역인재전형,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 특별전형, ACE, 고른기회전형, 글로벌인재전형, 모험·창의 인재전형, 사회통합전형, 만학도전형, 기회균형선발전형, 특수교육대상자전형, 특성화고졸업자전형, 특성화고재직자전형, 국가보훈대상자전형, 교장선생님추천, 교사추천서 등등. 어디 그뿐이랴, 서류전형 통과하면 면접이나 논술전형이 기다린다. 또 수시에 한 학교라도 합격하면 정시에 지원할 수 없다고 한다. 이건 뭔 시츄에이션인가? 이래서 어머니의 정보력이 필요한 것인가? 입시에 전략과 전술이 필요한 시스템. 진짜 시쳇말로 “헐~.” 소리가 절로 나온다. 내가 88학번인게 이렇게 감사할 수가 없다.
수능을 두 달여 남겨 놓고 있다. 한참 공부에 열중하고 있어야 할 시기에 자기소개서 작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원서 접수를 끝내놓고도 오밤중에 야자하고 돌아와 틈틈이 수정도 한다. 띄어쓰기 포함하여 글자 수 제한까지 있는 터라, 조금 건드리면 자꾸 보완하고 싶은 것이 생긴단다. 학업에 기울인 노력, 학습활동, 교내활동, 지원동기와 향후 진로계획 등을 기술해야 하는 세 개의 공통문항, 한 개의 학교별 단독 문항을 작성해야 한다. 강남스타일은 전문 집단에 의뢰하여 부모가 해결해 준다. 아이들은 주작이라고 하던데, 거짓으로 꾸며 글짓기를 하기도 한다고 한다. 무엇을 위한 일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선생님, 우리 아들이 글을 좀 쓰는데 논술전형 어때요?” 무식이 하늘을 찔렀다. 논술전형이 예전처럼 시사성 문제에 대한 논하시오, 서술하시오가 아니라, 수리영역에 대한 서술형 전형이란다. 생활기록부는 어떠한가? 자율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 독서활동, 체육·예술· 교과활동발달사항, 창의적 체험활동사항 등등. 오죽하면 학생소설기록부라는 소리까지 나오겠는가? 능력이 차고 넘치는 부모님을 둔 아이들의 학생소설기록부는 20~30장, 입학사정관들이 다 읽어 볼 수나 있을까, 의구심마저 든다.
저자도 어쩔 수 없는 수험생 부모인지라 관련 뉴스 이것저것을 검색해 본 적이 있다. "아이가 어리지만 교육에 관심을 가지려 하는데 기존 입시제도, 용어 등과 현재 교육이슈나 교육정책 바뀌는 거 잘 정리된 글 없을까요?" "지금 아셔서 뭐하시게요? 아이들이 어리신거 같은데 그 때 되면 또 바뀝니다." 그래, 이것이 정답이구나, 혼자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수학능력평가 문제에는 정답이 있다. 그러나 교육정책·입시정책에는 정답이 없다. 정답을 잘 찾아야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놓고, 정작 제대로 된 교육정책에 해답을 내놓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작금의 상황을 정확히 읽어내고 분석하여 대안을 제시해 줄 전문가는 진정 없는 것인가?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왜 다람쥐 쳇바퀴 돌듯, 이랬다가 저랬다가, 왔다 갔다, 이거 썼다 저거 썼다, 아이들은 어쩌란 말인가? 또 부모들은 어쩌란 말인가? 수험생을 둔 학부모의 한사람으로서 그저 답답하기만 하다.
그러나 이제 이것만은 알았다. 다름 아닌, 우리 아들·딸들이 만능엔터테이너였다는 사실말이다. 교육정책보다 아이들이 똑똑하다. 그나마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일관성 없는 교육제도와 오락가락하는 입시제도의 암담함 속에서도 아이들은 길을 찾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래서 더 안타깝다. 확고한 정책과 대안을 제시해 주는 누군가, 무언가가 있다면, 있었다면, 우리 아이들은 얼마나 더 잘 해나갈 것인가? 백년대계라는 망망대해에 우리 아이들은 얼마나 더 표류해야 하는가? 아이들에게 만능·전능을 요구해서는 안될 것이다. 참담하고 암담하여 어둡다. 이제는 등대에 불을 밝혀라, 아이들이 길을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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