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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눈] 전주 고물자골목을 아시나요?
2017년 09월 28일 (목) 이종근 문화교육부 부국장 jk7409@sjbnews.com
   
 
   
 

풍남문은 조선시대 전주부 감영 둘러싼 전주 성곽의 남쪽에 자리한 문을 말한다. 전라도 관찰사가 직무를 수행하던 전라감영이 있던 곳이 지금의 완산구 중앙동에 있는 구 도청사 자리다. 전주부 감영을 중심으로 시가지를 둘러싸고 있던 전주 성곽은 고려말 도관찰사 최유경의 지휘로 축성되었다는 기록이 남아있으며, 감영터에서 그리 멀지 않은 전동의 풍남문은 성의 남쪽 출입문에 해당한다. ‘풍남’이란 풍패(豊沛)의 남쪽에 있는 문이라는 뜻으로 중국 한나라 고조(유방)의 고향인 ‘풍패’에 빗대 조선 왕조의 본향인 전주의 무사 안녕을 기원한다는 뜻을 갖고 있으며, 풍남동도 이로부터 지명이 유래한다.

서울 남대문을 숭례문(崇禮門)이라 한 것은 오행설에 의거 남쪽이 ‘예(禮)’에 해당하기 때문이며, 동쪽은 인(仁)이어서 동대문을 흥인지문(興仁之門)」이라고 했다. 전주의 남문 풍남문의 이전 이름은 명견루(明見樓)로, 이 또한 오행설과 관련되어 있다. 남쪽은 곧 ‘밝음(明)’이기 때문이다. 임금이 남향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궁궐에 있어서, 세자를 동궁이라 하고, 그 거처가 궁의 동쪽에 있는 것 또한 임금은 동쪽에서 나온다는 오행설에 근거한 것이다. 음양오행설에 의하면, 좌측이 양이고, 우측이 음이다. 이같은 음양의 법칙이 화엄사 각황전 뒤편의 4사자 석탑에서 처럼, 경기전의 하마비에도 반영되어 있다.


전주 풍남문에서 서쪽으로 가다 보면 고물자골목이 나온다. 청바지골목이라고도 하고 양키골목이라고도 한다. 한복집과 수선집들이 널브러져 있다. 질박한 아름다움을 찾는다면 카메라도 그만큼 반응한다. 남부시장을 지척에 둔 좁다란 골목. ○○혼수, ○○주단, ○○수선’이란 간판을 매단 가게들이 잇대어 있는 바느질골목이다. 개업 이래 한번도 바꿔 달지 않았을 성 싶은 간판들이 바깥 풍경에 고색을 더하고 잇다. 항상 조급하게 새 것으로 갈아치워지는 도시의 대로변에서 비껴나 여전히 고요하고 느릿하게 시간의 흔적을 쌓아가고 있는 또다른 세상이 기다리고 있다.


‘고물자 골목’이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1950년대 전쟁 직후에는 미군부대 구호물자 보급품들이 거래되고 미국에서 들어온 헌 옷을 팔고 사고 고쳐 입던 ‘구호물자 골목’이었고, 1960~70년대에는 군복염색 상가가 이어지고 푸대 같은 구제 청바지를 줄여주던 ‘청바지 골목’이었다. 1980~90년대엔 교복 수선집들이 줄을 이어 치마길이와 바지통의 유행을 이끌었고 경찰복 교련복 예비군복 등 단체복 등을 생산해 내던 곳도 이곳이었다.


디지털독립영화관과 만두객잔 일품향 사이 도로에 돌출한 은행나무 한 그루가 있다. 그 나무를 두고 윗 골목에 일제강점기에는 ‘제국관’이란 이름으로, 해방 후 에는 ‘전주극장’이란 이름의 극장이 있었다.
고암 이응노화백이 간판을 그린 극장은 이제 흔적이 없다. 그러나 그의 묘는 전주에 여전히 자리하고 있다. 거기서 한성여관으로 이어지는 골목에는 주로 창극 배우와 소리꾼들이 지나던 골목이었다. 임춘앵이 무대에 서면 전주부성이 난리가 났다.

조선시대 은방골목이 형성됐던 전주의 옛길이자, 해방 이후 구호물자가 거래됐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진 고물자골목에 대한 도시재생사업이 추진된다. 전주시는 국비 7억5,000만원 등 모두 15억원을 투입해 남부시장에서 명산약국, 라온호텔까지 길이 270m, 폭 3m의 고물자골목에 대한 재생사업을 추진한다. 이는 지난해부터 오는 2020년까지 5년 간 중앙동·풍남동·노송동 등 전주 원도심 일원 143만여 평에서 진행되는 전통문화중심의 도시재생사업 13개의 단위사업 중 하나다.


고물자 골목은 조선시대부터 형성된 옛길 형상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골목길로, 조선시대에는 전주부성 내 부유층의 장신구와 혼수에 필요한 예물 등을 파는 은방골목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일제강점기에 성벽을 허물고 새로운 가로가 조성되면서 조선시대 은방점포는 소멸됐으며, 지난 1945년 해방 이후 6.25전쟁을 거치면서 미군의 구호물자와 청바지 등이 이곳에서 거래돼 ‘고물자골목’으로 불려왔다.
이곳은 1970년대 남부시장에서 남부공동배차장으로 가는 지름길로 번화한 골목을 형성하고 있었으나, 2000년에 들어서 전통시장 쇠퇴와 원도심 공동화현상 등으로 인해 현재는 대다수 점포의 문이 닫혀있는 쇠퇴한 지역이 됐다. 이 사업이 끝마치면 풍패지관(객사)을 잇는 전라감영 테마 거리와 함께 전주한옥마을에 집중된 관광 동선을 전주 구도심 전역으로 확산시킬 새로운 전통관광 루트가 개발될 것으로 기대된다. 쇠퇴한 원도심이 활성화되도록 시민들과 함께 성공적인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해 구도심을 아시아 문화심장터로 만들겠다는 구상이 현실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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