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잠이 들 때마다 곤혹을 치른다. 발이 화끈거리기 때문인데, 온도를 재보면 정상 체온인 것 같은데 나는 화닥거린다. 그럴 때면 아내가 10분정도 발바닥이나 종아리를 주물러 주어야만 스스르 잠이 들곤 했다. 사전에서 찾아보면 신발은 대략 2만 5천년의 역사를 지닌다. 처음에는 추위, 열, 날카로운 물건, 거친 바위 같은 외부 손상에서 발을 보호하기 위해 발전되었다고 한다. 나무껍질, 풀, 짐승의 가죽, 털등을 이용하여 만들다가 산업혁명 이후에 자동화기계가 도입되면서 1875년도 전후로 대량생산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현재는 신발은 보호용이 아니라 의상의 일부로 ‘패션’상품이 되었다. 응용근 신경학이라는 현대의학에서는 오히려 신발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한다. 발의 안정성을 떨어뜨리고 손상될 수 있는 확률이 더 는다는 것이다. 특히 하이힐로 대표되는 여성 신발은 다리 근육의 일부를 필요이상으로 피로하게 하여 균형을 깨고 몸을 불안정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운동화도 예외는 아니다. 가령 후진국 축구 선수가 나이키 신발 없이 경기를 해도 선진국 선수보다 발목과 발의 손상이 적다는 것이다. 지난 40년간 운동화가 기능성으로 많이 개발되었다고 광고하지만, 발에 가해지는 충격이나, 손상은 줄어든 게 없다는 논문을 근거로 대면서 말이다. 그래서 맨발이 감각을 뇌에 더 정확하고 섬세하게 전달하기때문에 더 안정적이고 충격흡수에 좋고 균형 맞추기 좋다는 조심스런 주장까지 한다.
발은 걷는 것을 전제로 한다. 전진을 위한 행위다. 같은 짚신의 신발이라도 일본의 ‘전족’은 전쟁터에서 소리를 내지 않고, 적군을 속이고, 빠르게 이동하기 위한 신발이라면 우리나라 짚신은 이어령 선생님의 말씀대로 속도를 거부하는 신발이다. 왜냐면 우리 짚신과 고무신은 급할 때는 반드시 신을 벗어들고 맨발로 뛰어야 빨리 달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근대화는 이 짚신을 집어 던지는 데서 시작되었으며, ‘서구화'라는 ‘나이키’ 신발을 신고 본격화되었다. 현대는 '속도의 시대'라고 하니 현학적이지만 현대의 문명의 모두 서구화된 ‘나이키 운동화'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명이 차 속도를 내는 액셀러레이터라면 문화는 그 브레이크에 해당한다. 특히나 한국 문화는 전통적으로 발가벗고, 맨발로 뛰는 삶을 방정맞고 격조가 떨어진 것으로 생각한다. 이제 우리의 문화로 내용 없는 속도에 제한을 가할 때다. 우리의 속도를 우리만의 신발을 신고 조절해야 할 때다.
손이나 발은 신체에서 아주 민감하고 섬세한 운동을 한다. 손에 있는 근육은 아주 많은데 쉽게 (1) 다른 뼈에서 시작하여 손가락으로 들어오는 근육들이 있고 (요측수근굴곡근, 척측수근굴곡근, 장모지굴근 등등 ) (2) 손에서 시작해서 손에서 끝나는 근육들 ( 모지내전근, 모지대립근, 골간근 등등)이 있다. 후자를 내재근 ( intrinsic muslce ) 라고 하는데 특히 이런 내재근은 실재로 손가락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에 가장 중요한다. 말하자면 손가락을 오므리고 물건을 잡고 젓가락질을 하게 만드는 근육들이다. 발가락의 운동은 손처럼 다양하지는 못하지만 마찬가지로 발에 있는 내재근이 동작뿐 아니라 보행의 감각에 아주 중요하다. 척추에서도 다열근 ( multipidus ) 이라는 척추 사이 작은 근육인 내재근이 등쪽 큰 근육보다 치료의 핵심으로 주목받고 있다.
GM 대우가 사실상 파산 선언과 같은 ‘법정 관리’ 준비에 들어간다는 소식을 접하며 노조원들이 ‘먹튀 반대’라는 구호를 외치는 것을 보며 씁쓸했다.
한국이 경제 발전과 세계화라는 표어아래 서구 문명과 자본을 받아들이고 심지어 모든 문화까지 거의 서구화되는 것을 많이 지켜보았다. 이런 ‘서구화'를 대체로 선진국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회적 분위기인 것 같았다. 이런 추세에 오늘따라 서구화로 대표되는 ‘나이키 신발’ 이 더 부각되는 것은 내 생각이 너무 오지랖이 넓은 처사일까. 다른 데서 오는 근육이 수입된 외국 자본이라고 하면, 내재근은 국내 자본, 국내 중소기업, 자국민에 해당하는 것 같다. 내재근 만으로 모든 기능을 할 수는 없지만 기본적으로 내재근이 건강하고 감각이 살아 있어야 기본적인 기능을 할 수 있다. 내재근은 척추 안정성에도 필수적이다. 또한 이제 와서 다시 짚신으로 돌아가자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다시 한번 말하지만 현대 의학 이론 처럼 감각이 살아 있는 우리만의 신발이 필요할때다. 어떤 형태의 신발을 현대적 감각에 맞게 재구성해서 만들것인지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지만 말이다.
그래도 여전히 서구 운동화가 편하다고 하는 분들이 있다면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다. ‘편한 자세'가 ‘바른 자세 ‘는 아니다고.
/전주 우리병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