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향기]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나요"

최근 ‘1987년’영화가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민주화 분수령이었던 6월 민주항쟁의 도화선이 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처음 세상에 알린 ‘1987년’영화에서, 가장 울림이 컸던 대사가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나요”였다. 
6월 항쟁 등 암혹했던 민주화 투쟁 시기에 민주화 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가장 힘들게 했던 말이 “그런다고 세상이 달라지느냐”였다.
올바른 세상 만들기의 비전은 세상을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로 만들어, 누구나 노력만큼, 능력만큼 성공할 수 있는, 차별과 반칙이 없는 행복한 세상이다. 
언행일치로 생각대로 마음을 쓰고 행동하는 사람들과 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했으면 좋겠다. 
1990년대 초 대학을 다닌 세대는 ‘운동권’끝자락에서도 살짝 지난 세대였지만 이런 말은 우리때도 종종 들었다. 
방학 때 고향에 내려갔다가 ‘60?70년 시절보릿고개’애기를 꺼낸 아버지에게 대들었다가 갈등을 빚은 풍경은 집집마다 흔했다.
‘철모르는 애들이 선배들에게 꼬드김을 당해 돌판매질한다’고 ‘쉽게 바뀌는 세상이 아니다' 의 부모님 말은 세상 풍파를 겪고서 나름대로 터득한 경험이었다. 
항간에 코스프레란 말이 있다. 코스튬(의상)과 플레이(놀이)의 합성어다. 고관대작이나 정치인들이 시장에 가거나 빈민가를 방문한 경우를 겨낭해 서민 코스프레라고도 일컫는다. 
진정성 보다는 시늉에 가깝다는 부정적인 의미가 크다. 
최저임금 인상 후속책에도 팔을 걷어붙인 참여정부의 친서민 행복에 가속도가 붙었다. 
다만 진정성은 친서민에 있더라도 실제 드러난 양태는 사뭇 달라질 위험을 내포한다. 
현실은 그리 호락한게 아니어서다. 숨죽이는가 싶던 부동산 가격이 다시 꿈틀대는 모양이다. 
사실상 전 재산이자 자녀 교육문제까지 얽히고설켜 가정의 온갖 명운이 걸린 게 대한민국의 집이다. 이런 집의 거품을 빼겠다고, 투기를 끝내겠다고 호언장담 칼을 빼들었다. 
진정성이 있겠지만 얼마나 10년 전보다 달라졌는지는 아직 평가가 이르다. 시장은 냉랭하다. 초반에 움찔하는가 싶던 집값, 특히 경남 아파트 값이 치솟고 있다. 
어쨌거나 중요 권력기반인 중산층은 오히려 더 힘들어졌다는 볼멘소리도 들린다. 다주택자를 잡다보니 강남 등 주요 집은 지키고 신도시 등 외곽지역 나머지 집은 처분하기 때문이다. 
이런 지역에 서민?중산층이 산 집값부터 약세를 보이자 정치적 신념과 경제적 계급 이익 사이에 현실 보조화가 생겼다. 교육 문제도 얽혀 있는데, 특목고?자사고를 손질하면서 일반고 위주로 중심축이 옮겨가는 방향은 바람직해 보인다. 
지나보면 ‘서민 배불리 먹고 걱정 없게 해달라’는 건 동서고금의 진리다. 지난 정부가 지탄 받는 결정적 이유 중 하나는 사실 먹고 살기 힘들어서다. 
지난 보수 9년 집권기에 강을 파고, 말로 ‘창조경제’라며 ‘뻘짓’만 하느라 허송세월을 했고 우리 미래는 저당 잡혔다. 
그 사이 남들은 인공지능(AI), 자율 주행차 같은 4차 산업혁명을 향해 저멀리 달아나 있다.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나요?”어쩌면 그 물음은 내 가족을, 내 자식을 걱정하시는 모든 부모님의 마음이 아닐까. 
그들이 그토록 원했던 민주화! 우리가 그토록 원했던 민주화! 어머니의 마음으로 나라를 걱정하던 나라의 주인인 우리들의 바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다시 한번 믿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