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987’을 보면서, 뜨거웠던 그해를 돌아보았다.

30여년이 지났지만 너무도 생생한 1년이었고, 교육민주화운동이 단단하게 뿌리를 내린 ‘1987’년이기도 하다.

민주화운동을 억압하고, 교사들을 독재정권의 나팔수로 이용하려 했던 정권은 교사 모임뿐 아니라 아이들의 동아리활동까지도 불허하였다. 당시는 성적을 비관하며 꽃다운 아이들이 해마다 100여 명씩 목숨을 던지는 암울했던 시대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북지역에서는 교사의 양심으로 민주, 인간교육 실천을 다짐하며 1986년 7월 12일, ‘전주YMCA교사회’ 창립과 ‘전북교육민주화선언’을 발표하였다.

그 후 나는 1987년 1월 15일, 전주YMCA교사회 활동과 ‘전북교육민주화선언’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해임되었다. 바로 박종철 열사가 고문으로 사망한 다음날이었다.

박종철 열사의 사망으로 독재정권 타도를 외치며 전주를 비롯한 도내 각 지역도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하였다. 정치민주화 없이는 교육민주화와 참교육을 이루기 어렵다고 생각했기에, 거리로, 또 시국기도회가 열리는 교회와 성당으로, 1987년을 온전히 체험하였다. 거리에서 얻은 깨달음은, 불의한 독재정권은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거리를 교사 삼아 6월 항쟁에서 얻은 위대한 민주주의 학습이었다.

그러나 전두환 정권은 국민들의 민주화 열망을 폭압적으로 탄압하며 영구 집권을 꾀하기 위해 ‘4.13 호헌조치’를 발표하였다. 또다시 국민들은 들불처럼 일어났고, 마침내 전국 최초로 전북교사 17명은 6월 8일 ‘4.13 호헌조치 반대 교사선언’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이한열 열사의 희생과 6·10 항쟁 덕분에 나도 해직 1년 만에 다시 아이들의 품속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6월 항쟁 이후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각 부문의 민주화 열기 속에 교사들의 민주화 요구도 뜨거웠다. 전북에서도 정읍동신여상을 비롯한 사학민주화투쟁이 들불처럼 일어났고, 참교육 실천을 다짐하는 평교사회 운동이 일어났다. 이러한 ‘1987’의 힘으로 1988년에 전북교사들은 마침내 민주교육 추진 ‘전북교사협의회’를 결성하였다.

교사들은 80년대의 교육민주화선언을 시작으로, 세월호 진상규명 촉구와 한국사 국정교과서 반대에 이르기까지 교사의 양심과 시대적 사명으로 시국선언을 해왔다. 그러나 사회민주화 속에서도 교사의 정치적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법률조항은 여전히 교사들을 옥죄고 있으며, 민주시민교육과 살아있는 역사교육을 어렵게 하고 있다.

교사는 퇴직을 하지 않고서는 유·초·중·고 학교교육을 관할하는 교육감 선거에 나설 수 없다. 교수는 모든 정치적 활동에 제약이 없는 데 반하여, 교사는 유·초·중·고 교육을 책임지는 교육감 선거에 나갈 수 없다는 것은 참으로 불합리하다.

그동안 교육계에서는 교직원이 휴직을 하고 교육감 선거에 출마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해왔다.

대부분 OECD 국가들은 교사의 정치적 자유와 권리를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최근 전북교육정책연구소의 발표에 따르면, 전북교사 10명 중 9명은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이 확대되어야 한다고 응답하였다. 물론 정치적 기본권이 확대되더라도 교사의 직무상 정치적 중립성은 엄격하게 지켜져야 하지만, 이제는 미래교육과 민주사회의 시대적 요구에 맞게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이 확대되어야 한다.

‘1987’의 힘은 마침내 촛불시민혁명으로 이어졌다.

새해 교사들은 다시 촛불혁명 정신으로 교육혁신과 4차산업혁명시대 교육을 위해 준비하고 실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