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그리드의 전주살이-번역본] 집 안에 갇혀
[잉그리드의 전주살이-번역본] 집 안에 갇혀
  • 최수희 번역작가
  • 승인 2018.02.08 1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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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마감일 며칠 전에 이 칼럼을 쓰지만, 때때로 칼럼의 소재가 떠오르지 않거나 바쁜 시간에 쫓기다가 마감 시간인 목요일 오후 4시가 되기 1시간 전에야 가까스로 보낸다. 칼럼 쓰는 일을 즐기는데, 간혹 혹독한 자연과 운명이 날 훼방한다. 예를 들어, 오늘과 같은 날이다. 신문에 게재할 칼럼을 제외하면, 오늘도 특별한 일 없이 방학을 보내고 있다. 수요일 밤 와이파이와 접속이 끊겼다. 아무리 시도해도 연결이 안됐다. 아이디를 입력하고 몇 차례 접속을 시도했는데, 아이디가 정확하지 않다고 한다. 와이파이를 설치한 지가 4년이나 지났다. 그동안 아이디를 사용할 일이 없었다. 그래서 잃어버렸다. 와이파이가 불통이니 이메일도 안 되고 뉴스와 날씨 그리고 게임(PLANTS VS ZOMBIES)도 할 수 없다. 늦은 밤 티비도 시청할 수 없게 되었다. 마치 내 팔 하나가 잘려나간 것만 같았다. 그렇다, 친구를 시켜 케이블 수리공을 부를 수 있었다. 그녀가 전화를 했더니, 리셋(초기화)으로 돌리기 위해 기기를 껐다가 켜기를 해보라고 했단다. 2년 전에도 그들은 내게 그와 같은 조작법을 가르쳐준 적이 있었다. 그 이후 수요일 밤까지 효력이 있었다. 괜찮다. 학교 아니면 커피숍으로 가서 작업을 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칼럼 마감 시간 전까지 고칠 수 없다면야 나는 그곳에 가서 칼럼을 쓰리라. 
또 일이 터졌다. 토요일 오전 10시 30분까지는 아무도 방문할 수가 없다고 했다. 괜찮다, 날씨가 어마어마하게 춥다지만, 어디 한번 밖에 나가자. 음,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아 샤워를 할 수 없다. 그렇다, 혹시라도 내게서 지독한 체취가 날지 모르니 다른 사람에게서 멀리 떨어져 앉아야겠다. 아무도 눈치를 채지 못하도록 말이다. 밖으로 나가기 위해 출입문으로 향했다. 그때서야 지난밤 문이 꽁꽁 얼어붙어 열리지 않았던 사실이 눈앞에 펼쳐졌다. 설비사가 집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정오 쯤 문에 소형 난방기기를 갖다 놓았다. 드디어 문 주위의 공기가 훈훈해졌지만, 문제는 내가 상가의 상점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두꺼운 성에가 낀 유리문에다 바닥과 마루는 수평이 맞질 않는다. 그래서 틈새를 메우기 위해 유리문과 나무발판 사이 마루에 수건을 깔았다. 그렇다, 우리 집은 습하다. 요즘 날씨에는 실내에 옷가지들을 말리고 집안에 열기를 채울 겸 강아지 녀석들에게 먹일 닭 가슴살을 끊이기도 했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는 집안의 찬 공기를 잠재우기위해 초콜릿 케이크도 구웠다. 한 달 전 내 생일이었지만, 생일 케이크 생각조차 안했다. 그래서 빵을 굽는다면, 꿩 먹고 알도 먹는다는 식의 생각이 떠올랐다. 진한 초콜릿 케이크였다. 집안이 조금 훈훈해 진 것 같았고 빵 냄새도 좋았다. 그러나 문은 여전히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물을 끓여 유리에 직접 닿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바닥에 갈아놓은 수건에 부었다. 어릴 적 나는 뜨거운 물과 차가운 유리가 만나서 유리가 깨지는 바람에 혹독한 학습을 치렀다. 우리 집에는 아름답고 진귀한 팔각형의 모양을 한 생선 볼이 있었다. 어머니께서 내게 그 귀한 그릇을 씻으라고 하셨다. 나는 뜨거운 물로 싱크에 가득 채우고 볼을 그 속에 집어넣었다. 유리 볼은 쩍하고 갈라져버렸다. 이후 나는 그때의 교훈을 결코 잊지 않았다. 강화유리일지라도 그런 멍청한 일이 또 일어날 수 있다. 뜨거운 물은 유리문을 박살내지 않았고, 드디어 나는 집안으로부터 해방되었다. 거의 4시간이나 걸린 작업이었다. 아담한 커피숍 하나가 우리 구역 끄트머리쯤에 있다. 우리 집에서 가장 가까운 카페다. 나와 주인만 가게에 있다. 너무 추워서 더 멀리 나서기 싫어서다. 집에 가면, 강아지 녀석들은 내게 산책을 종용할 것이다. 녀석들아 미안하다, 이런 강추위에 나는 밖에 나가 걷고 싶지 않다. 녀석들에게는 산책 대신 마당이 있다. 칼럼을 다 썼으니 집으로 갈 시간이다. 냉하게 식은 초콜릿 케이크와 따뜻한 차를 마시리라. 여러분도 모두 따뜻하게 보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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