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부터 2016년까지 '힐링 캠프 ‘ 프로그램이 유행이었다. 그밖에도 ‘힐링’이 들어가는 문구가 유독 많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민주화'도 되고 ‘선진국’에 진입하여 경제적으로도 여유로워지면서 사회가 ‘상처'도 별로 없는 것 같은데 ‘힐링’이 유행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 그런데 요즘 ‘미투’ 운동을 보니 보이지 않던 상처가 아주 많았던 모양이다. ‘힐링’의 시대는 곧 ‘상처’의 시대인 것을 알지 못했다.
‘진중권’씨는 미학에서 ‘상처’는 최근에 신자유주의 이후 자본주의가 승리하면서 제기된 패러다임이라고 하면서 시장의 경쟁에서 낙오된 개인은 점점 늘어나는데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싱처’를 받기 시작했다고도 말한다.
그런데 ‘상처’를 심하게 받아 성격이 변질되고, 공격성이 많은 삐딱한 사람보다 나는 사실 정치인들이나 가해자들처럼 한번도 ‘상처’를 받아본 적이 없다는 식으로 비치는 사람이 더 무섭다. 왜냐하면, 사람이 살다보면 다른 사람이 꼭 나와 같진 않아서 의견이나 행동이 충돌하는 상황이 항상 발생하는데 그때마다 한 번도 갈등하거나, 양보해본 경험이 없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물론 양보만 하면 언제나 기분이 좋다는 '부처님 가운데 토막’같은 사람이 있다면 예외지만 말이다.
나는 ‘저는 상처를 별로 받지 않아요' 하는 사람만큼이나 두려워하는 분들은 어떤 노력이나, 아무 분별없이 "제가 바라는 것은 별것 없어요. 그저 평범하게 살고 싶어요” 하는 분들이다.
이런 분들은 수술을 앞두고 수술에 관한 설명을 하면 고개를 저으며 '그런 설명 필요 없어요. 그냥 아무 탈 없이 낫게만 해줘요’ 하며 합병증에 대한 설명도 듣기를 거부하는 분들도 있다. "전 선생님만 믿습니다” 하는 말을 덧붙이며 말이다.
누구나 평범하게 살고 싶어 한다. 특히 건강에서 지극히 평범함이란 잘 자고 잘 먹고 잘싸는 것이다. 척추에 한정해서 이야기 하자면 척추의 평범함이란 허리가 휘지 않고 반듯하고 보행이 자연스러워야 하며, 근력도 적당해야 한다. 그런데 그런 건강의 평범함이라는 것이 아무 노력 없이, 댓가없이 찾아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비범한 결심과 투철한 습관화로 자기 자신과 생활을 관리해야 한다. 적어도 하루에 1~2시간 이상, 1주일에 3회 이상은 운동을 해주어야 좋다.
마찬가지로 삶의 현장에서도 그런 평범한 건강을 유지하듯, 비범한 노력이 습관화 되어야만 ‘기름진 유혹’이 있을 때 ‘담백한 신념’으로 ‘평범한 삶’을 선택할 수 있을 것 같다. 정치는 특히 지배하는 사람만 바뀌고 '부정부패'와 ‘착취구조’ 는 바뀌지 않는다는 말도 있지 않는가. 그 말은 평소에 비범하게 노력하지 않던 내가 그 자리에 서면 그 사람들과 똑같을 수 있다는 말과 같다. 말하자면 선택의 상황이 왔을 때 ‘평범한 선택’을 고를 확률이 별로 없다는 얘기다. 평범한 선택은 '유행을 타지 않는 선택'이다.
‘독재시절’이 다 지나갔는데 오히려 한국은 더 획일적으로 사회가 변한다고 한다. 어떤 사람은 그 이유를 ‘스마트폰 문화’에서 찾는다. 경쟁으로 서로 가만히 놔두질 않는 상태가 스마트 폰으로 타인의 시선에 항상 노출되어 있어서 유행이 급속도로 퍼지고 획일화 된다는 것이다. 너나 나나 서로 바라는 것, 갖고 싶은 것, 되고 싶은 것이 똑같아 진다. 요즘 우리 아이는 창의력 수학 학원에 다닌다. 창의력이 국가 경쟁력이라지만, 창의력은 학원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또한 학원에서 비슷한 교재와 책으로 배운 창의력은 ‘획일’이지 어차피 ‘창의’가 아니다. 특별히 노력하지 않으면 획일적인, 유행을 타는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다. 말하자면 평범하게 노력하면, 평범하게 살 수 없다.
마지막으로 ‘상처와 치유’에서 중요한 것은 소통(이야기가 통하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이 말이 통하는 것이 지극히 평범한데, 이것 또한 비범한 노력이 필요하다. 말의 내용뿐 아니라 소통의 스타일도 중요하다. 사람이나 일이나 어떤 것이든 서로 잘 맞는 것을 옛사람은 ‘궁합’ 이 잘 맞다고 했다. 그런데 궁합이라는 것도 소통의 스타일을 말할 때가 많다. 내용은 똑같은 말인데 누가 언제, 어떻게 말 하냐에 따라서 받아들여짐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소통의 스타일이 중요하다. 단백질을 예로 들면 철을 둘러싼 단백질의 3차 구조가 소화와 흡수 과정을 결정한다. 쉽게 말하자면 피순대에 들어있는 철분은 흡수가 되지만, 쉿가루를 갈아서 먹는다고 철분이 흡수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때 필요한 것은 성분이 아니라 소통의 스타일이다.
나를 비롯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소시민들의 ‘상처'가 어느 시인의 말처럼 단 한 번 상처로 다시는 피어나지 못한 ‘옹이’로 남지 않기를 바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