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어주는 맛 자신은 내주고 맛을 담아내는, 두부
품어주는 맛 자신은 내주고 맛을 담아내는, 두부
  • 송영애(전주대학교 연구교수)
  • 승인 2017.12.14 18: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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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음식을 맛보다] ■친절한 금자씨-두부

너나 잘하세요
산소 같은 여자, 이영애. 1990년에 데뷔했다. 지금까지 순수한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다. 처음에는 연기보다 화장품 광고 모델로 큰 인기를 얻었다. TV 드라마 대표작으로는 단연코 2003년에 방영된 대장금(大長今)이다. 1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영애는 장금이다. 그녀의 연기는 ‘장금이’, ‘사임당’ 그리고 방영 예정인 ‘이몽’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측한다.
영화로는 <공동경비구역 JSA>(Joint Security Area, 2000), <선물>(Last Present, 2001), <봄날은 간다>(One Fine Spring Day, 2001), <친절한 금자씨>(Sympathy For Lady Vengeance, 2005) 등에서 주연을 맡았다. 영화마다 명대사를 남겼다. 이 중에는 이영애 이미지와 맞지 않는 배역도 있다. <친절한 금자씨>에서 이금자다.
금자는 20살에 불과하지만, 어린이 유괴사건의 범인이다. 사람들은 그녀의 어린 나이와 잔인한 범행수법, 뻔뻔할 정도의 천진함에 경악했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것은 그녀의 미모였다. 그해 가을에는 금자가 체포될 당시 입었던 물방울무늬 원피스가 크게 유행하였다.
그러나 금자는 살인범이 아니다. 누명을 쓴 것이다. 금자는 복수를 위해 교도소에서만큼은 ‘살아있는 천사며 친절한 금자씨’로 생활한다. 교도소에서 만난 이들의 복수까지 대신해준다. 참 친절한 금자씨다. 금자는 13년의 교도소 복역을 마치고 나온다. 금자를 기다리던 전도사(김병옥)는 접시에 담긴 두부를 건넨다.
“이금자씨, 이 두부처럼 하얗게 살고, 다시는 죄짓지 말라는 뜻으로 드리는 겁니다.”
금자는 두부만큼이나 부드럽고, 하얀 손으로 두부를 집는듯하더니 접시를 뒤집는다. 이내 하는 말.

 

“김씨? 너나 잘하세요.”
흐트러짐 하나 없는 눈동자가 말하는 듯하다.
“다음 주부터 교회도 나오세요.”
금자는 표독스럽게 말한다.
“저, 개종했어요.”
금자는 두부처럼 하얗게 살 생각이 없다. 친절할 이유도 없다. 자신을 교도소로 보낸 백선생(최민식)에게 복수할 일만 계획한다. 심지어 친절해 보일까 봐서 눈 화장도 빨갛게 하고 다닌다. 친절한 금자씨는 없다. 금자는 백선생을 죽음의 고통으로 서서히 몰아간다.
하얀 눈이 펑펑 내리는 날, 금자는 사각형 두부 모양으로 만든 생크림 케이크를 딸 제니에게 건넨다.
“Be white…. I live white…. like this….”(하얗게 살자, 이 두부처럼….)
제니는 손가락으로 생크림을 찍어 금자에게 건넨다.
“You too.”
금자는 케이크에 얼굴을 묻고 울고 만다. 금자와 제니는 또 이별이다.

