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길목] 엄마 죄송해요
[오늘의 길목] 엄마 죄송해요
  • 송 경 태 사회복지학 박사, 전북시각장애인도서관장
  • 승인 2018.05.16 1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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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초등학교 2 학년에 다니던 때부터 어머니는 강원도 남춘천역 앞에서 작은 제과점을 운영하셨다. 아버지는 전국을 무대로 건달생활을 하셨기에 집안일에는 무관심하셨다. 어머니는 어린 5 남매를 키워야 했다. 
이러한 환경에서 우리의 어린 시절은 결코 배부른 삶일 수 없었다. 
내 기억에 나보다 일찍 주무신 엄마를 본 적이 없고 나보다 늦게 일어난 엄마를 나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렇게 부지런한 어머니는 눈만 뜨면 일을 하셨다. 그때는 그래야 했을 것이다. 
철이 없었던 우리는 모든 것을 어머니에게 의지해야 했다. 어머니를 부르면 모든 게 채워졌다. 어느 시인이 그랬다. 엄마라는 말은 ‘세상에서 가장 짧은 기도’라고. 
엄마 하면 밥 주고 엄마 하면 업어 주고 엄마 하면 씻겨 주고 엄마 하면 입을 것이 나왔다. 그래서 엄마라는 이름은 세상에서 가장 짧고 가장 아름다운 기도라 했다. 
어린 자식들을 키우기 위한 어머니의 몸부림은 어쩌면 당신을 위한 몸부림이기보다 어린 자식들을 굶기지 않기 위한 몸부림이었는지 모른다. 어머니의 까칠까칠한 손, 굵은 손마디 마디와 비틀어진 손가락이 내가 기억하는 어머니의 손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손. 세상에서 가장 보고 싶은 손.
밤낮없이 제과점을 운영해야했던 엄마의 몸에는 늘 밀가루냄새가 났다. 언젠가 그러한 어머니를 향해 “엄마 몸에서는 항상 밀가루냄새가 나!”하고 짜증을 낸 적이 있다. 그 말에 어머니가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나는 기억에 없다. 
하지만 그 말은 내가 세상에 태어나서 가장 후회하는 말이 되었다. 지금도 내가 어머니에게 그 말을 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눈물부터 난다. 밀가루냄새가 나를 키우고 우리 형제자매들을 키웠는데 나는 다른 친구들의 엄마처럼 화장품 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때 겨우 삼십대였던 엄마였다.
그 엄마에게 나는 화장품 냄새가 나지 않고 밀가루냄새가 난다고 했다. 아! 그러고 보니 오늘이 어버이 날이다. 카네이션 꽃 한 송이 들고 어머니 한테 다녀와야겠다. 지금도 나는 엄마가 홀로 사시는 시골집에 가면 이것 좀 도와달라, 저것 좀 도와달라고 사정을 한다. 
그리곤 아직도 엄마에게 매달리는 내 자신을 보며 혼자 웃는다. 이제 내 나이가 그때의 어머니 나이보다 훨씬 더 많은 나이가 되었는데 나는 아직도 이렇게 엄마가 그립다.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은 늙지 않는가 보다. ‘사랑합니다’라는 말보다 더 진한 표현이 ‘죄송합니다’라는 사실을 나는 이제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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