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 쿠르드족
[온누리] 쿠르드족
  • 김상기(객원논설위원)
  • 승인 2017.10.09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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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국제사회의 만류와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내의 쿠르드자치정부(KRG)는 분리 독립을 위한 찬반투표를 실시하였다. 쿠르드자치정부(KRG)가 자치권을 행사하는 에르빌과 도후크, 술라이마니야 등 3개 주(州)와 쿠르드족이 많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실시된 투표에서는 최종 투표율 72.2%와 91.8%의 찬성표를 기록했다.

이런 압도적인 결과에도 불구하고 쿠르드족의 독립국가 수립까지는 매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투표를 불법으로 간주해 온 이라크 중앙정부의 하이델 알 아바디 총리는 “독립투표는 반드시 취소돼야 한다. 헌법에 따라 쿠르디스탄(자치지역) 전역에 이라크 법을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이라크 의회는 쿠르디스탄에 군을 파견하는 법안을 가결하며 쿠르크자치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게다가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주민 투표는 우리 관계가 역사상 최고 수준이던 상황에서 터키를 배반한 것”이라며 “송유관을 닫으면 KRG의 모든 수익이 사라지고 우리 트럭이 이라크 북부에 물품을 조달하지 않으면 쿠르드족은 식량을 구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주변국의 압박에도 쿠르드자치정부(KRG)는 이라크에서 분리된 주권 국가를 수립할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쿠르드족은 기원전 9세기경 자그로스 산맥 일대에 세워진 메디아 왕국의 후손으로 알려져 있으며 약 3,000만 명의 인구를 가진 중동에서 4번째로 큰 민족이다. 하지만 많은 인구를 가지고 독자적인 언어와 문화를 가진 민족임에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자신들의 국가를 세우지 못한 '비운의 민족'이기도 하다. 아라비아와 오스만 제국 등의 통치를 받다가 1차 세계 대전 후 영국과 프랑스가 이 지역에 구획한 국경에 의해 네 개 나라로 뿔뿔이 흩어져 살고 있는 것이다.

당시 영국은 오스만제국을 해체하기 위해 쿠르드족에 독립을 약속하며 이들을 이용하였다. 그러나 막상 목적을 달성한 후에는 별안간 입장을 바꾸어 프랑스와 함께 중동지역을 일방적으로 나누어버린다. 이때 쿠르드족은 뿔뿔이 흩어지게 됐고, 현재는 터키에 절반가량, 이라크에 약 500만 명, 이란에 800만 명 그리고 시리아에 200만 명 정도가 살고 있다.

쿠르드족은 여러 차례 독립국가 수립을 시도하다가 엄청난 민족적 고난을 당한 경험이 있다. 1차 세계대전 이후 이라크를 점령한 영국은 쿠르드족의 독립투쟁을 아주 잔혹하게 진압하였다. 당시 처칠 수상은 쿠르드인을 두고 "벌레 같고 하찮다"며 독가스로 수만 명의 쿠르드족을 학살한다. 또 훗날 이라크의 독재자였던 사담 후세인에 의해 다시 한번 독가스 학살을 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한다.

이처럼 온갖 박해와 수난 속에도 독립투쟁을 이어온 쿠르드족은 2003년 이라크 북부에 '쿠르드 자치 정부'를 세울 수 있었다. 후세인을 축출하기 위한 이라크 전쟁 당시 미국에 적극 협력한 결과 덕이다. 겨우 자치 정부를 세우기까지도 이토록 힘든 과정을 겪어왔던 쿠르드 족. 과연 이들은 주변국들의 극심한 반대를 극복하고 역사상 최초로 자신들 만의 자주적 독립국가를 세울 수 있을까?

나라를 빼앗긴 경험이 있는 우리들로서는 남다른 기대와 우려가 교차되는 바이다. /김상기(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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