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 눈] 침묵의 의미
[데스크의 눈] 침묵의 의미
  • 송경태(전북시각장애인도서관 관장)
  • 승인 2017.09.20 1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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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침 6시에 눈을 떴습니다.
잠시 침대에 누워있는데 창밖에서 바람소리가 들리고 정원의 사과나무에 앉은 까치가 목청껏 울어댑니다. 아침마다 저를 깨우는 울음소리입니다. 그때 아내가 부스스 일어납니다. 아내는 제가 잠에서 깨어 날까봐 조심스럽게 일어납니다.
잠이 부족한 저를 늘 안타깝게 생각하는 사람인지라 안방문도 소리가 나지 않게 조심스럽게 닫고서 거실로 향합니다. 잠시 후에 주방에서 믹서 돌아가는 소리가 윙~ 하고 들립니다. 제가 일어나면 마시게 하려고 과일을 가는 것 같습니다.
저 사람을 위래서라도 더 열심히 살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제는 아는 치과의사와 식사를 했는데 사람의 오복(五福) 중에 한 가지라는 건강한 치아를 유지하는 방법에 대해 들었습니다.
그 방법은
1. 식후엔 반드시 칫솔질을 한다.
2. 식후 3분 이내에 칫솔질을 한다.
3. 1년에 두 번은 치과의사를 찾아 간다.
이것까지는 너무 당연한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에 있는 것 때문에 빵 터졌습니다. 네 번째는…….
4. 남의 일에 쓸데없이 말참견을 하지 않는다.
저는 원래 치아가 좋지 않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말참견을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런데 세상일이라는 것이 어디 마음같이 되던가요. 눈에 뻔히 보여서 입이 근질거릴 때도 많고 뻔히 아는 것도 모르는 사람을 만나면 아는 척 해주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이편이냐 저편이냐의 선택을 강요당할 때도 있습니다. 가끔은 어느 한쪽 편을 들다가 정작 싸워야 할 당사자는 뒤로 빠지고 제가 주전이 되어서 상대와 맞서 싸우고 있을 때도 없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조금씩 들수록 침묵의 의미를 자주 생각하게 됩니다. ‘인간은 자신이 나왔던 침묵의 세계와 자신이 들어갈 또 하나의 침묵의 세계 사이에서 살고 있다.’는 막스 피카르트의 말도 자주 생각합니다.
우리는 너무나 많은 관계들 속에 살아서 잠시의 침묵도 허락되지 않는 요즘입니다. 그래서 말을 덮기 위해 다시 말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해 다시 말을 얹어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날이 있습니다.
거침 없는 말들이 자주 오고가는 세상입니다. 그런데 사람이 말을 배우는 데는 2년이 걸리지만, 침묵을 배우는 데는 60년이 걸린다고 합니다. 어느 때 말을 해야 하고 어느 때 침묵해야 하는지 구별하기도 쉽지 않은 요즘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할 말이 없으면 그냥 침묵하는 것이 훨씬 낫다는 사실입니다. 말 많은 세상에서 가끔은 입을 닫고 사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요즘은 자주 들곤 합니다.
하지만 침묵을 지키는 것도 좋지만 침묵하지 말아야 할 때도 있습니다.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보고 싶습니다, 늘 당신 생각이 납니다, 당신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당신을 응원합니다. 이렇게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말을 해야 할 때는 굳이 말을 아끼지 않아도 되겠습니다.
우리가 이러한 말만 잘하고 살아도 사람과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갈등의 절반 이상은 줄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러한 말을 대단히 아끼며 삽니다. 전혀 힘든 말이 아닌데도요.
오늘은 지인에게 전화를 해야겠습니다. ‘잘 지내죠 보고 싶어요. 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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