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엽의 진료실 일기] 진료실에서 본 `설날'의 의미

‘평창 올림픽’으로 메달을 딸 때마다 마음 졸이며 박수를 치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최순실 파동?'에 ‘MB파동’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는 ‘트럼프 파동’까지 겹치고, 사회적으로는 ‘미투운동’ 까지 온 나라가 어수선하다. 이 모든 것들이 기승전 '경기침체' 로 나타나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진료실에 들어서서 '몸 아픈' 이야기보다 '맘 아픈' 이야기, 사는 것 힘든 이야기 하시는 분들이 늘어간다. 
"이거 좀 깎아주면 안 돼?" 하시며 병원비 흥정 하시려는 분들도 있다. "병원도 힘들어요" 하면 다들 '경기를 탄다'는 것에 병원은 비껴나지 않느냐며 부럽다는 듯이 이야기 하시는 분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사실은 반대다. 특히 나처럼 ‘척추만’ 보는 병원은 경기를 많이 탄다. 왜냐면 척추에 생기는 병중에 죽고 사는, 위급한 병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흔한 ‘디스크’나 ‘협착증’으로 몸이 아프면, 통증 때문에 짜증이 나고 삶의 질이 많이 떨어지지만, 그렇다고 아주 마비로 못 걷거나 활동을 아예 못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뿐더러 생명과는 거의 무관하다. 
척추분야에서 약간의 유명세를 탄 탓에 나에게 무조건 수술을 해 달라고 조르시는 분들이 아주 드물게 있다. 그럴 때면 이렇게 말씀드린다. 
"어머님! 사진도 보고 만져 보니까 아직 수술할 단계가 아니에요. 수술은 아파 죽을 때 하는 것이고, 어머님은 ‘아파 죽게’ 보이지 않고 ‘짜증나 죽겠어’로 보여요. 이런 분들은 호랑이가 쫒아오면 뛸 수 있어요. 정말 아파 죽겠는 사람은 호랑이가 와도 마비와 통증으로 다리가 안 움직여요. 하지만 어머니는 뛸 수 있어요. 호랑이 가면 그늘에 앉아서 나죽겠다 하시겠지만. 짜증나 죽겠다고 수술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다른 방법을 찾아봅시다" 
그 호랑이가 요즘 기승전 "경기침체' 같다. 쫒아오니 살기 위해 죽어라 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생존이 먼저고 삶의 질은 나중이다. 삶의 질 정도야 '척추 전문의'가 아니라 '진통제 1알' 이면 충분하다. 서민들의 애환인 게다. 
힘들었던 한 해가 가고 새해가 찾아왔다. ‘설날’은 ‘서는(설)날’에서 왔다고 한다. ‘서’는 ‘셋 三’ 또는 ‘서다 立’, ‘세다 數’, ‘쎄다 强’ 와 같은 계통의 말이다. ‘서울 ( 서 + 울 )’ 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이 ‘울(타리)들 세우다’ 는 뜻의 ‘서 立’ 는 사물의 ‘존재’ 또는 ‘성립’ 을 의미한다. ‘서’는 것은 ‘사물’뿐이 아니라 ‘기준, 척도’ 도 될 수 있고 ‘시간’도 될 수 있다. 그래서 설날은 기준이 서는 날이 되어서 일 년을 다시 시작하게 된다. 
'셋'은 예로부터 서로의 벽을 넘어서, 대립을 넘어서, 중화의 제 3의 성격을 내포한 말이다. '하나'는 나뿐이고 '둘'은 너와 나의 대립이요, 상대성이지만 '셋'은 '중립'인 우리가 된다. 그래서 '설날'은 새해에 기준을 세우는 것조차 '너' 와 '나'를 넘어 '우리' 가 되는 대립을 넘어선 조화와 융화의 의미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또한 '셋' 은 '새로움' 이다. '새로움'은 '창조'를 의미하지만 완전한 무(無) 에서 유(有) 로의 단순한 변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창조의 새로운 것을 채우려면 '비우는 과정' 이 필요한 동적이 과정이다. 어쩌면 그래서 새로움의 '창조'는 과거와 현재의 '꽉 찬 비움' 을 의미한다. 진료실 일선에서 바라본 '건강' 이란 과거의 잘못된 생활습관이나 태도를 비운 현재의 당연한 귀결에 지나지 않는다. 
'셋''은 '셈'이다. '어쩔 셈인가' 하는 말처럼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판단을 묻는 것이다. 그래서 항상 새해만 되면 우리는 어떻게 하겠다는 결심을 하는가 보다. 
‘셋'은 또한 '(굳)세다' 하는 말처럼 힘을 내포한다. '힘'은 '근력' 이 가장 기본이다. 단순한 '이상'이나 '지식'을 뜻하는 것이 아니고 '추진력' 및 '행동'을 의미한다. 
그래서 힘이 센 '셋'은 어떤 사태를 옳게 판단하고 기획하며 또한 무리 없이 실천하는 능력까지 내포한 말이므로 '지혜'에 더 가까운 말인 것 같다. 
‘설날’을 그 의미처럼 뜻 깊게 맞이하면 새해에는 경기도 나아지고 바라던 많은 꿈들이 이루질 것이다. 
새해에는 어느 스님의 말처럼 행복을 인생의 목적으로 두고 쫒아 다니지 않고 별별 사건들이 많은 궂은 날씨에도 환경에 순응하여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즐기며 '꽉 찬 비움'으로 꿈을 이루어 가는 한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특히 아이 다섯을 둔 가장으로서 그리고 50명이 넘는 직원을 둔 원장으로서 직원들과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아픈 환자들에게 벽을 허물고 환한 미소로 다가가는 새해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