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이의 우리고장 맛 집이야기] 목포 홍어 횟집
[김순이의 우리고장 맛 집이야기] 목포 홍어 횟집
  • 김순이, 음식점 컬럼니스트, 청학동 대표
  • 승인 2017.10.12 18: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주 가구거리 뒷골목으로 가다보면 어디선가 쿰쿰한 냄새가 난다. 홍어 매니아들은 그게 홍어 삭힌 냄새라는 걸 금방 알아차린다.
나 같이 홍어를 좋아하는 사람은 그냥 지나치기 쉽지 않은 유혹이다. 가금씩 속이 좀 시원하게 뚫렸으면 할 때 먹으러 가곤 한다. 오늘도 그런 날이다. 마침 저녁을 먹어야 할 시간에 매장에 지인이 오셔서 목포 집 홍어탕을 먹으러 갔다.

흙뿌리 홍삼 매장에서 가까운 거리라 초가을 저녁 공기를 마시며 걸어갔다. 골목에 들어서자 역시 홍어 냄새가 코끝을 자극해 왔다. 목포 집 문을 열고 들어가니 꽉 찬 손님보다는 오히려 홍어 냄새가 더 가득 차 있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잠깐이면 코가 냄새에 마비 된 듯 그 분위기에 젖어서 아무런 느낌 없이 음식을 기다리게 된다.
우리는 삼합을 시킬까, 하다가 역시 국물이 최고인 홍어탕을 주문했다.
일하는 아주머니는 홍어의 삭힘 정도를 물어왔다. 우리는 삭힌 것을 좀 더 많이 넣어 달라고 주문했다. 홍어탕이 나오기 전에 밑반찬이 몇 가지 나왔다. 우리는 홍어탕을 기다리는 동안 밑반찬으로 나온 콩나물 무침, 숙주나물, 부추무침, 오뎅 볶음 등을 다 먹고 말았다. 드디어 메인 메뉴인 홍어탕이 나왔다. 큰 뚝배기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었다. 맛있게 끓는 홍어탕만 바라봐도 이미 생각은 맛을 따라 온 몸을 휘감고 있었다.

도톰한 홍어와 미나리 그리고 약간의 콩나물이 어울려 있는 탕을 입에 한 입 넣는 순간 코가 뻥! 뚫리는 듯 정신이 번뜩 든다. 어쩌면 이런 느낌이 좋아 홍어를 좋아 하는지도 모른다. 칼칼한 국물 맛도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는 끌리는 맛 중에 하나다.
옆 테이블에서는 삼합을 먹고 있었다. 수육과 묵은 김치 그리고 잘 삭힌 홍어와의 조화! 그 식감은 이미 보는 것만으로도 나의 뇌는 익숙해 져 있었다.

어렸을 때 명절이 돌아오면 어머니께서는 5일 장날에 가셔서 가장 먼저 장만하는 것이 홍어였다. 신기할 만큼 커다란 홍어를 깊은 항아리에 지푸라기를 깔고 그 안에 홍어를 묻어 두었다. 몇 칠 지나면 냄새가 진동 해오기 시작한다. 어렸을 때는 그 냄새가 참 싫었다. 그래도 그 냄새는 곧 즐거운 명절이 다가오고 있다는 의미여서 지금 생각해 보면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것 같다.

어머니는 홍어야 말로 버릴 것이 없다 하시면서 살이 있는 부분은 홍어회와 찜을 만드셨고 내장과 껍질은 홍어탕으로 만드셨다. 그래서 명절 때나 잔치 때는 빼 놓을 수 없는 우리 집 단골 음식이었다. 이렇게 어렸을 때부터 즐겨 먹었던 음식이라 나의 홍어 맛 사랑은 각별하다. 전주에서 더 다양한 홍어 요리를 먹을 수 없다는 게 가끔은 아쉽다.

홍어 애를 가지고 끓인 홍어 애탕도 별미이고, 삭힌 홍어 탕수의 맛은 그야말로 홍어 맛의 진수라 할 수 있다. 입에 넣는 순간 기침이 나올 정도로 숨이 턱 막힌다. 정신이 쫙 퍼지는 느낌이랄까. 아주 홍어 매니아 아니고서는 그 맛을 소화해 내기 힘들 정도로 극치의 맛 경험이다. 삭힌 홍어는 가열 할수록 냄새가 세지기 때문이다. 요리를 하는 나로서는 이런 맛을 경험을 할 수 있게 하는 홍어야 말로 식재료의 보물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리고 같은 재료를 가지고 여러 가지 형태로 맛을 만들어낸 우리 선조들의 지혜에 때로는 탄복을 아니 할 수 없다.

홍어탕을 먹는 그 순간 내내 나는 맛의 추억과 겹쳐오는 그 시간이 참 행복했다. 식사를 다 마치고 나오면서 홍어탕이 유별나게 맛있는 목포집이 나 같은 매니아들을 위해 오래도록 존속되기를 바랐다. 홍어탕으로 녹아진 뻥 뚫린 가슴이 초가을 저녁공기에 한 번 더 시원하게 뚫리는 듯한 기분 좋은 저녁 식사였다.
목포 홍어 횟집 대표; 장현숙 TEL.063-225-1519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