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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한가운데] 친정엄마
2017년 10월 11일 (수) 양 경 이 익산시자원봉사센터장 APSUN@sjbnews.com
‘엄마~’ 난 아직도 이 소리가 좋다. 딸아이가 문을 열고 들어올 때면 어김없이 들리는 소리다. ‘엄마~’하며 들어섰다. 추석 명절연휴에 시골 친정집 마당을 들어서며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첫마디는 역시 ‘엄마’였다. 하얀 퍼머머리에 주름 자체가 고운 미소가 되어버린 엄마가 화색을 하며 나오신다.
작은 키가 더 작아지신 것 같다.
평생 싫은 내색한번 없이 자애로운 삶을 살아오신 엄마다 보니 존재감보다는 그냥 그림자였다. 서슬 퍼런 시어머니 슬하에서 50이 넘도록 시집살이 고되게 하셨는데 할머니 돌아가시고 이듬해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다. 뒤늦은 신혼생활을 느끼기도 전에 일찍이 혼자가 되어버린 엄마. 육남매 뒷바라지에 평생 청상으로 그렇게 스러져 가시는 중이다.
반기는 눈빛이 그냥 모두 다 걱정뿐이다.
‘별일 없었지?’
‘애들은 다 건강하게 잘 있냐?’
‘바쁜데 밥은 잘 먹고 다녔냐?’
‘오느라 애썼다’
누가 누굴 걱정하는지 은근 화가 치민다. 엄마의 작아진 키만큼 세월의 무게가 느껴진다. 2년 전이었던가? 서해안 해변가 횟집에서 창밖 석양빛에 물드는 엄마의 흰머리는 그래도 기상이었는데...단 두 해만에 저리 풀기 없는 모습이 되셨는지.
‘엄마...’ 나지막히 불러보았다. ‘왜? 무슨 일 있어?’ 온통 걱정이시다.
‘아니~아프신 다리는 좀 어떠셔?’ ‘이제 얼마나 좋아지겠어. 나이가 있는데...’
어릴 적 커다랗게 여겨졌던 2층 친정집은 이제 엄마의 귀 밑머리처럼 힘없이 낡아 간다.
색 바랜 난간, 오래된 창틀, 넓었던 마당의 한 귀퉁이는 엄마의 텃밭으로 변해있다. 아빠가 계실 때 동네 중심에는 아빠의 목소리만 들렸었는데 이젠 조용하다. 마실 나간 엄마를 찾으려면 온 동네를 헤집고 다녀야 했는데 지금은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를 맴돌고 계신다. 동생들과 함께 뛰어다녔던 골목길은 어느덧 우리 아이들의 목소리로 채워져 있다. 이렇듯 친정집과 친정엄마는 나의 오래된 앨범이 되어간다.
입맛을 돋우는 익숙한 음식들과 함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엄마 품에서 명절연휴를 보냈다. 힘드신데 뭘 이렇게 많이 준비 하셨냐는 걱정에 ‘앞으로 내가 얼마나 할 수 있겠어. 할 수 있을 때 조금이라도 더 해야지’하시는 엄마의 말씀에 눈물이 핑 돈다.
‘엄마의 맛’이 어찌 음식 맛에만 있으랴.
자식을 위해 참아낸 숱한 세월을 아쉬워하지 않으시는 엄마. 세상 그 누구보다 내 편이셨던 엄마. 아빠 몫까지 감당하시느라 고생하시면서도 의연한 모습으로 계셨던 엄마,
언제나 웃음 반, 걱정 반, 기특함 반의 눈빛으로 지긋하게 바라보시는 친정엄마!
가까이 살면서도 자주 찾지 못했던 친정집을 뒤로하고 일상으로 돌아왔다. 나 역시 친정엄마가 되어가는 연습중이다. 저리도 품이 넓고, 자애롭고, 인자하게 늙어갈 수 있을까?
‘엄마!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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