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치수(治水)는 시대를 막론하고 태평성대와 직결되는 일로 여겨져왔다. 중국의 태평성대를 얘기할 때면, 요·순임금 다음으로 천하를 다스렸다는 우(禹)임금 시대다. 우임금의 가장 큰 업적으로는 9년간 지속된 홍수를 다스려 사람들이 제대로 살 수 있게 하였다는 것이다. 물길을 트고 땅을 메우는 등 13년간 밖에서 지내면서 3번 집 앞을 지나갔지만 집에는 들르지도 않고 치수에 매진하여 홍수를 다스렸다.
한번은 우임금 아내가 아이를 낳을 때 지나갔다. 우임금이 두번째 집 앞을 지날 때 아내의 품에 안긴 아들이 우임금을 향해 손을 흔들었지만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 세번째 집 앞을 지날 때는 열살된 아들이 아버지를 발견하고 손을 잡고 집으로 끌어당겼지만 우임금은 “치수 사업이 끝나지 않아 집에 가지 못한다”고 하면서 13년 동안 단 한 번도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알려졌다. '과문불입(過門不入)' 아는 사람의 집 문 앞을 지나면서도 들르지 않는다는 의미인 만큼 참으로 독한 사람이 바로 그였다.
김제에 물 관련 얘기가 전하고 있다. 김제출신 정평구(鄭平九)는 헤엄을 잘 쳤다. 물속에서 물오리 흉내를 내는 것은 예삿일이었다. 정평구는 물오리 탈을 쓰고 헤엄을 치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날 한양 사람이 제주방죽에 놀러왔다가 정평구의 말을 듣고 물오리가 탐이 났다. 그래서 헐값으로 사가라고 권하는 정평구의 말에 솔깃해 제주방죽에 있는 수천 마리의 오리 중에서 반수를 계약했다. 정평구는 증거 표시로 몇 마리를 잡아 한양 사람에게 주었다. 그런 일이 있은 얼마 후, 한양 사람은 자기가 사두었던 오리를 잡으려고 사람을 놓았는데 사람들이 잡으려고만 하면 오리는 전부 날아오르는 것이었다.
화가 난 한양 사람이 정평구에게 속았다면서 손해 배상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런 일 정도에 호락호락 넘어갈 정평구가 아니었다. 정평구는 도리어 자기가 애지중지 기른 물오리를 전부 날려 보냈다면서 날려 보낸 물오리를 변상하라고 청구 소송을 냈다. 청구 소송에서 이긴 정평구는 오히려 나머지 반수의 물오리 값을 받아냈다고 한다. 그래서 후일에 사람들이 정평구의 이 사건을 두고 정평구가 제주방죽의 물오리를 두 번이나 팔아먹었다고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물오리를 팔아먹은 정평구’의 주요 모티프는 ‘주인이 없는 물오리를 판매하는 사기’, ‘손해 배상을 요구하는 지혜’ 등이다. 꾀 많은 정평구가 제주방죽 물오리를 한양 사람에게 두 번이나 팔아먹는 점에서 보면, 그가 얼마나 대단한 지략을 갖춘 사람이었던가를 알게 해준다. ‘물오리를 팔아먹은 정평구’의 내용을 보면 민중들의 소망, 민중들의 지배 계층에 대한 저항, 웃음과 재치 등을 다 포괄하고 있다. 어떠한 난관에도 굽히지 않고 슬기와 여유와 웃음을 가지고 헤쳐 나가는 지혜로움에 그 의미가 있다.
전북지역 저수율은 현재 63%로 전국 평균(70%) 보다도 낮다. 전북을 비롯한 전국이 비슷한 상황이지만 부안댐 저수율은 현재 ‘관심’ 단계로 진입한 상태다. 지속된 겨울 가뭄을 극복하기 위해 농어촌공사 전북본부가 발벗고 나섰다고 한다. 한국농어촌공사 전북지역본부는 성공적인 물관리를 수행을 위해 2018년 농업용수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현재 전북본부 관리 417개 저수지의 평균저수율은 약 62.3%로, 가뭄이 극심했던 지난해보다 7.7% 낮아 올해 영농을 위한 저수량 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다. 게다가 13개의 저수지는 50% 이하의 저수율을 보이고 있어 영농을 위한 농업용수 확보가 시급한 실정이다. 최근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지진 피해 예방을 위해서 95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남원 동화댐의 내진보강공사도 올해 안에 완료할 예정이다.
홍수를 다스린 공으로 우는 순 임금의 뒤를 이어 천하를 물려받아 하(夏) 임금이 되었다고 한다. 옛 부터 선인들은 나라를 다스리는 근본을 치산치수(治山治水)에 두었다. 나라의 위정자가 해야 할 첫째 덕목이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그 행함에 있어서도 지혜가 필요했으니 흙으로 제방을 쌓아 강물을 막으려 했던 아비 곤과 달리 우는 낮은 곳으로 물길을 돌려 황하의 치수를 완성했다고 한다. 우주, 자연 그리고 세상의 이치를 깨우친 지혜가 아니고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었던 것이다. 우임금의 사례는 치수(治水)보다 민심을 헤아려 고통을 부둥켜안는 치덕(治德)이 먼저임을 일깨워 주는 것이 아닐까.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 쏜살처럼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