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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발걸음] 쓸모가 아닌 존재로 만나기
2017년 10월 09일 (월) 정건희 청소년자치연구소 소장 APSUN@sjbnews.com
청소년들이 어떤 활동을 하거나 소설 등 책을 읽을 때면 쓸모가 있느냐고 묻는 이들이 있다. 여기에서 쓸모라는 것은 대부분 공부로 연결 짓는데 본질적인 어떤 진리를 알아가는 과정으로서의 공부이기보다는 대다수 ‘입시’와 연결 짓는다. 이들에게 청소년들이 행하는 일들의 쓸모는 입시와 연결되느냐의 문제다. ‘쓸모’란? 쓸 만한 가치라고 정의 한다. 가치는 대상 또는 어떤 관계에 대한 중요성을 뜻 하는데 가치 그 자체가 쓸모라고 해석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쓸모란 무엇을 생산하면서 자신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여기는 것만 같다.
사장의 입장에서 직원의 쓸모는 이윤 창출의 도구로서 기능할 때라고 강조하는 이들이 있다. 모두가 이렇지는 않겠지만 사회생활 하면서 만나는 많은 인간관계가 쓸모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아 보인다. 이윤을 창출하는 일반 회사의 관계뿐만 아니다. 비영리, 비정부 단체, 복지 등의 활동 영역에서 지역의 공동체와 이웃을 강조하는 일이 잦지만 진정성 있는 인간관계를 만들기 보다는 기관 사업의 대상으로서 관계하는 일도 많다.
인간관계 대부분이 쓸모로서 인연이 되는 사회다. 경쟁 또한 사회적 쓸모의 개인적인 우위를 점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사람이 도구도 아니고 어떤 기준에서 무조건적인 경쟁의 쓸모에서 우위를 점하려고만 하는지 그 의미를 생각하면 할수록 아프다. 경쟁에서 이겨 조금 더 쓸모 있는 사람으로 자기 자신을 위한 힘을 얻게 되는 과정이 삶의 모두라고 강조하는 것만 같다.
사람이 사람다워야 한다는 것. 그것은 그 존재 자체로 귀한 것이다. 2살 된 아가를 생각해 보자. 쓸모가 있을까? 어떤 이는 자기 자녀임에도 쓸모없음에 버리거나 방임하는 이들이 있지만 대부분의 부모들은 그 아이가 존재하는 것만으로 감사하고 감동하고 기쁨이 넘친다. 사람은 그런 존재다. 쓸모가 아닌 그 자체로 귀한 존재.
한가위다. 명절 되면 못 만나던 고향 친구와 친척들을 만나는데 쓸모를 생각하면서 만나지 않는다. 10년, 20년 전 친구 들 만나면서 쓸모를 생각하지 않는다. 1년에 한두 차례 만나는 친척들 또한 마찬가지다. 존재 자체로 귀한 친구이고 가족으로 사람다움의 관계를 생각한다. 명절이 되면 그런 생각은 더욱 커진다. 명절마다 만나는 친구와 친척들뿐만 아니라, 나에게 일상적으로 만나는 연구소의 선생님들과 위원, 청소년, 주변 이웃과 봉사자, 모임에서 만나는 지역의 여러 시민 등 그 누구에게서도 쓸모를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 또한 어떤 쓸모가 아닌 존재 자체로 귀한 분들이다. 존재 자체로 귀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초등 1학년인 아이가 스티커 타투라고 장난하며 팔에 붙여 준 ‘Happy ending in mine’이라는 문구가 선명하다. 샤워 했는데도 떨어지지가 않는다. 이 문구마냥 내 삶이 해피엔딩이 되기 위한 인간관계 방법을 한 가지 꼽아 보라면 사람을 쓸모가 아닌 그 존재 자체로 이해하는 것이다. 방법은 단순해 보인다. 쉽지 않겠지만 사랑하고 또 사랑해야할 존재로 함께 하려는 노력이다.
명절이다. 늦잠자고 집안이 어수선한데 신문사 칼럼 마감기한 지키려고 거실에서 이런 거 생각하며 끄적 데고 있다. 사람을 쓸모가 아닌 사람이라는 존재 자체로 볼 수 있는 시간들이 오늘 내일 명절뿐만 아니라 내 일상의 삶이 되었으면 좋겠다. 한가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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