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그리드의 전주살이-번역본] 이상한 보일러?
[잉그리드의 전주살이-번역본] 이상한 보일러?
  • 최수희 번역작가
  • 승인 2018.02.22 1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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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러 배선이 하나만 얼어붙는 경우도 있는가?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 나를 매우 혼란스럽게 만든 지난 주말이었다. 금요일 아침 온수 파이프들이 얼어버렸는데도 마루를 지나가는 난방배선은 멀쩡하게 작동했다. 이럴 수도 있는지? 지금도 나에게 수수께끼다. 온수와 난방보일러는 같은 시스템으로 설비하는데? 어떻게 온수장치는 얼어붙고 난방보일러만 가동하는지? 아마 보일러실에서 여러 개의 보일러 배선이 부엌과 목욕탕으로 뻗어 나갔고 거기서 얼어버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소형 난방기기를 목욕탕에 갖다놓고 몇 시간을 기다렸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그 다음 헤어드라이기를 들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단열처리가 미비하다고 생각이 드는 파이프를 따라 여기저기 온풍을 들이댔다. 은하 남동생 지시에 따라, 뜨거운 물이 나올 수 있도록 찬물을 흘러 보내야한다. 물이 녹기 시작하면 물소리가 들린다 했다. 찬물이 잘 흘러나와서 계속 흘러내리면 물이 데워지리라 기대했다. 아니다, 난방배선과 온수배선은 각기 따로 설비되었다고 했다. 나는 불가피하게 외출할 일이 있었다. 물을 한가득 끓여서 커다란 플라스틱 바가지로 여러 번 머리 위에 물을 끼얹어 샤워를 했다. 고양이 세수와도 같았지만 개운했다. 그리고 나는 외출했다. 
나갔다 집에 돌아와서 나는 아무튼 세탁을 좀 해야 했는데, 세탁기로 연결된 고무호스가 완전히 얼었다. 마침 세일기간에 히터 하나를 사서 보관하고 있었다. 이번에 새로 산 그 히터를 사용했다. 얼어붙은 고무호스 쪽으로 히터의 열기가 펴졌고 한 시간이 지나자 얼음이 녹아 찬물이 세탁기 안으로 흘렀다. 물론 나는 세탁물을 밖에 내다 널 수가 없었다. 빨래 줄에 널다 빨래는 동태가 될 수 있으니 말이다. 건조대 두 개가 있어 거실에 펼쳤다. 건조대 한 편에 선풍기를 틀어놓고 빨아놓은 옷가지를 건조대에 걸쳐놓았다. 건조대에 다 널지 못한들 어쩌랴, 당장에 입을 옷가지가 아니다. 소파나 담요 위에 걸쳐놓고 선풍기를 세게 켜놓은 채 침실로 향했다. 아침 무렵에 빨래는 거의 다 말랐다. 덜 마른 옷가지를 뒤집어 널고 나서 아침을 먹으러 나갔다. 그리고 몇 가지 일도 보고 집에 돌아왔다. 세탁물은 고슬고슬하게 말라있었다. 
그날 늦게 마루의 온기도 식어버렸다. 이제는 시간을 좀 들인다면 고칠 수 있으리라. 보일러실에 새로 구입한 난방기기를 틀어놓고 기다렸다. 우리 강아지들과 새 그리고 나 우리 모두를 따뜻하게 해줄 다른 난로 하나를 켰다. 그런데 난 며칠간 집을 비울 예정이었고, 그 계획은 미룰 수 없는 것이었다. 착한 은하에게 전화를 걸어 나에게 닥친 문제에 관해 말했다. 결국 그녀는 우리 집 보일러와 집까지 책임지겠노라고 말했다. 토요일 한밤중 나는 집을 출발했다. 은하 남동생 한명이 보일러를 고치는데, 먼 곳에 살고 있다. 은하는 수업 중간 중간 우리 집에 들러 보일러를 고쳐보려고 애쓰며 해동시키느라 수고했다. 결국 보일러 수리공을 불렀는데, 우리 집에 방문할 수 있다고 말한 마지막 어떤 사람을 찾을 때까지 전화번호부에 나와 있는 광고란을 보고 전화했단다. 다른 남동생 한 명은 우리 집에 들러서 보일러가 잘 고쳐졌는지 확인하고 두 번 다시 얼지 않도록 단단히 체크했다. 수요일 집에 도착했을 때 우리 집은 아늑했고 잠자리에 들 때도 따뜻한 물이 나왔다. 수리비로 삼십 만원이 나왔다고 말했다. 여느 집의 수리비용과 비교하면 다른 집에 비해 싼 비용이었단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추웠다. 작동을 잘 못해서 또 고장이 났나하는 생각에, 나는 겁이 났다. 은하에게 전화를 했더니 보일러를 껐다 켜기를 반복해 보라고 했고 시키는 대로 했더니 보일러가 작동했다. 이처럼 도와주는 친구가 곁에 있다니, 난 행운아다. 방학 내내 그녀는 우리 강아지와 내게 일어난 자질구레한 일을 살뜰하게 보살펴주었다. 또 내가 아늑한 집으로 돌아올 수 있게 도와주었다. 내 친구는 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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