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복조리
[온누리]복조리
  • 이종근 문화교육부 부국장
  • 승인 2018.02.13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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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군 성송면 지역의 경우 드는 환갑은 안 쇤다고 하여 쉰아홉이 되는 해에는 집에서 설을 지내지 않는다. 친척 집에서 지내고 오거나 요즘은 여행을 가기도 한다. 쉰아홉이 되는 해에는 집안의 굴뚝에서 연기만 나도 좋지 않다고 여긴다. 설날 집안에 처음 오는 손님으로 점을 치기도 한다. 남자가 먼저 들어오면 재수가 있어 닭을 기르면 닭이 잘 되고, 무슨 짐승이든 잘 된다고 한다. 그러나 반대로 여자가 먼저 들어오면 짐승이 잘 자라지 않는다고 싫어한다. 설날 복조리 장수가 마을에 들어오면 어느 집에서든 복조리를 산다. 2개를 한 묶음으로 엮어서 복이 들어오라고 안방 문 위에 걸어 둔다. 이때 복조리 속에 특별히 넣어 두는 것은 없다. 
음력으로 1월 1일을 설이라고 부른다. 설이라는 말의 어원은 삼간다, 새해가 시작되어 서럽다, 본래 처음을 뜻하는 말이다.설에는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가며, 집안 어른들에게는 세배를 드린다. 설음식으로는 떡국을 만들어 먹는다.
하지만 요즘은 복조리 장수가 마을에 들어오지 않는다. 수년전만해도 정읍시 입암면 하부마을 주민들이 입암산에 자생하는 속대로 만들었던 복조리가 발자취를 감췄다.
조리는 대나무나 싸리가지의 속대를 엮어 만들어 쌀을 이는 용구이다. 조리는 가늘게 쪼갠 대나무나 철사 등으로 엮어 만든, 쌀을 이는 도구다. 설날에서 정월 대보름 사이에 구입해 방이나 부엌에 걸어둔다. 조리를 일어 그해의 복을 취한다고 하여 '복 들어오는 조리'라는 뜻에서 복조리라 부른다. 섣달 그믐날 자정부터 정월 초하룻날 아침 사이에 조리장수는 복 많이 받으라고 소리치며 복조리를 집마당에 던져놓는다. 
주로 마을 청소년들이 팔다가 후에는 전문 장사치가 등장했다. 설날에 장만한 복조리는 1년 내내 쓰게 되지만 방 한쪽 구석이나 대청 한 귀퉁이에 그대로 걸어두기도 하며, 갈퀴와 함께 부엌문 앞에 걸어두기도 한다. 
이는 갈퀴로 복을 끌어들여 복조리 속에 담는다는 뜻이다. 조리가 만복을 일구어주리라는 믿음에서 비롯한 복조리 풍습은 1970년대 후반까지도 성행했으나 점차 사라지고 있다.
정초에 복을 비는 세시풍속의 하나로 구입하는 복조리가 중국산에 밀려 안방을 내주고 있다. 산죽(山竹)을 베어다 사나흘 말리고, 끓는 물에 세시간 정도 담그는 등 제조과정이 복잡해 5백원씩은 받아야 하는데 그 가격에는 도매상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복조리 주산지인 남원시, 김제시와 순창군, 임실군 주민들의 사정도 비슷하다. 객지에 사는 자녀나 친척 등에게 줄 선물용으로 4~5개씩 재미삼아 만드는 게 고작이다.
얼마전까지 농촌지역을 중심으로 정월 대보름이 다가오면 아침 일찍 대문 안에 복조리가 놓여 있곤 했다. 그날 오후 어김없이 "복조리값 받으러 왔습니다" 는 말과 함께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던 것이 옛 추억의 풍속이 사라져 가는 것인가. “정월 복(福)마저 중국산이 떡하니 차지한것 같아 씁쓸한 것은 왜 일까./이종근(문화교육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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