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그리드의 전주살이-번역본] 나의 크리스마스
[잉그리드의 전주살이-번역본] 나의 크리스마스
  • 최수희 번역작가
  • 승인 2018.01.04 1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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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캐나다를 가끔 그리워하는데, 대부분 크리스마스 즈음이다. 진정으로 가족과 함께 지낸다는 감상이 아니다. 가족은 다만 내 그리움의 일부분이 될 수 있지만, 내가 의미하는 그리움은 시간에서 느끼는 공간이리라. 12월이 되면 우리 가족은 크리스마스를 맞아서 쇼핑을 하고 파티와 같은 이벤트를 즐기면서 분주한 분위기로 지낸다. 이곳 한국보다 캐나다에서 나는 그런 일에 전념하느라 더욱 많은 시간을 보낸 것 같다. 캐나다에서라면 지금쯤 나는 분명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맞게 집안 장식을 했으리라. 어쩌면 2주전에 이미 끝냈을지도 모른다. 지금 나는 이곳 전주에서 산다. 처음 전주로 와서 2년째 되던 해부터 사용하고 보관하고 있는 인조 전나무 한 그루를 가지고 있다. 첫해는 나의 룸메이트가 어떤 학생의 집 농장에서 얻어온 나무였다. 나는 색색의 초를 연결해서 나무에 매달았다. 사실 나중에서야 장식용 전구와 촌스럽지 않은 장식물을 찾아냈는데, 아주 귀여운 지라 아직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것도 박스에 넣어둔 채, 창고에 방치해두고 있다. 올해는 이것들도 밖으로 나와서 햇빛을 보게 될지 의문이 든다. 값싸고 블링블링한 몇 종류 장식물을 구입했기에 말이다. 눈에 띄어 구입한 산타와 순록 그리고 크리스마스 나무로 만들어진 크리스마스 펜 종류 몇 개를 난 참으로 좋아한다. 지금까지 크리스마스 파티 2군데에 다녀왔다. 한 곳은 광주로 가서 참석했는데, KOTESOL과 연관이 있는 파티였다. 다른 한 곳은 우리 부서인 교양학부에서 주최한 대학교 파티였다. 선물교환 순서가 있었는데, 가지고 온 선물을 서로가 뺏는 방법이 재미있었다. 내일도 파티 한 곳이 있는데, 동탄에 사는 어떤 선생의 댁에서 열린다. 호스트 분은 국제대회에서 함께 일을 했던 KOTESOL 회원이다. 파티 참석자 대부분이 KOTESOL 회원이리라.

지금 내가 말하는 우리의 크리스마스 파티는 영화에서나 나오는 난잡한 파티가 아니다. 오해하지 마시라. 우리의 크리스마스 파티는 참석자 모두가 일면식이 있는 호스트의 친구로서 조용하며 교양이 있는 사람들이다. 약간의 술, 푸짐한 음식 그리고 풍성한 대화로 이루어진 파티다. 집주인은 칠면조 요리와 감자구이를 내놓는다. 우리들도 야채, 주류, 음료수 그리고 디저트와 같은 음식을 가지고 간다. 디저트는 나의 장기이자 특별히 당당하게 내세울만한 품목이다. 올해 나는 체리 딜라이트, 브라우니 그리고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문양으로 성형한 색다른 초콜릿을 가져간다. 조금은 색다른 문양을 새긴 초콜릿으로 내가 직접 배우고 즐겁게 만들리라. 살짝 커피 맛이 나는 초콜릿일 터인데, 내가 모카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곳까지는 먼 길을 운전해야한다. 음식이 넘쳐나리라. 거기다 여러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가 다시 먼 길을 따라 되돌아오리라. 토요일 직접 운전하면서 출발할 예정인데, 고맙게도 눈 소식이 없기만을 바랄 따름이다. 물론 선물을 해주고 싶은 친구들과 의사선생님들 그리고 다른 누군가를 위해 몇 사람 분량의 쿠키와 초콜릿으로 만든 마지팬을 더 만들리라.
수 년 동안 크리스마스에 눈에 띄는 칠면조가 있으면 사다가 요리를 했다. 아니면 칠면조 대신 닭요리를 했다. 칠면조를 구하지 못할 경우는 말이다. 그리고 한국에 살면서 가족처럼 지내는 사람들을 초대했다. 몇몇은 꾸준히 참석했다. 다른 사람은 자신도 가정을 꾸리고 있기에, 자리를 함께 하지 못했다. 작년에는 딱 한번 아무도 오지 않았다. 신의로 내 곁을 지키는 은하조차 식중독으로 쓰러져, 그날 나는 홀로 외롭게 보냈다. 올해는 Allison이 초대를 했다. 집 청소를 해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나로서는 잘 된 일이다. 그래도 나는 음식을 만들겠다. 파이를 구울 계획인데, 아마도 사과나 레몬파이가 되겠다. 초콜릿에는 문양을 넣고 체리 딜라이트와 숏브레드 쿠키를 만들며 다이어트를 어기는 죄책감을 줄이기 위해 야채 트레이도 준비하리라. 은하는 나랑 파티에 동행을 할 예정이다. Allison은 새로운 사람 두 명을 더 초대했다. 그들이 매시포테이토를 가져온단다. 파티가 우리 집에서 열리지 않기 때문에, 순전히 나를 위해 크리스마스 장식을 할 이유는 없다. 집에 많이 머물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내년에는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면서 좀 더 성탄기분을 만끽하길 희망한다. 또 다시 크리스마스가 내 곁을 지나간다는 씁쓸한 기분 대신 정말로 크리스마스를 즐길 수 있도록 말이다. 앞으로 우리가 몇 번이나 크리스마스를 보내게 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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