하나같이 하얗다
몽골의 유목민족들이 말이나 양의 젖으로 유부(乳腐)를 만들어 먹는 것을 본 한족들이 콩을 이용하여 두유를 만들었다. 이후 단백질 덩어리가 소금이나 석고를 녹인 물에 잘 응고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중국에서 두부가 탄생하였다.
북송 때 사람인 도곡(陶穀, ?~970)은 『청이록(淸異錄)』에 두부를 발명한 사람이 한나라 때의 회남왕(淮南王)이라고 적었다. 하지만 두부가 한나라 때 만들어진 것이라면, 그 이후의 문헌에 계속 등장해야 한다. 그러나 북송 때의 문헌에서야 비로소 등장한다. 중국에서는 아직도 두부가 기원전 2세기에 발명한 것을 정설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학자들은 12세기에 발명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우리에게 중국의 두부가 전해진 것도 고려 중기와 맞닿는 남송 말기 때였다. 원나라가 멸망한 후 몽골족들이 일본으로 건너갔고, 그때 두부 제조기술도 함께 일본으로 전해졌다. 두부(豆腐)는 ‘밭에는 나는 쇠고기’인 콩으로 만든 음식이다. 두부 역시 단백질이 풍부하여 ‘뼈 없는 고기’라는 의미로 ‘무골육(無骨肉)’으로 불렸다. 우리 몸에 유익하지 않은 포화지방산 대신에 식물성 지방이 많이 들어 있다. 예부터 채식을 하는 승려들에게 인기다.
콩을 곱게 간 두유(豆乳)는 두즙(豆汁)이라고도 부르며, 중국인이 즐기는 음료로 주로 아침에 많이 먹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상품화된 두유가 더 유명하다.
두유에 단백질을 응고시키는 간수를 넣어 섞어주면 단백질이 서로 뭉치면서 순두부가 된다. 중국에서는 순두부를 두고 두부화(豆腐花)라고 부른다. 서로 망울망울 엉기면서 꽃처럼 피어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순두부를 면포에 담고 물을 빼면서 응고시키면 두부가 된다. 판두부다. 판두부를 네모나게 자르면 ‘모두부’다. 모두 생긴 모양에서 나온 이름이다. 중국과 우리나라의 두부는 단단하여 판에 올려놓고 판매하지만, 일본 두부는 연해서 부서지지 쉬우므로 물에 담가놓는다.
두부는 탕, 조림, 부침 등으로 응용된다. 모두 육수와 양념을 제 몸으로 쭉 빨아들여 더 나은 맛을 내준다. 두부는 겸손하게 품어주는 맛을 지니고 있다.
연두부(軟豆腐)는 일반 두부와 순두부의 중간 형태로 보통 두부보다 연한 조직을 가지고 있어 연두부다. 일반적으로 자루 모양의 비닐이나 사각형 용기에 넣어 응고시킨 상태로 판매되고 있다.
동두부(凍豆腐)는 생두부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얼린다. 이후 해동하면서 물기를 빼고 건조시킨다. 건조제품으로 유통기한도 길다.
우유를 가열하면 표면에 고형의 막이 생긴다. 두유도 역시나 단백질이 응고하여 얇은 막이 생긴다. 유바(ゆば)다. 탕엽(湯葉)이라고도 부른다. 유바를 젓가락으로 떠서 장에 찍어서 먹기도 하고, 말려두기도 한다. 일본에서 즐겨 먹는다. 맛은 고소함, 그 자체다.
콩으로 만들 수 있는 두부는 형태나 만드는 방법에 따라 이름은 각기 다르지만, 색만큼은 하나같이 하얗다.

취두부 vs. 추어두부
취두부(臭豆腐)는 두부를 소금에 절여 오랫동안 삭힌 중국 음식이다. 넓은 대륙인 만큼 지역마다 맛과 모양은 다르지만, 냄새는 같다. 시궁창 냄새로 썩은 두부로 불리기도 한다. 한 번 맡으면 잊지 못할 정도로 심하며, 멀리서도 취두부 가게가 있다는 것을 알아챌 정도다.
색깔은 발효된 정도에 따라 황색, 짙은 푸른색이나 회색 등 다양하다. 먹을 때는 양념 없이 먹기도 하지만 매운 고추 양념으로 맛을 더하기도 한다. 어떻게 먹든 냄새는 고약하다. 중국인들도 집 안에 들여놓기에는 냄새가 심해서 보통 길거리 음식으로 먹는다.
우리나라 향토 음식 중에 추어두부가 있다. 두부 안에 미꾸라지가 들어 있어 추어두부다.
솥에 물을 채우고 생두부와 살아있는 미꾸라지를 넣어 불을 땐다. 미꾸라지는 뜨거워진 물을 피해 찬 두부 속으로 파고 들어가 몸을 감추게 된다. 이내 두부까지도 온도가 올라가고 미꾸라지는 두부 안에서 익어 버린다. 두부를 꺼내보면 두부 사이사이에 미꾸라지의 몸통은 박혀있고, 미처 들어가지 못한 꼬리만 살랑살랑 꼬리 치는 모양이다.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서 탕으로 끓이면 ‘추어탕 두붓국 또는 두부추탕(豆腐鰍湯)’이다. 이를 두고 홍선표(洪善杓)는 조선요리학(朝鮮料理學)에서 이상적 음식(理想的 飮食)이라고 표현하였지만, 누구도 쉽게 만들 생각을 못 하는 이상(異常)한 음식이다.

송영애(전주대학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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